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상열 원장(화성시 귤림당한의원)
전 제주한의약연구원 초대원장
[한의신문] 지난달 필자는 을사년 뱀의 해를 맞아 ‘사독약침의 기원과 효능’에 대해 기고한 바 있다.
사독약침은 백화사(白花蛇)에 기반한 한의학적 기원이 있으며, 그 효능 또한 백화사의 효능·주치증의 연장선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요지였다.
백화사의 효능 주치증을 토대로 개인적인 임상 경험을 더한 사독약침의 특징적인 치료 효과는 다음과 같다.
사독이 피부질환에 뛰어나다는 인식은 이미 일반화돼 있다.
피부 질환에 있어서는 자가면역, 진균, 바이러스 등 그 원인을 막론하고 모두 효과를 보인다. 예컨데 아토피, 무좀, 사마귀에 두루 다 치료 효과가 있다.
통증 치료는 급성통증이 아닌 만성통증에 해당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만성통증은 대개 통증만이 아닌 기능적 이상도 동반한다.
사독은 근력저하나 시림·저림 등의 감각 이상이 동반되는 오래된 만성 통증에 효과가 뛰어나다.
이때 기능 이상도 호전됨은 물론이다. 문헌에 백화사가 완고한 ‘비증(痺證)’을 치료한다는 것은 이를 의미한다.
또한 사독은 신경계 증상과 질환의 치료 효과도 뛰어나다. 본래 백화사는 중풍 치료에 쓰는 주요 한약재다.
이를 현대적으로 응용해보면 중추신경계 질환만이 아니라 자율신경, 정신신경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계 증상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임상적으로 다한증, 불면·우울·불안증, 대상포진후유증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들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백화사의 ‘역절풍(歷節風)’ 치료 효능을 사독에 적용해 보면 류마티스관절염 외에도 자가면역 질환 일반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현대의 많은 난치 질환이 자가면역성 기전에 기인한다고 보았을 때 사독이 지닌 여러 난치질환 치료 효과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독은 그 효능이 특정 펩타이드에서 기인한다. 경구투여 시 소화과정에서 어느정도 분해되는 반면 주사 형태로 직접 주입 시 그대로 흡수돼 사독 펩타이드의 약리적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치료제도 안전성이 우려된다면 사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점이 현재 한의계에 사독약침의 전파가 미비한 이유라 생각된다.
이에 본란에선 2회(상·하)에 걸쳐 사독의 안전성 및 금기증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 보고자 한다.
물론 비임상 단계의 기존에 실험 보고된 범위 내에서 검토되는 제한적인 고찰임을 전제한다.

▲일본 오키나와 뱀술
“사독약침, 열처리·필터링 통해 주요 독성 물질은 제거 돼...”
뱀독의 사용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우선 뱀독은 단백질과 펩타이드가 주성분으로, 구강으로 섭취 시 소화기관에서 대부분 분해돼 그 기능을 잃는다는 점을 일차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진 PLA2나 Metalloproteinase 등이 열을 가하거나 알콜에 의해 변성돼 불활성화된다.
하지만 몇몇 안정성이 높은 저분자 펩타이드는 이러한 처리에도 불구하고, 남아서 약성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민간에서도 독사를 탕으로 달이거나 술에 담궈 복용했다. 현재도 중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코브라, 바다뱀 등의 맹독성 독사를 요리하거나 술에 담궈 상업적으로 판매한다.
약침 조제 과정에선 이보다 엄격한 열처리 및 필터링 과정을 거치게 된다.

“뱀독 아나필락시스? WHO 알레르젠 DB에 포함 안돼...”
사독약침을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일 것이다.
이론적으로 인체에 흡수되는 모든 이물질과 더불어 마시는 물조차도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성분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밀, 땅콩, 게 등 20여 종의 식품류 품목과 함께 기타류에 벌독, 모기, 곰팡이 등이 있다.
WHO 공식 알레르젠 DB(www.allergen.org)에는 1126가지 알레르기 항원(Allergen)이 등재돼 있지만 뱀독은 여기에 실려있지 않다.
물론 논문을 검색해 보면 뱀독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사례가 드물게나마 보고되고 있으나 이는 특이 사례에 해당한다.
차호에는 구체적으로 사독약침의 안전한 사용 용량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