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이하 사의련·이사장 김봉구)는 국회 3당 의원(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서영석·신현영·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회장 임종한)와 지난 13일 ‘14개 재택의료센터와 함께하는 방문의료사업단 발족식’을 공동 개최하고, 분절적인 돌봄서비스 통합과 직능 간 화합을 위한 다학제·학술 기반 및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14개 재택의료센터와 2차병원 방문의료센터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의련 방문의료사업단(단장 조규석·이하 사업단)은 의료의 사회적·공공적 역할에 가치를 두는 의료기관들의 연대 모임으로, △환자·보호자·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건강생태계 조성 △건강불평등의 원인 연구·교육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활동과 실천을 목적으로 창설됐으며, 한의원, 병원, 의원, 치과의원, 약국,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등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 좌측부터 김봉구 이사장, 서영석 의원, 신현영 의원
김봉구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방문진료가 필요한 노인, 장애인에게는 개인의 질병 상태와 주거환경 등과 함께 지원되는 여러 복지서비스 등을 파악한 적절한 서비스가 공급돼야하므로 여러 직종 종사자의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번 방문의료사업단 구성을 통해 존중받는 돌봄을 위한 다학제·학술적 기반 마련, 시범사업 정착을 위한 방문의료 참여자 간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영석 의원은 축사에서 “지난 코로나 19를 통해 돌봄의 시스템이 무너지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인 인구 천만 시대에 대한 사회적 준비에 사의련이 선구자적 역할을 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발족식을 통해 의료 돌봄 역할에 대한 좌표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소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신현영은 의원은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원래 살던 지역에서 의료·요양·돌봄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받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우리 사회가 꼼꼼히 준비해야 할 분야”라며 “이번 방문의료사업단의 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분절적으로 제공되던 각종 돌봄서비스의 벽을 허물고, 의료 직능 간 갈등이 아닌 화합·존중하는 협력 모델을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익 돌봄과 미래 이사장은 ‘지역사회돌봄과 방문의료’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정신장애나 노인 돌봄은 일명 ‘현대판 고려장’으로, ‘시설화’되어 가고 있어 이에 제3의 공간인 ‘지역사회돌봄(Community Care)’를 통해 △다양한 보건복지 서비스(재가진료, 가정간호 등)를 △사는 집에서 △편리한 방식(가정방문, 기관방문)으로 이용하는 제도를 통해 ‘탈가족화’, ‘탈시설화’ 및 ‘순환적 돌봄 체계(Rotational Care)’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방문보건의료 모델로 일차의료 기반의 한의사를 비롯해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약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을 구성원으로 하고, 지자체 및 보건소를 중심으로 병원과 약국 등이 연계하는 등의 지역 조직화를 제시했다.
또 공공병원, 보건소 등이 방문의료 제공 주체로, 질적 기준 유지, 행정적 지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고, 한의원, 의원, 치과, 약국 등 다수 민간 기관과 사회적협동조합 등의 제3섹터의 참여가 필요하며, 이에 대한 재원으로는 건강보험(의료 서비스 부문), 노인장기요양보험(노인 장기 요양 부문), 기타 예산(장애인·질병관리·조직운영 부문)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이사장은 “이번 사업을 통해 환자의 삶에서 분리된 병의원에서 삶의 현장으로 이동해 통합적 인간 관점으로 접근하는 의료본질을 되살릴 수 있으며, 생의학적 모형에서 사회보건적 모형으로 개념이 전환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우려점으로, △의료인들의 낮은 돌봄 수가 및 역할 견해 차이로 인한 ‘비우호적 분위기’ △단독 개원의의 왕진문제(의원 휴진) 등 ‘의원의 취약성’ △보건·복지 간 및 의료직역 간 ‘내부 직역갈등’을 꼽았다.
