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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7일 (수)

박경모 경희대학교 동서의료공학과 교수

박경모 경희대학교 동서의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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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TC 215에서의 한의약 의료정보 표준



터키 이스탄불. 유럽과 아시아의 거대한 정신이 맞대어진 도시. 이 도시는 단지 사흘간의 회의 참석만을 위해 가기에는 아까운 곳이다. 보건복지부 표준화 연구를 수행하는 경희대 심범상 교수,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정보화 사업단 송미영 단장, 의료연구부 최선미 부장과 함께 회의가 끝나자마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가 참석한 회의는 이미 잘 알려진 이름이지만 결코 일상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ISO(국제표준기구, Inter 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기술위원회 215와 CEN(유럽표준위원회, European Committee for Standardization) 기술위원회 251의 합동 회의였다. 각각 TC215와 TC251로 불리는 이 그룹들은 건강정보학(Health Informatics)의 기술 표준을 위해 만들어진 협의체이다.



예를 들면, 환자 정보는 어떠한 방식으로 기술되어야만 하고, 전자 건강정보시스템은 어떤 업무를 다루어야 하며, 또 약물정보는 어떻게 호환되어야만 하는가 등에 대해서 기술 보고서(technical report)와 표준을 작성하는 곳이다.



TC215·TC251은 세계 건강정보학 기술표준 협의체



그간 필자와 심범상 교수는 수차례 이 회의에 참석해 오면서, 한의 의료정보학 분야에서의 기술 표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표준이란 현재 사용하는 중구난방의 규약들을 하나로 깨끗이 정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표준은 규제에 지나지 않고 屋上屋이 되기 쉽다. 표준은 최신의 도로를 깔아주고 인프라를 제공하여 새로운 산업들이 들어설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표준화는 미래를 위하고 세계 공동체를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에서 발간한 전통의학 용어표준, 경혈위치 표준 등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학문적 성과이기도 하다. 추후 침 표준이나 한의 의료기기 표준 등도 만들어져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10월 13~14일에 있었던 회의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중국이 ISO/TC215의 정식멤버가 되자마자 첫 회의에서 중의학 의료정보 표준을 위한 작업 아이템(work item) 5개를 제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 중의학 의료정보 표준화 작업 아이템 5개 제안



중국인들은 그들이 최근 20~30년에 걸쳐 쌓아온 이 분야의 연구와 국가표준들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안건들을 제안하였다. 중국측 참가자는 국가표준화연구원, 국가중의약관리국 그리고 中國中醫科學院의 중의약신식연구소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의약신식연구소 사람들은 익히 서로 알고 있는 관계여서 내심 반갑기도 하였지만, 이들이 국제 표준을 위한 전통의학의 명칭을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중의학)으로 하자는 주장을 여러 반대들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수할 때는 안타까웠다.



한편 일본인들이 한의학 관련 안건들에 대해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인 것에도 놀랐다. 평소에 그 작업 그룹(working group)에서 일하지 않던 이들도 다 모였으니까. 한·중·일 이외의 다른 국가들의 관심도 예상 밖으로 매우 컸다. 한의학 연구원에서 참가한 두 전문가에게도 이번 회의가 표준에 관련된 국제 동향과 중국측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의료정보 표준화 세계의 흐름을 간파하자



우리는 한·중·일을 포함한 유럽, 북아메리카, 호주 등이 참가한 임시 그룹(ad hoc group)을 만들었고, 차기로 예정된 에딘버러 회의 전까지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의료정보 표준을 위한 활동계획(action plan)을 보고서로 제출하기로 하였다. 여기에는 우리가 다루는 의학의 명칭을 포함하여 어떤 표준들이 만들어져야만 하는가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 기존의 표준을 이용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 등 포괄적인 것을 다룰 것이다. 또한, 필자와 중국의 추이멍(崔夢) 등이 다음 회의 때에는 당장 필요한 몇 개의 표준을 위한 ‘새로운 작업 아이템 제안서’(new work item proposal)를 제출하기로 했다.



아무리 커다란 항아리라도 작은 구멍이 생기면 물이 새기는 마찬가지인 것처럼 의료정보 표준이라는 조그만 일들도 한의학의 다른 분야와 잘 엮기여 나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 뜻 있는 분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라며, 한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일관적이고 장기적 안목에서 다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본 회의 참석을 아낌없이 지원하여 파견해준 대한한의사협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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