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한의약진흥원(원장 정창현)이 최근 발간한 '한의약정책리포트'에서는 한의약 이용체계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한의 건강보험의 급여체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서병관 교수는 '한의 보험급여 체계 개선을 위한 제언'이라는 글을 통해 한의진료의 수요 특성 및 수요 대비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에 대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한의의료기관 경영 분석에 기반한 실질적인 보험급여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우선 한의과 건강보험의 통계적 특성 분석을 통해 한의의료기관의 경우 △낮은 기관당 인력 △낮은 요양급여비용 증가율 △입원 및 외래의 건강보험 저수가 △약품비 및 재료대 항목의 배제 등의 특징을 제시하면서, 이같은 특징은 의과·치과와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어 약품과 재료대의 급여 확대 등 한의진료의 산업화 제약과 함께 보다 깊이 살펴볼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의 건강보험 급여 범위는 행위와 재료, 약제의 혼합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한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비용 및 급여기준에서 다루고 있는 행위정의의 범위와 분류는 한의사들이 교육받고 진료에 활용하는 의료행위 분류체계와는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의과, 긴 초진시간 등 타 과에 비해 업무강도 높아
이와 관련 서병관 교수는 "총의료사업 원가 중 인건비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의의료기관의 경영형태는 주로 원가보상 비율이 낮은 기본진료료와 진료행위료 의존도가 높은, 즉 한의사 개인의 업무강도에 의존하는 진료형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러한 특성이 환자들이 여러 차례 한의의료기관을 찾아서 진료받는 것이 시술행위를 받기 위함임을 함의한다고 할 때, 한의 보험 급여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진찰료 부분과 시술료 부분에 우선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의과의 초진환자 진찰 시간은 평균 13분으로 상대적으로 긴 편이며, 침·뜸·부항·추나 등과 같은 주요한 시술을 한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하고, 첩약 처방 등의 경우에도 환자와의 상담 자체가 길게 이어질 뿐 아니라 복약지도까지 직접 진행하는 등 업무강도가 상당히 크다.
더욱이 한의진료는 주소증뿐만 아니라 복수의 동반 증상에 대해 평가를 종합해 진료를 제안하고, 그 결과를 피드백하여 진료전략을 다시 마련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즉 이처럼 계통문진을 통한 전반적인 건강 개선을 목표로 하는 한의진료의 특성상 진료 및 시술 시간이 길고 높은 노동 강도를 요구하게 되며, 이는 bottom-up 방식으로 인건비, 재료비, 직접장비감가상각비, 간접비용, 적정이윤을 산출해 종합하는 적정수가에 비해 실제 건강보험 수가는 매우 저평가되어 있는 현실이다.
적정 한의진료의 진찰료 확보를 위한 방안은?
한의 진료모델은 의과와는 달리 환자의 상병을 파악하는 과정과 더불어 증상을 평가하는 과정을 추가로 포함하는 복잡모델로 볼 수 있다. 즉 진찰모델에 포함된 각 요소는 한의사의 진료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연속적으로 혹은 혼재돼 수행되는 경우가 다수 관찰되며, 각 행위의 구분점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각 행위의 발생하는 시점 및 행위의 인정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서 교수는 "의과와 구분되는 한의과 진찰행위 특성 및 노동강도를 수가모형에 녹여내기 위해 직무기술서, 역량모델 등의 자료를 활용해 진찰행위를 구성하는 활동 정의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각 활동정의 항목의 필수 수행 여부, 수행 빈도, 소요 시간 및 업무 난이도 등에 대해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한의과 진찰행위의 특수성과 업무량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의 변증을 위해 수집하는 정보의 객관화·수치화를 위해 많은 한의검사기기가 개발되고 있지만 적정수가 항목 및 수가 규모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많으며, 기기의 연구개발 자체를 위축시키고 있는 현실 개선을 위해 한방검사료의 항목 및 산정지침, 심사기준의 적정화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현행 상대가치 산정방식은 소규모 의원 중심의 한의계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의사 인건비에 대한 회계조사 적정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럽 등 사례를 검토해 인건비 산정시 도시근로자 평균인건비를 기준으로 배율을 정해 동일한 양성기간을 거친 경우 동일한 인건비를 산정함으로써 의료인력 양성에 소요되는 기간 비용에 대한 동등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의과 보장성 강화 위한 시술료 재편 필요
현행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및 급여기준에 의하면 시술료는 △경혈침술 △안와내침술 △비강내침술 △복강내침술 △관절내침술 △척추간침술 △투자법침술 △전자침술 △레이저침술 △분구침술 △침전기자극술 △구술 △부항술 △변증기술료 △온냉경락요법 △추나요법으로 구성돼 실제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교육하고 한의사국가고시, 한의사전문의자격시험 등에서 다루는 시술의 종류보다 현저히 적을 뿐 아니라 분류도 명확하지 못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에 등재 및 분류돼 있는 침·뜸·부항에 대한 시술행위에는 실제 한의사가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행위 중 누락된 행위가 다수 존재하며, 임상에서 업무량 및 소모성 비용에 뚜렷한 차이가 있는 행위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침·뜸·부항에 대한 분류를 침구의학 교과서를 바탕으로 시술 방법(Action)과 시술 도구 및 재료(Means)를 기준으로 재분류, 시술방법에 따른 난이도 차이와 시술 도구 및 재료의 차이에 따른 비용 차이를 상대가치와 수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서 교수는 "구법만을 봐도 구법의 연료 및 방법의 변화와 발전을 기준으로 한 교과서적 분류와 일부 상이하며, 특히 열원의 특성과 자극 방법에 대한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업무량, 재료대를 포함한 회계조사, 위험도 등을 고려할 때 뜸을 시술하는 열원을 신체에 접촉시키는지 여부에 따른 시술방식의 차이를 분류의 기준으로 적용하고, 뜸 기기 또는 재료를 바탕으로 하위분류를 적용함으로써 적정 분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의진료 이용자의 부담 경감시킬 대책 마련 필요
한편 서병관 교수는 "한의약 건강보험 보장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며, 건강보험 내 비중 역시 감소추세에 있는 가운데 국민 및 한의의료 이용자는 한의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요청하고 있다"며 "한의약 중심 지역 건강 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의료기관의 실질적인 경영환경 개선과 함께 한의진료 이용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 교수는 "전체 보건의료 중 한의가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 정책수가를 적용하는 등 방법을 통하여 상대적으로 긴 시간과 업무 강도를 요구하는 한의 진찰료 부분의 산정방안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한의과 의료행위의 다양한 세부적 속성을 가진 한의 치료기술을 반영하고, 새로운 한의과 의료행위 및 행위의 적정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행위정의분류체계의 개정과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및 급여기준 개정을 통한 지속적·유기적인 개발, 발전 및 세분화 모형 도입 검토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