김 이사장은 “특히 이번 사업에 있어 의료직역 간, 여·야 간, 정부 부처 간, 중앙·지방 간 갈등 발생이 우려되는데, 이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이에 정부와 각 당사자들은 합리적 논의와 해결 과정 등을 통해 실패의 요인을 줄이는 데 노력해야한다. 돌봄에서는 실패요인을 줄이는 것이 곧 성공의 가능성을 키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규석 방문의료사업단장은 ‘사업단 소개와 활동계획 발표’를 통해 “존중받는 돌봄과 신뢰받는 일차의료를 위해 서로 존중하는 다학제돌봄을 실현하고, 전문 의료 담당자 간 내부 네트워크 및 지역사회 외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기획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규석 단장이 공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5세 이상 노인 중 76.8% 의료기관에서 사망했으며, 지난 2020년 독거노인은 35.1%, 노인빈곤율은 40%(OECD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 의료돌봄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보호자가 환자를 살인하는 ‘간병 살인’이 발생되고 있으며, 요양시설 등에서 부족한 간병인을 대체하기 위해서 화학적 수면 등의 구속 형태가 종종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조 단장은 사업단에 대해 △신뢰받는 주치의 △다학제 협업 △새로운 의료를 핵심가치로, 재택의료센터·방문의료 시행 의료기관 구성원, 방문의료에 관심있는 보건의료인·전문가 회원과 한의사, 외과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이 운영위원회로 구성된 단체라고 소개했다.
올해 사업 계획으로는 월례모임을 통한 △방문 진료의 한의 역할 △위루관, 목관 교체 등 튜브관리 교육 △파킨슨 진행에 따른 약물 사용과 운동 △우울증과 치매 관리 △구강 관리 △다제약물 복용 관리 △낙상방지를 위한 하지 근력강화 운동법 △욕창 및 상처 관리 △대상자 확대를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성 등의 강좌와 함께 ‘방문의료 지침서’ 발간과 올 하반기 학술대회를 통해 방문의료 정책 제안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허영진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장애인에 대한 치료비 부담 경감과 장애인의 의료선택권을 위해 국가가 장애인 주치의제에 대한 책임을 갖고, 한의를 포함한 공공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영진 부회장에 따르면 올해 재택의료센터 16곳 중 한의원은 3곳이 지정됐으며, 전체 3만명 한의사의 한의원 중 약 1500곳이 공공의 진료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그 중 400곳은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올해 보건복지부는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을 통해 한의약 건강돌봄에 대한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이와 관련해 대한한의사협회는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가 진행하는 한국형 다직종 일차의료 모델 연구에 참여할 계획이다.
허 부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2018년도부터 시행된 장애인 주치의제에서 한의사는 아직 배제된 상황”이라며 “결국 모든 국민은 ‘예비 장애인’이요, 노화와 장애는 분리될 수 없다. 즉 장애인 주치의와 노인 건강 돌봄은 따로 분류해 볼 수 없기에, 한의사의 장애주치의제 참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허 부회장은 이어 “한의계에서는 한의협 업무와는 별도로 방문 의료를 비롯한 여러 진료 혜택을 모든 장애인이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치료비 부담을 낮춰주는 ‘장애인 치료비 재단과 민간형 장애인 주치의제(가칭)’를 추진 중이며, 나아가 한의계가 공공의 영역에 참여하는 방문 진료의 모델 등이 실질적으로 구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선정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수석은 “지난 5년 동안 장애인건강주치의 시범사업에서 전국에서 활성화된 곳들은 다학제 팀이었다”며 “장애인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거, 영양, 구강관리, 환경, 식습관, 약 복용, 운동 등 복합적 지지 체계가 갖춰져야 하며, 이에 대한 제도의 컨트롤 타워 역할과 참여 의사 및 의료기관을 관리하고 컨설팅해줄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근 한국커뮤니티케어 보건의료협의회 공동대표는 “방문의료사업 성공여부는 정부 의지와 직역 간 협업 여부에 달려있다. 여야 간, 직종 간 장기적 ‘합의 의제’로 설정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한국지역사회통합돌봄진흥원(가칭)’을 설립해 콘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전반적인 구강 기능 향상을 위해 치과 등도 통합돌봄 일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