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麗에서 간행한 ‘靈樞’, 중국의 교과서가 된다”
탄바 모토타네(丹波元胤)의 黃帝針經論
일본의 의학문헌학자 탄바 모토타네(丹波元胤, 1789〜1827)의 『中國醫籍考』(1819년 간행) 5권의 醫經의 ‘內經靈樞經’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발견된다.
“『宋史』 哲宗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1093년(元祐八年) 正月 庚子日에 高麗에서 헌상한 黃帝針經을 天下에 반포하였다.
江少虞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哲宗 대에 臣寮들이 말하기를 내가 보건데, 高麗에서 헌상하여 온 책 안에 黃帝針經九卷이 있다.
素問序에서 漢書藝文志의 黃帝內經十八卷이라고 칭한 것에 의거할 때,素問은 이 책과 더불어 각각 九卷이니 이에 본래의 숫자에 부합된다.
이 책이 오랫동안 兵火를 겪어 亡失되어 거의 없어졌는데, 뜻하지 아니하게 東夷(高麗를 말함. 역자주)에서 보존해두어 지금 이에 와서 헌상하였으니, 篇帙은 모두 온존하니 海內에 선포하여 배우는 사람들로 하여금 외워 익히게 하지 않을 수 없다.
조정에서 상세하게 참작해줄 것을 엎드려 바라니 尚書工部에 하달하여 印板에 새겨서 國子監에 보내어 법식에 따라 인쇄하였다.

귀하게 여길 바는 濟衆의 功이 널게 天下에 미치게 하는 것이니, 황제께서 秘書省에 명령을 내려서 의서에 통하여 훤히 알고 있는 관원 두세명을 가려 모아서 교정 대조하도록 하고 本省에 명령하여 詳定을 마치고 명령한 바에 의거하여 시행하였다.(宋史哲宗紀曰:元祐 八年, 正月庚子, 詔頒高麗所獻黃帝針經於天下, 江少虞曰:哲宗時, 臣寮言, 竊見 高麗獻到書內, 有黃帝針經九卷。據素問序, 稱漢書藝文志, 黃帝內經十八卷, 素問與此書各九卷, 乃合本數, 此書久經兵火, 亡失幾盡,偶存於東夷, 今此來獻, 篇帙俱存, 不可不宣布海內, 使學人誦習, 伏望朝廷詳酌, 下尚書工部, 雕刻印板, 送國子監, 依例摹印施行, 所貴濟衆之功, 溥及天下, 有旨令秘書省, 選奏通曉醫書官三兩員校對, 及令本省詳定訖, 依所申施行。)(宋朝類苑)”(필자의 번역)
위의 기록은 탄바 모토타네가 자신의 저술 『中國醫籍考』에 『宋史』와 江少虞의 『宋朝事實類苑』에 언급된 내용을 따온 것이다.
『宋朝事實類苑』은 宋나라 시대 江少虞이 編한 것이다. 이 책은 少虞가 宋代 朝野의 事迹에 散見하여 있는 諸家들의 記録들을 모아서 편찬한 것이다.
위의 기록에서 ‘黃帝針經九卷’은 후대의 『靈樞』이다.
당나라의 王冰이 『素問』에 주석을 붙일 때(762년 완성) “班固漢書藝文志曰, 黃帝內經十八卷. 素問卽其經之九卷也, 兼靈樞九卷, 乃其數焉”이라고 하여 이미 『靈樞』를 언급하여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석 가운데에 ‘靈樞曰’, ‘針經曰’의 인용이 혼재되어 있어서 林億 등이 송나라 시기인 1057년 校正醫書局이 설치되어 의서를 교정하는 가운데 王冰이 『靈樞』와 『針經』을 같은 것으로 보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것은 調經論第六十二의 “神氣乃平”에 대한 王冰의 注釋을 林億이 評論하여 “詳此注引 ‘針經曰’, 與三部九候論兩引之, 在彼云『靈樞』, 而此曰『針經』, 則王氏之意, 指『靈樞』爲『針經』也”라고 한 말에서 확인된다.
아울러 林億은 王冰의 『素問』주석에 나오는 『針經』의 문장은 당시 『靈樞』라고 호칭하고 사용된 책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에 『靈樞』라는 이름의 책이 온전한 판본이 없기에 다 알 수 없다고 하였다.
1155년이 되어 南宋의 史崧이 ‘家藏舊本’을 내어서 『靈樞』를 만들었는데, 이 ‘家藏舊本’이 高麗에서 1093년 송나라에 獻上한 『針經』인 것임이 분명하다.
시기적으로 60년 정도의 차이가 있기에 ‘家藏舊本’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高麗에서 간행한 『針經』이 송나라에 전달괴어 기존에 있었던 『靈樞』라는 이름의 책을 대체하여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靈樞』가 된 것이다.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