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경락경혈학회(회장 김재효)가 20일 ‘파킨슨병 한의치료의 신경과학적 기전과 임상적 근거’를 주제로 기초연구자와 임상한의사가 함께하는 ‘제1차 온라인 학술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이날 김재효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여 년 전에 한의학에 있어서의 자침 연구는 대부분이 통증에 관련된 치료 효과에 대해서만 주목하고 있었다”며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사이 파킨슨병이라고 하는 뇌질환에 대한 자침 치료 연구나 한의학적 기전 연구가 상당 수준 일반화되고, 전 세계에서도 한국이 선두 주자로서 자리매김했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이러한 연구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에는 박히준 교수님과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다”며 “오늘 발표될 내용들이 앞으로 더 나은 한의학의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자생의료재단 척추관절연구소 이예슬 박사가 사회를 맡은 가운데 △침치료, 시상하부의 문을 열다: 파킨슨병의 신경과학적 접근(박히준 경희대 한의대 교수) △임상현장에서 바로 활용하는 파킨슨병 한의치료의 근거(권승원 경의의료원 한방병원 교수) 등이 발표됐다.
박히준 교수는 “파킨슨병은 전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며, 최근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해 사회·경제적으로 해결이 필수적인 질환”이라며 “주로 안정 시 떨림, 근육 경직, 운동의 느려짐, 자세 불안정 등이 나타나는 운동 장애로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인지 저하와 같은 다양한 비운동 증상이 많이 나타나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고 밝혔다.
또한 박 교수는 “환자의 운동 이상은 뇌의 흑질에서 도파민 신경세포의 광범위한 소실이 나타나고, 선조체에서 이러한 소실은 도파민 분비의 감소를 초래해 운동 기능 이상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며 “또한 이러한 신경 퇴행은 해마에서의 시냅스 가소성 손상과 관련이 있으며, 기억력 저하와 같은 비운동 증상이 환자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우리 연구팀은 파킨슨병에 효과가 있는 경혈을 탐색하기 위해 양릉천, 후계, 신맥과 같은 경혈들에서 효과를 비교했으며, 그 결과 양릉천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경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릉천에 침을 놓으면 신경 보호물질 및 항염증, 항산화 인자들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시냅스에서 도파민의 활용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침치료가 어떻게 흑질과 선조체의 도파민 신경을 조절하는 것인지에 대한 단서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 및 양릉천 침치료에서 MCH뉴런의 역할에 대한 연구 결과 등을 공유해 참여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 요약하면서 “말초 경혈 침자극에 의한 파킨슨병 치료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뇌 기능 조절 원리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중뇌 흑질과 해마로 뻗는 MCH 신경 경로가 각각 존재함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침치료에 의해 활성화되는 각각의 MCH 신경 경로에 의해 운동기능과 기억력 회복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신경회로 조절을 통한 파킨슨병의 운동 및 비운동 증상에 대한 동시 조절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강의에서 권승원 교수는 파킨슨병의 표준치료에 대해 “목표는 운동 및 비운동 증상을 개선해 환자의 일상 수행 능력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에 대한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약물치료 등은 증상을 호전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의 개선이 아니며, 비운동 증상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면서 파킨슨병에 왜 한의치료가 필요한 이유를 밝힌 권 교수는 파킨슨병 한의치료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유효성(파킨슨병의 각종 증상 개선 및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함) △안전성/안정성(파킨슨병 환자에 안전해야 하며 기존 치료에 악영향을 주지 않아야 함) △경제성(파킨슨병 환자가 지속 가능한 수준의 경제성을 갖춰야 하며, 보험제도의 적극적 응용이 필요) 등을 꼽았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보중익기탕 △반하후박탕 △육군자탕 △억간산 △억간산가후박지실 △작약감초탕 △대건중탕 △마자인환 등 임상현장에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각각의 한약이 환자들의 어떤 증상에 효과를 보이는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제시했다.
아울러 권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침치료의 임상효과에 대한 연구들을 공유하면서 “침치료를 통해 운동증상의 개선, 경위보행의 개선, 비운동증상의 개선, 신경가소성 증진 등의 유효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