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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3일 (토)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4>

한의학의 현재와 미래- <4>

이학로 원장

천안 약선당한의원<한의학당 회장>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존경받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과학계의 슈퍼스타 황우석 박사일 것입니다. 아무리 과학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황우석’이라는 이름 석자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과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떤 것인지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황우석이라는 이름에 우리나라 사람들만 열광하는 것일까요?



아마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생명공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연구와 업적이 의미하는 바 정도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인류사회는 과학 지식에 있어서 만큼은 전세계가 동일한 지식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와 사회주의 사회에서 서로 다른 물리학이나 서로 다른 생물학이 신봉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학은 세계 어디에서든 보편적인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가령 서울에 있는 한의사인 갑돌씨가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비견될 만한 한의학상의 위대한 치료법을 발견했다고 합시다.



갑돌씨는 이 사실을 전국에 있는 한의사들에게 알리고 더 나은 치료법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갑돌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같은 학교 동기인 을돌씨에게 이론적인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알아듣지 못하더라는 말입니다.



갑돌씨는 A라는 의미에서 ‘기(氣)’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을돌씨는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氣)’를 B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대화가 원활히 될 수 없었습니다. 갑돌씨는 둘이 서로 다른 개념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 나의 위대한 발견을 전할 길은 없구나...’라고 체념은 했으나 치료법만이라도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치료법을 을돌씨에게 자세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을돌씨는 그 치료법 조차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알지 못해서 적절히 적용을 하지 못하고 응용력도 전혀 생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얼마가지 않아 을돌씨는 이내 그 치료법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갑돌씨는 가슴이 아팠지만 결국 그 치료법을 알리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조용히 자신만의 위대한 발견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공감은 가는 내용이라고 생각됩니다. 불행히도 우리에게는 한의학에 대한 대화를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앞서도 얘기하였지만, 한의학을 설명하는 용어의 표준화와 객관화가 이루어지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21세기의 자연과학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그 의사소통의 중심에 수학이라는 언어가 자리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같은 경우로 한의학의 언어소통을 위해서도 하나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각자의 생각을 이어줄 이정표가 필요합니다. 16세기 동의보감시대의 언어로는 부족합니다. 21세기의 우리는 그 말들의 사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지요.



21세기 한의학의 언어는 결국 인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의학은 인체를 치료하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가쟁맹의 한의학계에서 이론의 여지없이 받아들여 질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 또한 인체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위기앞의 한의학이라고 모두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위기에서 건져줄 밧줄은 오직 한의학의 언어와 인체를 엮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언어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연결고리를 이용해 한의학을 21세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학문으로 재해석해 내는 작업이 절실합니다. 갑돌씨의 연구가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길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위기속에서 살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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