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이번호에서는 학부 때 한번 정도는 공부했었던 귀 진주종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진주종의 이름은 1838년 독일의 Johannes Müller가 진주 모양의 중층상피로 쌓여 있는 지방종이나 담도계 지방(콜레스테린)이 있어 다른 지방과 구별된다고 하여 ‘cholesteatoma’란 명칭으로 처음 소개했다고 한다. 다만 이 질환은 신생물 종양이나 콜레스테린, 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닌 축척된 각질(케라틴)을 편평상피가 둘러싸고, 여기에 염증성 육아조직이 다시 둘러싸는 형태이므로 cholesteatoma는 정확한 병리학적 명칭이 아니여서 keratoma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진주종의 분류는 다양해 발생시기에 따라 선천성·후천성으로 나뉘고,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중이 진주종·외이도 진주종이 있다. 후천성 진주종은 발생 과정 중 염증이 관여하는 여부에 따라 일차성·이차성 진주종으로, 중이강 내 발생 위치에 따라 상고실형·고실동형·긴장부 함몰형 등으로 나뉜다.
일차성 진주종은 이관기능장애로 인해 중이강 내 음압이 발생하면서 지지력이 약한 고막 이완부가 중이강으로 빨려들어가는 내함낭이 생기고 여기에 케라틴이 축적되면서 중이강 내로 이동하면서 발생하고, 이차성 진주종은 중이염 또는 수술 등으로 인해 고막에 결손부가 생기면서 여기를 통해 상피조직이 중이강으로 침입하면서 발생한다.

이번호에서는 만성 중이염을 가진 이차성 진주종(상고실형)의 모습을 함께 보도록 하겠다.
12월22일 55세 여자환자가 좌측 귀가 꽉 차는 느낌이 있고, 묽은 농이 나오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이전 10년 간에도 몇 차례 이루가 흘러나온 적이 있지만 딱 한번 이비인후과 약을 복용하고 모두 치료 없이 지내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이루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도 양측 귀가 갑갑하다는 증상은 느끼고 있었고, 만성 비염으로 콧물이 있어 코를 들여마시는 동작을 하면 갑갑한 증상이 더 느껴지다 또 사라져 오랜 기간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에는 11월에 김장을 한 이후 피로감이 이어지던 중 12월20일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으면서 귀에 물이 많이 들어간 뒤로 귀가 갑갑한 느낌이 평소보다 더 심해 병원에 왔다고 했다.

먼저 귀 상태를 살펴보니 좌측은 진균을 가진 화농성 중이염 상태였고, 우측은 유착성 중이염으로 고막 상부 1/2 정도가 중이강으로 강하게 유착된 상태였다.
좌측에 진균막을 제거하고 이루를 제거해 보니 외이도 상벽이 하방으로 내려와 있는 모습을 보여 혹시 유양돌기염도 같이 있을 것을 예상해 Mastoid CT를 촬영했다.

CT 결과는 중이강과 유양동이 넓어지고 거기에 연조직이 들어찬 진주종으로 나왔다. 순서를 생각해보니 환자는 만성 비염이 있어 평소 코 훌쩍임을 자주 하였는데, 우측은 이로 인한 유착성 중이염까지만 생긴 상태이고, 좌측은 우측과 같은 고막 유착이 있는 데다 예상하기로 약 10년 전부터 있었던 중이염으로 고막천공이 어느 시점부터인가 생겨 여기로 침투한 상피조직이 긴 기간 점점 진행형으로 커진 것으로 생각됐다.

진주종으로 인한 증상은 이소골, 유양동, 안면신경관 등 침범 부위에 따른 골 미란, 파괴에 따라 다양해 초기에는 무증상이기도 하나 이명, 청력저하, 이통, 어지러움, 안면마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청력저하 또한 초기에는 증상을 못 느끼다 조금씩 저음 위주의 전음성 난청이 있고 합병에 의해 혼합성 난청으로 진행하게 된다. 환자는 양측 모두 전음성 난청이 있고 좌측이 조금 더 심한 상태였다.

진주종은 진행형의 질환으로 현재 어지러움이나 이통, 안면마비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중이강 내의 골조직, 연부조직을 점점 침범하면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발견하면 가능한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진주종을 한의의료기관에서 감별해 내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무엇일까?
첫째 환자의 증상이다. 진주종은 초기에는 이명만 있는 정도이다가 이충만감, 청력저하, 이통, 어지러움 등이 발생하므로 증상이 조금씩 진행하는 형태를 보이면 다른 귀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둘째 청력을 살펴야 한다. 중이질환으로 전음성 난청을 보이지만 침범 여부와 합병증에 따라 혼합성 난청도 보일 수 있다.
세 번째로 고막을 잘 살펴봐야 한다. 이루의 양상이 건락형 이루로 일반적인 중이염 분비물보다 점도도 높아 마치 우유 덩어리같이 나온다면 진행중인 가능성이 있다. 지난 44회 기고를 통해 설명한 것처럼 고막 이완부가 함몰, 천공되고 이완부에 각질이 차있으면 일차성 진주종을 의심하는 단계다. 이차성 진주종의 경우 이 환자의 고막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중이염이 진행 중인 경우 일차성처럼 특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우측 고막이 유착이 심하여 좌측도 유착상황이 동반될 것이라는 가정과 더불어 만성 중이염을 보이는 경우 증상과 종합하여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 의심이 되면 Mastoid CT를 통해 골 구조의 미란 또는 파괴나 Prussak 공간의 팽대 같은 연부 조직 변화 소견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환자를 타 대학병원에 의뢰했더니 추가 검사를 마치는 대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설명만 듣고 다시 내원했다.
향후 수술을 하더라도 현재 중이염과 이진균증은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급성 화농성 중이염 치료를 위해 만형자산을 투여했고, 예풍혈 소염약침과 침 치료를 시행했다. 이진균증 치료를 위해서는 외이도에 초포방을 도포해 세척하였고, 건조한 상태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귀 관리를 위해 비염 치료를 병행했고, 후비루가 느껴져도 코를 훌쩍이지 않도록 설명해 드렸다(44회차 칼럼 참조).
앞으로 진주종을 수술하면 어떤 모습의 귀인지도 궁금하다. 다른 환자의 예를 보면 우측 진주종으로 유양동을 절제한 후의 고막 모습과 CT 사진이다. 수술 이후에 발생한 어지러움과 귀 먹먹함으로 오셨던 환자로 한의치료로 호전이 된 경우다.

이명으로 내원한 경우 만성 중이염을 가진 환자라면 진료시 증상, 귀 상태를 종합해 진주종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라도 한의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치료의 영역은 넓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