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들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을 위해 각종 보건 관련 기념일을 제정, 국민들에게 질환에 대한 이해 및 치료, 예방에 대한 인식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에 본란에서는 대한한의학회 및 산하 회원학회 전문가들이 각종 보건 관련 기념일에 맞춘 해당 질환 및 질병등에 대한 유익한 정보 제공은 물론 다양한 한의약적 치료법 및 예방법을 소개하는 칼럼을 게재, 한의학이 치료의학이라는 인식 확산과 더불어 국민들의 의료선택권 보장에 기여코자 한다.
신장질환 치료에 관한 소고

3월8일은 ‘세계 신장의 날(World Kidney Day)’이다. 세계신장학회(ISN; International Society of Nephrology)와 국제신장재단연맹(IFKF; International Federation Kidney Foundations)은 2006년부터 매년 3월 둘째 주 목요일을 ‘세계 신장의 날’로 지정하여 신장질환에 대한 예방·교육·홍보를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기념일까지 만들어 신장질환에 관한 지식·정보를 널리 알리는 까닭은 만성신장질환 환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기 때문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신장질환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2016년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근 20만명에 육박하여,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주된 원인은 기대수명의 증가와 함께, 신장질환의 가장 큰 유발 및 악화 요인인 당뇨병과 고혈압이 늘어난 탓이다. 아무튼 신장질환은 구미의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초래하므로, 보건사회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신장의 순 우리말 표현인 콩팥은 문자 그대로 콩 모양에 팥 색깔의 장기라는 의미인데, 한의학에서도 신장(腎臟)이라 지칭한다. 동음이의어 마냥 서양의학에서 일컫는 실질장기 콩팥(kidney)과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이 일대일 대응하지는 않지만, 그 기능적 특성은 매우 유사하다.
가령 한의학에서는 신장이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 오장 중에서 가장 음(陰)적인 장기로 간주하는데, 현대 생리학적으로도 신장은 적절한 혈액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손상되는 장기로서 복강내 가장 후복벽에 위치하여 체내 대사산물을 최종적으로 걸러서 내보내므로 한의학적 관점과 맞아 떨어진다.
신장질환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신장이 한 번 손상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나빠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신장질환 치료의 목표는 신장 기능의 저하를 방지하거나 저하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인데, 이런 경우 예로부터 양생의학의 장점이 많은 한의학이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만성 신장질환은 신장의 기능을 보호하고 악화를 지연시키는 한의학적 치료가 절실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 90년대에 신독성 물질인 ‘아리스토로킥 산(aristolochic acid)’을 함유한 ‘광방기(廣防己; Aristolochia fang chi)’와 ‘관목통(關木通; Aristolochia manshuriensis)’을 무독한 진짜 약재 방기(防己)와 목통(木通)으로 오용하여 신장 손상 사례가 발표되고 이를 한약 관련 신병증(CHN; Chinese Herb Nephropathy)이란 용어로 명명한 이후, 마치 한약 모두가 신독성이 있는 것처럼 양의사에게 오인되어 금기시 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와 의료환경이 유사한 대만에서 최근에 보고된 몇 편의 임상연구를 살펴보면,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게 적절한 한약이 투여되었을 때 보건학적으로 큰 의미가 있음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2015년의 「Kidney international」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3단계 이상의 중증도 만성 신장질환으로 진단받은 대만 거주 2만5000명의 환자들을 한약 복용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비교한 결과, 한약 복용 그룹 환자들이 신이식이나 투석 단계로의 진행이 유의하게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4년의 「BMJ Open」에서는 만성 신장질환으로 진단된 1만3864명(앞서 언급한 광방기 등의 신독성 한약재로 인한 신장질환 제외)을 조사한 결과, 진단 전 한약을 복용했다가 이후 복용하지 않거나 아예 한약 복용 경험이 없는 환자에 비하여, 지속적으로 한약을 복용하거나 진단 이후 한약을 복용한 환자가 현저하게 사망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2년의 「Preventive Medicine」에서는 만성 신장질환으로 진단된 424명에 대한 대조군 연구 결과, 한의사에 의해 처방되지 않는 한약을 임의로 복용하는 것이 만성 신장질환의 위험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신장질환 환자에게 전문가인 한의사에 의한 한약 치료는 신장 기능의 악화를 방지하고 지연시켜 사망률을 감소시키지만, 무분별하고 자의적인 사용은 크나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할 수 있다.
제13회 세계 신장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한의학이 신장의 기능을 보호하고 악화를 방지·지연시킴으로써 국민건강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