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②
전문직간 교육이 제대로 운영된다면, 의료 전문 직종간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게 되고, 서로간 부정적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을 극복하여 의료 현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광주보건대학교는 해마다 전문직간 연계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임상병리과, 치위생과, 물리치료과, 방사선과, 간호학과, 사회복지과, 식품영양과 등 서로 다른 학과 학생들이 참여하여, 타 전공을 이해하고 실습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 협업을 이루어내는 역량을 기르기 위해 개설되었다. 학생들에게 협업의 실제를 체험하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이 프로그램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전문직간 교육(IPE: Interprofessio nal Education)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의학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2010년 WHO에서 채택된 전문직간 교육의 개정된 정의에 따르면, ‘두 개 이상의 전문 분야 직업인이 함께 배우고(learn with), 상대방으로부터 배우고(learn from), 서로에 대하여 배움(learn about each other)으로써 효과적인 협동과 의료활동 결과(health outcome)가 향상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영국은 ‘전문직간 교육 발전 센터’ 운영
1973년 WHO에서 전문직간 교육에 대한 지침이 만들어진 이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정부와 민간 주도 하에 전문직간 교육이 시행돼 왔다.
영국은 ‘전문직간 교육 발전 센터[The Center for the Advancement of Interprofessio nal Education(CAIPE)]’라는 기구를 설립하여 건강 및 의료 관련 교육자들의 정보 교류와 협력 개발의 역할을 부여하는 한편 미국은 지역사회 안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파트너쉽을 구축, 여러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왔다.
2009년에는 치과대학, 의과대학, 간호대학, 약학대학의 4분야 보건의료 관련 대학들이 ‘Interprofessional Education Collaborative(IPEC)’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협진에 대해 보건의료 전문직종의 역량을 정의내리고 그 하부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정부 주도로 전문직간 교육이 시행되고 있는데, 환자 중심의 의료계 혁신을 위해 각 전문가 자문위를 구성하여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역시 핀란드, 그리스, 스웨덴, 영국 등의 국가들이 ‘유럽지역 전문직간 교육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여러 자료를 공유하고 교육 과정과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과정 개발이 전문직간 교육 장애
이처럼 세계적으로 전문직간 교육에 대한 연구와 시행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미약한 실정이다.
작년 의학교육논단에 실린 ‘의과대학에서의 보건의료 전문직간 교육에 대한 현황과 인식’이 국내 의과대학의 실태를 알아본 첫 연구라 할 수 있다.
전국 41개 의과대학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설문에 응답한 30개 대학 모두(100%) 전문직간 교육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14개 학교(47%)만이 전문직간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였다. 그 중 12개 학교는 의학과 4년 교육시간의 5% 미만이었고 2개 학교는 5~10% 미만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전문직간 교육의 장애요소로는 ‘교육과정 도입과 개발’측면이 가장 많았고 ‘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과 ‘태도와 인식의 문제’ 관련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기존의 교육과정이 이미 과도한 내용을 담고 있어 새로운 교육 내용이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점이었고, 다른 학제들간의 공동 수업 편성이나 운영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건 의료 전문직종간의 배타적 태도나 독점적이고 우월적인 인식, 전권 의식 등을 지적하였다.
전문직간 교육을 시행하여 제대로 운영한다면, 실제 협업을 통해서 의료 전문 직종간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게 되고,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한 부정적 선입견이나 고정 관념을 극복하여 서로의 장점을 살려 의료 현장에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환자 중심의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실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높고 견고한 한 · 양방간 벽을 낮추어야
급성 질환보다는 당뇨나 심혈관 질환 같은 각종 만성 복합 질병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의료 전문직간의 통합적인 케어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발전된 의학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고 환자들의 만족도는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WHO에서는 50여 년 간의 추적 조사 끝에 전문직간 교육이 효과적인 협진을 가능하게 하며 최적화된 의료 서비스를 만들고, 건강성과(health outcome)를 향상시켰다고 보고하였다.
여기서 한의사와 한의과대학이 참여하는 전문직간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보건 의료 전문 직종들의 협업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한의사가 포함되어 상호 교육이 시행된다면 매우 독특하면서도 의미 있는 전문직간 교육의 모델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로컬에서는 환자들이 ‘양·한방 협진’을 선호하고 있고, ‘의료 일원화’에 대한 요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 시기에 전문직간 교육의 필요성이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높고 견고한 한방·양방간의 벽을 낮추고 허물어 대학에서부터 상호 교류와 전문직간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배출되는 의료인의 협진 역량은 증대될 것이고 의료 현장에서의 과도한 경쟁보다는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국민 보건 복지에 이바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의학이 포함되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발전된 의료 전문직간 교육의 실현을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의 문의는 이메일(kmed17@pusan.ac.kr)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