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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3일 (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경험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경험을 값으로 매길 수 있을까”

KOMSTA 제176차 라오스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김상균2.png

 

김상균 원장 (자양한방병원)


학생 때, 공중보건의 때, 여행 많이 다녀둬.

 

한의대생이나 한의사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아마 여행이 주는 청량감을 소중히 여기고, 한의사로 살게 되면 시간 내는 것이 여의치 않으니 이런 말을 하셨던 것 같다.

 

현재 나는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여행은 언제나 즐겁지만, 일 년에 몇 안 되는 여행만 기다리면서 살게 되면 나의 아름다울 수 있던 일상들이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어렴풋한 생각을 하던 중에 콤스타 해외봉사가 나에게 찾아왔다. 낯선 이국땅을 여행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러 가게 되면 어떨까. 그것도 내 몇 안 되는 재주인 의술을 통해서 말이다.

 

마침 차인표 씨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던 때라 시간을 빼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호기롭게 176차 라오스 한의약 봉사단에 지원했다.

 

의료봉사를 하게 될 라오스 비엔티안 미타팝 국립병원에 도착하기까지 타지로 떠나는 설렘과 막중한 부담감이 뒤섞여 가슴이 싸르르 해지는 낯선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도착하자마자 쉴 새 없이 의료용품과 준비해 간 약품을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곳에 배치했다. 다음날 준비를 마치고 밖을 바라보니 5일장이 열린 읍내 같았다. 백여 명이 대기하고 계셨고, 구석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분도 계셨다.

 

김상균1.png

 

드디어 진료 시작, 한 명. 두 명. 어느새 숫자를 세는 것도 잊게 됐고, 환수(患數)보다 시간이라는 단위를 사용하게 됐다. 2시간만 더 힘내자! 그렇게 총 3일간 4개 진료부에서, 1일 차에는 265명, 2일 차에 314명, 3일 차에 361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라오스는 최빈국이고, 부의 분배가 편중된 나라다. 우리는 진료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분부터 고위층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환자들을 볼 수 있었다. 당뇨와 고혈압 환자가 매우 많았고, 기본적인 생활 티칭조차 들은 적이 없는 분이 많아 일일이 알려드리느라 통역해 주시는 선생님께서도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다. 또 고된 노동으로 근골격계 환자가 많았고, 목, 허리 디스크 증상을 호소하시는 환자분들은 X-ray나 MRI 사진을 들고 오셔서 본인 상태에 대해 진료를 보고 싶어 하셨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환자가 몇 분이 있는데, 구안와사(벨 마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젊은 남자 학생은 매일 와서 치료받으라는 말을 듣고 첫날에 이어 이튿날에도 첫 번째로 줄을 서서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셋째 날 오전 진료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마음이 쓰였다. 그런데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수줍게 와서는 많이 좋아졌다며 아직 어색하지만 휘파람도 들려주었다.

 

한 분은 왼손이 한 달째 퉁퉁 부었다며 찾아온 중년 여성분이었는데, 문진을 해보니 상해를 입은 적도 없고, 류마티스 검사, 요산 수치도 정상이라고 하셨다. 자가면역질환이라기에는 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아 막연하던 찰나에 사암침을 써서 치료해 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재진으로 오셨을 때 증상이 너무 좋아져서 통역 선생님도 나도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번 기회를 주신 콤스타와 관련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의료봉사를 이끌어주신 강동철 명예단장님과 김주영 팀장님을 보며 폭넓은 의료지식과 지치지 않는 열정과 체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 또한, 같이 동고동락했던 이승하 주임님, 한의대 학생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부끄럽지만, 전 대학 시절에 학생 여러분들처럼 해외봉사를 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잔잔한 제 일상에 파란이 일고, 침전되는 것들을 들여다보니 이번 봉사활동은 나눈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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