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정춘숙)는 지난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주본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강도태·이하 건보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선민·이하 심평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지난달 발생한 건보공단의 46억원 횡령사건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집중적인 질의가 이뤄졌다. 위원들은 이번 직원 횡령사건은 개인적 일탈이 아닌 총체적 시스템 미비가 원인인 만큼 2010년 횡령사건 당시와 차별화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현금급여 지급 업무의 청구·승인·지급 권한을 분산시키는 등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횡령사건, 근본적인 대책 마련 ‘촉구’
이날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횡령은 하루만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 6개월 전인 4월부터 9월까지 걸쳐 횡령을 했음에도 시스템상에서 그의 행동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며 “지난 2010년 2억원의 현급 급여비 횡령 사건이 발생한 때에도 공금 횡령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 등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2010년 이후에도 올해까지 총 5건의 사건이 더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건보공단의 보안 관리에 허점이 있다고 강조한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팀장이 지급계좌 정보를 변경하고 승인하는 모든 것을 하는 구조가 이해되지 않으며, 이 자체로 믿기 어렵다”며 “과연 지난 2016년 이후 비슷한 일이 없었을까”라고 반문키도 했다.
강기윤 의원(국민의힘)도 건보공단의 지급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며, △채권등록부서와 지급부서 분리 △시스템상 예금주 변경 제한 △채권담당 직원의 책임보험 보장한도 증액 △계좌 등록·변경 1억원 이상 결재권한을 실장으로 상향조정할 것 등의 대안을 제시키도 했다.
이에 강도태 이사장은 “이사장으로서 이번 횡령사건이 발생한 여러 원인과 책임을 통감한다”며 “건보공단을 믿고 신뢰해준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좀 더 세밀히 챙기지 못한 점을 거듭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문재인케어 둘러싼 여·야 공방 ‘팽팽’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문재인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문재인케어’와 관련한 효과 여부를 놓고 여·야간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초음파·MRI 급여화 이후 전체 인원과 대비해 진료건수를 보여주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초음파의 경우 ‘18년 1.2회에서 ‘21년 1.5회로, MRI는 같은 기간 1.3회에서 1.4회로 각각 증가했으며, 과다의료 이용자의 경우 MRI는 오히려 1.4회에서 1.2회로 줄어들었다”며 “이같은 자료는 과잉진료를 받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조차 급여화가 됐다고 해서 MRI나 초음파를 의료쇼핑하듯이 과다하게 받지는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어 “이렇듯 문재인케어는 비싸서 초음파, MRI 진료를 받지 못했던 국민들이 급여화로 적정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며 “물론 일부 과잉진료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어떠한 정책에도 있을 수 있는 부분이며, 사후관리로 관리해야할 문제이지 문재인케어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문재인케어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원이 의원(더불어민주당)도 “MRI·초음파를 통해 질병이 조기에 발견된 사례들도 있을 것이며, 조기발견이 완치로 이어진 사례들도 있을 것”이라며 “조기발견 사례와 만약 발견되지 못하고 질병으로 이어질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비교하는 연구를 진행한다면 MRI·초음파 급여화로 인해 들어간 비용이 큰지, 아니면 조기치료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부분이 큰지를 비교한다면 더 이상 문재인케어 효과에 대한 논란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은 “문재인케어 시행 5년 동안 건강보험 지출은 ‘17년 57조원에서 ‘21년 77조6000억원으로 1.36배가 증가됐으며, 문재인케어의 건강보험 보장 목표가 70%였지만 ‘17년 62.7%에 비해 고작 2.6% 상승하는데 그쳤다”며 “2.6%의 보장성 증가로 국민이 받는 혜택은 늘어난 것처럼 보게 하면서도 정작 국민에게 떠넘긴 보험료는 2.9%씩 상승시키는 것은 물론 재정 건전성 문제로 적립금 고갈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성 의원(국민의힘)도 “문재인케어에 대한 효과도 있었지만, 예산이 18조, 20조가 들어갔으며, 과연 예산이 들어간 만큼 효과를 제대로 봤느냐”고 반문하며, “보장성 강화는 필요하지만, 급여항목이 필수적인 부분인지 아닌지를 점검하고, 그 다음에 통제해서 풍선효과가 없도록 좀 더 정밀하게 설계하고 해야 하는데, 이렇게 무분별하고 대책없이 포퓰리즘적으로 정책을 만들다보니 들인 돈에 비해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수가협상 제도의 문제점 ‘지적’
이날 국감에서는 현행 수가협상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제기됐다.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의대정원 확대 같은 인력 증원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고, 수가 정상화 없이는 필수의료는 정상화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운을 뗀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은 현행 수가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조 의원은 “수가협상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요약해 보면 우선 건보공단 재정위원회가 사실상 수가협상을 하고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는 지적에 대해 우선 건보공단과 의료계 사이에 협상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더불어 사전에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공개도 하지 않는 ‘깜깜이 협상’, 최저임금이나 물가인상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수가 인상률’, 재정운영위원회에는 아무런 패널티가 없고 공급자단체에만 패널티를 부과하는 협상구조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조 의원은 심평원의 진료비 심사조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의료기관에서 청구한 진료비가 심사조정이 되는 경우에 진료비 삭감 자료에 대해 설명이 정말 부족하다는 등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이의신청을 하더라고 절차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 의원은 “최근 6년간 (이의신청)신청건수는 513만건, 6700억여원에 달하는 가운데 (이의신청을 통해) 인정건수는 58.8%, 40% 가까운 302만건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심평원은 심사를 인정하지 못한 의료기관에게 진료비 삭감 이유와 관련해서는 ‘전문가 자문의견’이라는 의견 정도만 제공할 뿐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더욱이 법적으로 90일 이내에 하게 돼 있음에도 지난해에는 평균 155일이나 걸리는 등 이는 심평원의 슈퍼갑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정도이며, 이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이의신청의 경우에는 제3의 별도 기관에서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