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지난 6일 보건의 날 기념 국회 대토론회를 개최해 이같은 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강은미 의원(정의당) 주최로 열렸다.
◇ 적정인력 기준 마련, 지체할 수 없는 과제
이날 토론회는 ‘보건의료 종사자에게 적정인력 기준을’, ‘국민과 환자에게 안전과 양질의 서비스를’이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1부 식전행사에서는 정춘숙 위원장, 강은미 의원,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 나순자 위원장, 나백주 건강정책학회장이 축사를 전했다.
정춘숙 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은 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사회의 핵심 인력이며, 적정인력 기준 마련은 의료서비스 질 제고를 비롯해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인력의 처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OECD 수준의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적정인력 기준 마련, 근무환경 개선과 적정보상책 수립 등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강은미 의원은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은 일상회복과 향후 감염병을 대응하기 위한 열쇠”라면서 “보건의료인력의 사회적 보상과 위상, 환자를 위한 적정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준으로써 인력 기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강은미 의원
김영경 회장은 “보건의료 종사자 적정인력 기준은 궁극적으로 국민과 환자에게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늘 토론을 통해 간호사의 적정인력 확보와 근무조 당 실제 담당환자 수를 현실화함으로써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순자 위원장은 “보건의료인력의 불안정성 심화를 해결할 적정인력 기준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환자안전과 보건의료인력 등의 처우 개선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백주 회장은 “한국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마련돼 있지만 관련 정부 부서를 지원할 전문지원기구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앞으로 보건의료인력 기준 정립을 포함해 더 많은 정책이슈가 체계적으로 다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업무 과중으로 의료서비스 질 떨어져”
이어진 발표에서는 간호사·간호조무사·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방사선사·임상병리사 등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보건의료인들이 직종별 현황과 요구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최훈화 간협 정책전문위원은 간호사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7년8개월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간호사 배치수준은 환자안전 보장 및 간호의 질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간호사 배치기준의 법제화는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최소 인원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
간호조무사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설명한 남인영 보건의료노조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 대의원에 따르면 현재 간호조무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안전을 위협하거나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병원에서 이뤄지는 간호조무사 불법 파견을 없앰과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간호조무사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연섭 대한물리치료대학 교육협의회장은 “각급 의료기관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물리치료사가 시행하는 법적업무를 무자격자를 채용해 진행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단속이 필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전문 물리치료사제도를 신설하고 차등수가제 등을 도입해 물리치료사들의 권익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신동원 보건의료노조 충주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은 현장에서 작업치료사에 평가·교육·관리 등 업무가 과중하게 몰리는 경우가 많아 정작 의료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다고 토로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작업치료사의 치료 외 업무시간에 대한 적절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호 보건의료노조 백병원부산지역지부 대의원은 장비당 방사선사 필수인원의 법제도화를 촉구하며, 방사선사가 검사와 환자케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인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하는 한편 우상국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 지부장은 “현재 현장 임상병리사 대부분이 인력수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며 “병상 규모에 따른 인력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우상국 보건의료노조 여의도성모병원지부 지부장
이어 시민단체를 대표해 발표를 진행한 김원일 간호와 돌봄 시민행동 위원과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보건의료 적정인력 기준을 제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현장 고려한 제대로 된 정책 필요 ‘공감’
발표에 이은 전문가 의견 시간에서는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 박수경 건강보험공단연구원 연구센터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정형선 교수는 “보건의료 종사자에 대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은 의사인력의 증원”이라며 “2000년대 초반에 결정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의대정원의 축소로 우리 국민이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면서도 과중한 의료비에 신음하는 현재의 의료제도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박수경 센터장은 현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력의 직무 종류와 업무량·강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오는 6월까지 수행될 예정으로,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인력 약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현장을 고려한 제대로 된 인력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한 이주호 원장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보건의료인력국가책임제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 등을 제시하며, 보건의료인들이 환자 곁에서 지속가능한 역할을 수행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관계자로 임대식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장이 참석해 “오늘 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업무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