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민주화운동과 한의학은 우리 사회와 의료계의 제도적 소외자들의 대표격이다.
그런데 광주의 한의학이라면 얼마나 더 깊은 제도적 소외 속에서 버텨나가겠는가?
국가적 제도의 소외 뿐만 아니라 메이저 의과대학 두 개가 꽉 잡고 있는 시의 정책에 광주의 한의학은 더더욱 차별 받고 있다.”
지금 광주는 한창 외부손님들을 맞이하는 준비에 바쁘다.
38년 전의 이날 광주에는 외부손님들을 못들어 오게 하려고 광주시민들이 피를흘려가며 막았었다.
그 피도 부족했는지 계엄군은 그렇게 광주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렇게 38년이 흐르고 지금은 외부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한창인 광주의 5월이다.
2018년 5월 18일은 38주년을 맞는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다.
5월 18일에는 ‘5월 광주, 정의를 세우다!’라는 슬로건아래 많은 행사가 준비 중이다.
국립 5.18민주묘지와 금남로 일대에서 추모공연, 헌화·분향, 기념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이 진행되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이창현군(당시 8세)과 38년간 아들을 찾아다닌 아버지 이귀복 님의 사연을 담은 씨네라마(영화+공연)가 공연되어 깊은 울림을 전달할 예정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널리 알려진 독일인 기자 故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부인 에델트라우트 브람슈테트도 참석한다.
38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도 당당하게 제창 할 수 있는 행사가 되었다.
당시 승리로 축배를 들었던 군부세력들과 그 한가운데 있었던 그의 딸은 늙고 병들고 감옥에 들어가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와 닫는다.
흔히 우리민족을 ‘한’의민족이라고 한다.
그만큼 역사상 무수한 고통과 억압을 견뎌내 온 민족이기 때문일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역시 군부독재의 억압속에서 한이 폭발한 경우 일 것이다.
38년전의 5월은 아주 최근의 역사이다.
그 때의 피해자가 아직도 살아있고, 군부독재의 총 칼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가족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최근의 역사이다.
민주국가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최근의 역사속에서 온몸으로 고스란히 겪었던 사람들은 그 후로도 차별과 억압속에서 더 큰 한을 품고 살아왔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자유를 얻기 위해 싸웠던 피해자들은 오히려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빨갱이 지방이라며 차별 받던 지역의 일이 그나마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것이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주었다.
그러나 그 큰 상처의 트라우마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어린 시절 그 무서움을 모르고 지나간 필자에게도 그러한 환자들이 심심치 않게 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처와 마음속 ‘한’의 치료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한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의학이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민족말살 정책하에 온갖 난도질을 당했으며, 그 적폐의 영향이 현재까지 국가정책 속에 온전히 들어가 있지 못하는 차별을 받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서 서구의 국가들까지 한의학을 육성하고 체계화해가는 국가적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정책에서 한의학이 배제되어가고 있다.
이 역시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서 억누르고 있는 한민족의 ‘한’일 것이다.
광주민주화운동과 한의학은 우리 사회와 의료계의 제도적 소외자들의 대표격이다.
그런데 광주의 한의학이라면 얼마나 더 깊은 제도적 소외 속에서 버텨나가겠는가?
국가적 제도의 소외 뿐만 아니라 메이저 의과대학 두 개가 꽉 잡고 있는 시의 정책에 광주의 한의학은 더더욱 차별 받고 있다.
한의학에서 병인을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나누고 내인을 그 최상으로 둔 것은 인간의 칠정이 몸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인가를 강조한 것이다. 가슴속의 칠정의 한은 사람을 아프게 한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직접적인 피해자 뿐만아니라 광주시민의 가슴속에는 차별과 억압에 대한 깊은 한이 있다. 몸을 아프게 한다.
지역적 특성상 이런 내인을 고려해야 치료가 된다.
마치 세월호의 안산처럼 지역적 특수성이 있는 ‘한’의정서를 고려해야한다.
이러한 직간접적인 피해자들에게는 가벼운 감기부터 몸의 큰 상처까지 그냥 교과서적인 치료가 아닌 한을 감싸주는 치료를 더해야 한다.
다른 환자들보다도 더 깊은 한을 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국가적 폭력에 상처입은 사람들을 일제의 폭력에 양방의 폭력에 상처입은 의학이 치료하는 것은 어찌보면 참 운명적인 것도 같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사망피해자들의 사진을 보고 홍어택배 운운하며 조롱하던 일베의 일원인 최대집씨가 의사협회 회장이 되었다.
광주시민이자 한의사인 내가 보기엔 충격적인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을 것인가라는 것은 둘째 치고, 과연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을 뽑을 정도로 의사라는 집단은 민주시민인가? 지성인인가? 라는 충격.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돈다.
언제나 흥한 사람은 없다. 바른 것은 반드시 제자리를 찾는다.
희망을 갖자.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군부독재의 후신인 과거의 여당이 무너지고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공식적으로 불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처럼 한의학도 다시 국가의 틀안에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그동안 과거의 정부에서 행해왔던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국가적 소외나 한의학의 국가적 소외를 이제 바른 위치에 올려주어야 한다.
바른 위치는 동등하게 대우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기울어져있던 운동장을 바르게 맞추려면 약자와 소외자를 더더욱 우대해주어야 그나마 동등해진다.
정부는 한의학을 더 우대하고 국가제도는 한의학을 더 육성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적폐가 청산되고 양방과의 균형이 맞는다.
소외와 차별이 없는 사회, 화합과 소통의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한민족의 ‘한’을 풀어주는 가장 훌륭한 치료제이다.
그 가운데서 한의학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도와 차별이 문제였지 한의학이 문제가 아니다.
쫄지마 한의학! 쫄지마 한의사! 반드시 제자리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