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許琮, 1434∼1494)은 양반관료 출신으로 의학 연구에 뛰어난 능력 발휘했던 儒醫이다.
許琮은 조선전기에 활동한 儒醫들 가운데 의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內醫院提調를 겸하면서 중종 때의 名醫인 金順蒙, 河宗海 등을 가르치기도 했다. 또한 徐居正, 盧思愼 등과 함께 『鄕藥集成方』을 諺解하기도 했고, 尹壕와 함께 『新撰救急簡易方』을 편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 스스로 『醫方類聚』를 요약한 『醫門精要』를 내기도 했다.
허종은 1428년 『新撰救急簡易方』을 편찬할 때 ‘救急簡易方序’를 지어서 간행에 힘을 보탰다. ‘救急簡易方序’는 허종의 저술을 모아 놓은 『尙友堂稿』에 포함돼 있다. 이 문집을 번역한 『상우당 시집』(2010년 성백효 역주로 양천허씨충정공파종친회에서 간행)이 나오게 되어 그 번역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래에 그 내용의 일부를 적어본다.
허종의 ‘구급간이방서’의 번역문이 포함된 ‘상우당 시집’(2010년).
“…우리나라는 성스러운 임금들이 서로 이어 이 백성을 보양함에 그 지극함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술에 마음을 두어 纂定한 것이 많은데 『의방유취』라는 책이 이미 의학서적을 집대성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번거로운 것을 산사가고 요점만을 기재한 것으로는 먼저 『항약제생집성방』과 『구급방』이 있는데, 간혹 취하고 버린 부분이 정밀하지 못하고 자세하고 간략한 부분이 합당하지 못해 모두 쓰기에 합당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성상께서 즉위하시자 은택이 깊고 백성을 사랑하시어 광범하게 뽑고 간약하게 취해서 백성들을 살리고 병을 치료하는 용도에 편리하게 하려고 생각하셨습니다. 이에 영돈녕부사 윤호, 서하군 임원준, 공조참판 박안성, 한성부 좌윤 권건 및 저 허종에게 명하시어 속관들을 거느리고 옛 방문을 찾아내었는데 병은 그 요점을 취하되 위급한 것을 우선으로 하고 약은 그 적은 것을 취하되 되도록 간이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편정한 것은 실로 성상께 여쭈어 명을 받았습니다. 선택한 것이 반드시 정밀하여 간이하면서 소략하지 않고, 또 우리말로 번역하여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책이 완성되자 모두 약간 권, 약간 門이 되었는데, 『구급간이방』이라고 명명하고서 저에게 서문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의술을 알지 못하니, 어찌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제가 들으니 오직 천지의 기운을 합한 것을 사람이라고 명명합니다. 육욕이 그 안에서 손상시키고 오사가 그 밖에서 침범하여 음양이 어그러짐에 질병이 마침내 일어나게 되니, 의약이 있지 않으면 어떻게 구제할 수 있겠습니까? 도성은 약방이 모여 있는 곳이니 비록 위급한 일이 있더라도 괜찮지만 멀리 떠어진 고을과 궁벽한 향촌에서는 병이 소홀히 하는 틈에 일어나 당화하다가 조처가 잘못되어 구원할 방법을 알지 못해 목숨을 잃는데 이르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백성들에 대한 성상의 인자하신 마음이 어찌 여기에 애통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것이 이 책이 지어진 까닭입니다.
이미 담당자에게 명하여 많은 부수를 간행하고 또 여러 도에 반포하여 판각하고 널리 전파하여 집집마다 천금의 비방을 저장하게 하고 사람마다 완전한 공효를 갖추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한번 고통스러운 병이 있으면 굳이 이곳저곳 달리며 물을 필요없이 비록 부녀자나 아동들이더라도 책을 펴서 처방을 살펴보면 치료하는 방법이 마음속에 분명해져서 평범하고 용이한 동식물로 죽어가는 목숨을 이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홍치 2년 기유년(1489) 9월 상한에 정충축기포의적개 순성좌리공신 숭록대부 행병조판서 양천군 신 허종은 공경히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