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 변화만큼 농촌인구 질환 패턴도 달라져
건강강좌, 농촌체험 등 진료 이외 활동 요구
통일 후 대비 북한 내 한의대 의료봉사 필요
5일간의 농촌의료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도시의 차량과 소음의 홍수 속으로 빠져 들어가자니, 비록 봉사활동 당시에는 숙소로 도망가고 싶어했던 그 덥고 지저분한 마을회관이 오히려 안전지대였다는 생각조차 든다. 봉사활동을 다녀오고 느낀 점은 농촌 환경의 변화만큼이나 농촌인구의 질환의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 봉사활동기간(7월23일~7월27일) 중 만난 농촌의 관계자분들은 더 많은 환자를, 더 오랫동안 진료하는 것을 원하기보다는 건강강좌, 농촌체험 등 진료 이외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요구해 나를 놀라게 했는데 그것은 곧 농촌에는 무료진료에 목마른 환자들이 넘쳐나고 그러므로 얼마든지 진료자 주도적인 행위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던가를 말해주는 것이었다.
물론 대도시만큼의 다양한 문화혜택을 입지는 못하고 삶의 질이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농촌 또한 이제는 과중한 노동과 저소득의 그늘 아래서 각종 질병에 신음하는 이미지를 벗어나 일정 정도의 여가를 향유하는 것처럼 보였다.
첫날 마을 대표자들과 대면하는 자리에서 과거 이삼십대 청년들이 도맡다시피 하던 공동체 활동을 대신 담당하는 중년~노년의 농촌지도자의 얼굴에는 고단함보다는 오히려 활력이 풍겨져 나왔다.
직접 차를 몰고 진료장소를 찾거나 자전거나 전동휠체어에서 내리면서 “어디 침 한번 맞아 볼까?”라는 환자들이 역설적으로 자못 건강해보였다면 잘못 본 것일까? 어떤 환자는 읍내의 유료 의료기관을 거쳐서 곧 바로 마을회관에 들르셨던지, 침을 놓아야 할 자리에는 방금 붙인 것이 분명한 파스가 나로 하여금 공연히 환자를 뒤척이게 했던 일도 있었다.
이러한 농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한의과대학생들 중심의 농촌의료봉사활동의 내용과 형식도 당연히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예방과 양생이 한의학의 본류라고 한다면 의료봉사기간 중 건강강좌는 침 놓고 약 주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정이 되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 팀은 진료가 끝나고 중풍을 주제로 한 시간 정도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했고 효과 또한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나는 이것을 양방향 의사 소통을 통한 이번 의료봉사 활동의 큰 성과로 여기고 있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의활 대상지를 북한권까지 확대·전환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매번 방학 기간만 되면 한의대생들은 침과 뜸과 약을 들고 전국적으로 흩어져 봉사활동에 임하는데, 한의대생의 의활은 치료 그 이상으로 지역사회에 한의학 알리기를 수행한다는데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봉사자들은 봉사지 선택에 있어서 누구나 의료 혜택과 홍보 효과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곳에 방문하고 싶어 한다.
그런 곳이 어디 있나? 나는 하루빨리 판문점 너머로 한의대생 의료봉사단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절차상 문제만 해결된다면, 개성이나 해주는 중부권 학생들이 버스편으로 당일로도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이다. 의료 지원, 특히 학생들 위주의 한의학적 교류는 북측에서 볼 때 다른 어떤 분야보다 주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이 사업은 향후 통일 이후의 한의학적 전망까지 고려할 때 강력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으나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 일이므로 그 이전에는 현재의 의활 내용을 개선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요컨대 이번 의활은 수십년 전통의 한의대 방학 의활이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