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윤 대전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여름, 한의학교육학회에서는 제1회 KorMEE( Korean Medicine Education Elevation)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효과적인 임상실습 교육을 위한 교수법과 평가에 대한 각 학교의 사례 공유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1,200 시간 이상으로 늘어난 임상 실습과정에 적합한 효과적인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교수자와 학생들의 호응이 있었고, 상당히 유익한 논의가 이어졌다.
많은 성원에 힘입어 한의학교육학회는 지난 10일 상지대학교에서 기초한의학 교육의 다양한 교수법과 현대적 접근을 주제로 제2회 KorMEE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당일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였을 만큼 한파가 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현장에 참석하셨는데, 특히 이번에는 학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심포지엄 내용을 온라인으로 송출하여 온라인 참석도 가능하도록 했다.
방학기간 중임에도 온, 오프라인 참석자들이 많아져 기초한의학 교육에 대한 고민과 관심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비록 시간의 제한으로 인해 충분한 토론이 부족했으나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자료집과 발표 내용이 좋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기초한의학 교과의 다양한 교수법 적용 사례 공유를 통해 교수자들의 학습 내용 전달이나 수업 운영 노하우를 알 수 있었으며, 질의응답을 통해 유의미한 통찰로 이어져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비교과 연계 실험실습 프로그램은
심화 학습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먼저, 상지대 병리학 권보인 교수의 ‘비교과 프로그램을 연계한 병리학 실습 사례’ 발표가 있었다. 병리학과 병리학 실습 교과는 상지대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본2학년에서 본1학년으로 개설 시점이 빨라지게 되었는데, 그에 따라 수업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PBL(Problem-Based Learning)방식을 도입한 조별 활동과 생명공학 기법을 실습하는 비교과 연계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PBL의 평가에 교수자와 함께 동료평가가 이뤄지도록 했는데, 특히 경청 태도를 중시하여 학생들이 서로 양질의 질문을 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답변을 유도한다는 점이었다. 무작위로 질문자를 배정하여 모든 학생들이 고루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었다.
각 조장과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교과 연계 실험실습 프로그램은 정규 수업 시간에 하기 어려운 심화 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었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를 원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시도로 생각되었으나 예산 등 현실적 한계점으로 인해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의대의 현실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 발표를 들으며 매 조마다 교수자의 면담과 첨삭을 하며 수업에 교수자가 얼마나 열정을 쏟는지 느껴져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더불어 PBL의 성공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교수자의 개입 시점과 개입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병리학 실습에서 교수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개입을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또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효과적인 학습을 유도하는 것은 좋았으나 비교과 프로그램의 교과화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교과 프로그램의 개설 취지와 목적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3D 가상해부테이블 활용한 해부학 교육
학생들의 친숙도와 해부학 이해도 높아”
다음으로 상지대 이동혁 교수는 ‘3D 가상해부테이블을 활용한 해부학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카데바 중심 교육의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해부학 이론 수업 내용을 복습하며 실제 해부 실습을 수행하기 전 확인 학습으로 3D 가상해부테이블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의 친숙도와 해부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학생 4~6명으로 조를 구성하여 임상례와 연결된 PBL 과제를 부여하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해부학 수업을 이렇게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웠고, 보다 완전한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만,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과중하다고 느껴져 학생들의 불만은 없는지 궁금했다.
임상과 연계한 해부학 수업은 최근 중요시되고 있는 수직 통합 교과의 구성에 용이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교과와 통합된 해부학은 어떠한 효과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동혁 교수는 현재 한의계의 뜨거운 이슈인 초음파 등의 영상 의료 장비를 도입한 해부학 커리큘럼 개발이 필요하다 하였는데 그 인식에 동의하며 매우 유익한 시도라 생각한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는 ‘음양의 현대적 이해와 활용’을 주제로 교육 사례를 발표하였는데, 음양이라는 어려운 개념을 조작적 정의와 객관적 측정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식을 소개했다.
뽀로로 등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오버워치 등 게임의 캐릭터를 음양으로 분석하거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인물 캐릭터를 사상체질로 분석하는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흥미를 유발하도록 설계된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이 발표를 들으며 한류 열풍과 함께 사상의학 등의 한의학 컨텐츠와 한의학교육 프로그램이 전 세계로 뻗어가 한의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부학 초심자 위한 호기심 유지 전략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왜?’라는 사고 남겨”
상지대 여수정 교수는 경혈학 교과에서 각 경락의 유주와 지식을 학습하면서 관련된 임상 사례를 제시하여 PBL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소개했다. 학생들이 실제 가지고 있는 질환을 선정하도록 하여 관심과 흥미를 유지시키고 자침 실습을 하며 호전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별 수업이었다.
아무래도 난치질환보다는 짧은 기간 안에 호전될 수 있는 질환으로 선정을 해야 학생들이 치료되는 경험을 실제 함으로써 더욱 수업의 효과가 높다며 타 교과와의 팀 티칭 가능성을 제시했다. 임상과 연계된 기초한의학 교육은 현재 매우 중요시되고 있는데, 경혈학 교과 역시 앞선 해부학 사례와 마찬가지로 팀 티칭 뿐 아니라 통합교과를 구성하기에 좋은 교과라 생각됐다.
마지막으로 경희대 박히준 교수의 ‘해부학 초심자들을 위한 호기심 유지 전략’ 발표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지식보다는 ‘인체에 대한 호기심’과 ‘왜?’라는 사고를 남겨주고 싶다는 교수자의 교육관은 개인적으로 울림이 있었다. 해부학 수업에서 플립 러닝, 하브루타, 퀴즈, 성찰일지 등의 7단계에 걸친 단계별 학습은 교수자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으며, 이 교과에서 적용한 다양한 학습법의 장점과 단점을 학생 설문으로 확인하여 더욱 개선된 수업을 하고자 하는 교수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번 한의학교육학회의 심포지엄은 작년 임상실습 교육 주제에서 기초한의학 교육의 다양한 학습법 적용으로 이어지는 좋은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학술 행사가 이어져 각 한의대의 특성을 살린 교수법과 교수자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공유된다면 타 한의과대학에 소중한 참고자료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벌써부터 다음 학술행사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