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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2일 (월)

날선 사회 속 한 줌의 사랑

날선 사회 속 한 줌의 사랑

한의학 웰빙 & 웰다잉 32

김은혜 원장님(최종).jpg

 

김은혜 치휴한방병원 진료원장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원장의 글을 소개한다.


환자 한 분을 또 떠나보냈다. 임종 전까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운 당신의 고통을 버텨내기엔 억겁과도 같았던 긴 시간이었고, 그와 동시에, 아들을 먼저 떠나보낼 준비를 해내야만 하는 부모가 버티기엔 터무니없이 짧았던, 6개월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이 가족들의 곁을 지켰다. “진짜로 할 게 더 없나.”, “제발 뭐라도 해주세요. 살고 싶어요.”라고 울부짖던 사람들이, “그저 편하게만 해주소.”, “제발, 이제 그만 좀 보내주세요.” 라고 말하기까지에도 고작 6개월의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다. 


사망 선고를 하고, 배, 등, 코, 옆구리를 포함한 뚫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부위에 꼽혀져 있는 관을 하나씩 직접 빼는 와중의 나도, “어찌 네가, 아들 된 도리가 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먼저 가버리노.”라는 말에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데, 고작 심연의 찰나뿐인 그 말을 내뱉는 당신들의 마음은 어떤 심경일지는, 어쩌면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타인의 비극을 삶의 동기로 승화


장례를 마치고 인사 차 다시 병원을 들른 어머니, 아버지는 나를 꼭 끌어안으며 말씀하셨다. “그래도 걔가 잘 살았나 보더라. 참 사랑을 많이 받고 있었대...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엄마 된 도리로, 아들이 그런 자취를 남기고 떠났는데 내가 그것보다 못 하면 되겠나.” 

며칠 뒤에는 병원에서 친해졌다는 다른 내 환자로부터 말을 들었다. “인사는 벌써 했었고, 서로 다른 곳에서 잘 살다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 했어요.” 같이 일을 마무리 했던 간호사 선생님과도 짧은 대화를 나눴다. “원장님. 세상엔 영원한 게 절대 없다 잖아요. 그러니까, 영원한 이별도 없는 거예요. 언제나 그랬듯이,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다가, 다시 만날 날이 오겠죠.”


언젠가 이러한 환자와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들었던 비판이, 타인의 비극을 누군가의 삶의 동기로 승화하려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었다. 말기 환자를 볼 때마다 나 또한 거듭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은혜2.jpg


누군가의 따뜻함을 느끼는 큰 감동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평생토록 앞으로 걸어 나가기 위해 단련하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비(悲)극’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상처가 될 수 있을뿐더러, 타인으로서 우리는 그들의 다짐에 그저 응원만 해주는 것이 최선의 위로일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들이 말 하는 ‘잘 살아보겠다.’라는 표현이, 잠깐 넘어졌지만 엉덩이를 툭툭 털고 벌떡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다짐으로 충분한 건지, 혹은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저 멀리 보이는 얇은 줄 하나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써야만 하는 노력이 필요한 건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비극이라 불릴 법한 상황이, 언젠가는 남은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줬다고 느끼는 날이 도래할 수 있도록 바랄 뿐이다. 


나라가 어수선해지면서, ‘내 살길은 내가 찾아야 된다’라는 절박함이 강해지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한 사람의 행동이 한 집단에 또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훨씬 크게 느껴지는 요즘인 것 같다. 


간절하고 치열하게, 그리고 혹자가 평가하기에는 더 이기적으로 보일 정도로 살면서도, 어딘가의 폐해로 인한 희생에 더 크게 분노하며, 누군가의 따뜻함에 더 큰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요즘이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이토록 실감 되는 건 최근 중에서는 요즘이 가장 큰 것 같다. 


타인에게 베풂으로써 받게 되는 위로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영향력이 선하고 아니고 따질 것도 일단 깜냥이 되고서 말하라고. 하지만 소위 돈을 포함한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라는 죽음을 앞둔 상황을 보면, 고작 말 한 마디가, 눈 마주침 한 번이, 짧은 포옹 한 번이, 그리고 관심 어린 질문 하나가 정말로 형언하기 힘든 큰 위로가 된다. 


그 위로로 누군가는 장례식장 뒤에서 하염없이 울다가도, 또 영차 일어나서 조문객들을 맞이하러 갈 힘을 얻고, 누군가는 내일도 눈을 떠보자는 의지를 다지며,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인생의 목표를 세운다. 


나 혼자 먹고 살기에도 너무 버거운 세상임도 불구하고, 때로는 인간이라는 존재 차제가 타인에게 베풂으로써 도리어 내가 위로 받는 사회적 동물일 때가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되새겼으면 한다. 


날선 사회 속에서 한 줌의 사랑이 따뜻한 봄바람을 몰고 올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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