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양방 협진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해 동의대학교 부속 동의의료원에서는 한방병원(병원장 김영균)과 양·한방협진센터(소장 안창범) 주관으로 ‘양·한방 협진의 현재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양방 협진에 관한 임상세미나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동의의료원 개원 17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한·양방 진료과장과 간호부, 외부 인사 등이 참석하여 협진에 대한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진을 활성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현재 동의병원은 한방이 180베드, 양방이 460베드 규모로 한방은 17명의 진료교수가 있으며 양방에도 임상 각과에 40여명의 과장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으로 협진을 하기에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으나 그동안 일부과를 제외하고는 협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中·西 협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북경 중일우호병원의 주임의사 두 명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는 순서도 마련됐다. 중일우호병원 중의내과의 곽개회(郭改會) 선생이 가장 관심이 많은 중풍의 중서협진에 대해 소개하였고, 국제의료부 왕위강(王偉鋼) 선생이 만성 폐질환(COPD)의 협진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중일우호병원은 일본정부의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병원으로 협진뿐만 아니라 해외환자의 유치에도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 국내 한방병원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었다. 다만 중국에서의 협진은 주로 양방의 주사액과 함께 한약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정맥주사용 약침액을 겸하여 활용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의료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해외환자의 유치에 있어서도 한·양방 협진이 원활히 이루어짐으로 인해서 가장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좋은 지침이 되었다.
다음으로 동의의료원에서 지금까지 협진이 가장 원활하게 이루어진 안면마비클리닉의 성과에 대해서 침구과 안창범 교수와 이비인후과 조범규 과장의 공동 발표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한·양방 협진 치료를 받은 안면마비 환자 378명을 대상으로 임상적인 분석을 통해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바람직한 협진 모델을 제시했다. 즉 본원에서는 안면마비환자를 대상으로 양방 이비인후과의 협진을 통해서 바이러스 감염 등의 원인을 조기 발견하고 신경검사를 통한 정확한 예후를 제시함으로서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시행할 수 있었다.
끝으로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의 유명철 병원장이 ‘양·한방 협진-새로운 의료패러다임의 대안이 될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이 이뤄졌다. 동서신의학병원 최근 개원 1주년을 맞아서 한·양방 협진이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예상보다 1~2년 앞서서 달성할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병원이어서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관심있는 주제였다.
한·양방의 교류가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한·양방 협진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님을 인식할 수 있었고, 특히 협진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이 있었다.
현재 동의의료원에서도 협진 병동 운영을 비롯하여 한·양방의 접수·수납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결국 협진이 중복진료나 과잉진료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협진이 되기 위해서는 환자 위주의 진료라는 인식의 전환과 한·양방 상호간의 끊임없는 대화와 교류가 전제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자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윤 현 민 동의대학교 한의대 교수(본지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