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취지와 달리 향후 규제로 작용해서는 안돼
현실성 있는 기준과 참여 기관에 실질적 지원 필요

보건복지부가 약침제 및 일반한약을 조제하는 원외탕전실의 전반적인 조제과정을 평가하고 인증하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오는 9월부터 본격 시행하겠다며 지난달 23일 인증기준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하지만 동인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한국원외탕전실협회의 경우 일단 정부의 방침에 따라간다는 입장이지만 공청회 이후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기준에 대한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권기록 한국원외탕전실협회장은 “정부가 하겠다는데 우리가 가타부타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 가진 회원 간담회에서도 어쨌거나 국가가 제안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권 회장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는 생각되지만 인증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 양방 제약회사 기준보다 더 어려우면 어렵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에서 제시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2억 원이상의 시설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영세한 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자율적으로 평가인증을 받을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이유다.
대한한의사협회 역시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러한 정책이 한의사의 기본적인 조제권과 진료권을 침해하거나 향후 제도의 도입 취지와 달리 규제로 작용되는 것에는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의 실행 과정에서 예를 들어 ‘탕약 중심’에서 ‘한약제제 중심’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인해 기존의 탕약이나 조제가 변화되고 새롭게 바뀐다는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이 없도록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의 기준이 현실에 맞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참여 기관에 대한 지원과 이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과 같은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연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 시행기관은 한약진흥재단이며 의료법령에 따라 설치된 한의의료기관 원외탕전실을 대상으로 자율신청제로 시행된다.
인증평가는 ‘일반한약조제 원외탕전실’과 ‘약침조제 원외탕전실’로 구분해 진행되는데 2017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98개 원외탕전실 중 일반한약 조제 원외탕전실은 92개소이고 약침조제 원외탕전실은 15개소, 약침과 일반한약을 모두 조제하는 원외탕전실은 9개소다.
평가항목에는 정규항목과 권장항목(탕전실의 수용성·현실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규항목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평가항목)이 있는데 등급 판정시 권장항목은 평가하지 않고 정규항목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인증평가 등급은 ‘인증’과 ‘불인증’으로만 판정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한약조제 원외탕전실 인증기준안’은 KGMP(Korea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와 HACCP(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기준) 기준을 반영해 △탕전실 시설(8개 부문 : 정규항목 18, 권장항목 23) △탕전실 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8, 권장항목 8) △경영 및 조직운영(3개 부문 : 정규항목 8, 권장항목 2) △직원관리(5개 부문 : 정규항목 8, 권장항목 5) △문서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7, 권장항목 4) △지속적 질 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4, 권장항목 2) △원료한약관리(3개 부문 : 정규항목 8, 권장항목 2) △조제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15, 권장항목 5) △포장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5, 권장항목 7) 등 9개영역 29개 부문(정규부문 25개, 권장부문 4개) 139개 기준항목(정규항목 81개, 권장항목 58개)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위생적인 한약이 조제될 수 있는 시설 기반과 탕전실 공간분리 또는 구획을 통한 오염발생 최소화를 위한 항목은 물론 조제과정에서 환자의 처방약이 바뀌지 않도록 확인하는 항목, 객관적인 평가 및 사후관리를 위한 문서관리체계 항목 등이 포함됐다.
‘약침조제 원외탕전실 인증기준안’은 △탕전실 시설(6개 부문 : 정규항목 42, 권장항목 12) △청정구역 관리(4개 부문 : 정규항목 24, 권장항목 11 △경영 및 조직운영(3개 부문 : 정규항목 8, 권장항목 2) △직원관리(5개 부문 : 정규항목 16, 권장항목 8) △문서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7, 권장항목 4) △지속적 질 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2, 권장항목 3) △원료한약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11, 권장항목 1) △조제관리(8개 부문 : 정규항목 38, 권장항목 10) △포장관리(2개 부문 : 정규항목 10, 권장항목 2) 등 9개 영역 34개 부문(정규부문 30개, 권장부문 4개) 218개 기준항목(정규항목 165개, 권장항목 53개)으로 구성됐다.
인증기준은 약침액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KGMP에 준하는 시설 구축을 요구하고 있으며 청정구역의 청정도 등급은 ISO 14644-1에 따라 분류하고 최종멸균 방식으로 작업하는 약침제의 경우 약침액 조제는 C등급 이상으로 관리하되 원자재 준비 등 대부분의 준비 작업은 최소한 D등급의 환경에서 수행하도록 했다.
또 약침액 조제과정에서의 철저한 멸균 준수 및 이를 기록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완제품에 대한 시험검사 항목도 도입했다.
인증 결과 및 인증등급에 이의가 있는 경우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인증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처리 결과를 신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통보해줘야 한다.
원외탕전실 인증 유효기간은 3년이며 인증받은 원외탕전실은 매년 인증기준에 대한 자체점검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자체점검 보고서 제출 후 1개월 이내에 현장평가를 통해 인증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유지·관리되고 있는지 확인돼야 ‘인증’등급이 유지된다.
다만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 △약사법 제68조(과장광고 등의 금지)에 의거, 인증마크를 탕전실 조제 의약품의 포장재 활용 등 ‘의약품’ 자체에 대한 인증으로 오인 여지가 충분해 소비자 기만행위를 할 경우 △탕전실의 종별 변경 등 인증의 전제나 근거가 되는 중대한 사실이 변경된 경우 △중간점검 결과 판정 수준이 ‘미충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인증 취소 사유가 된다.
인증이 취소되면 취소 후 1년 이내에 인증 신청이 불가하다.
인증을 받은 원외탕전실에는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해당 원외탕전실의 조제 약침 및 한약을 이용하는 의료기관은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 등을 통해 해당 사실을 홍보할 수 있다.
인증 비용은 인증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초기에는 정부가 부담한다.
원외탕전실 인증을 신청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오는 8월15일부터 한약진흥재단 홈페이지(www.nikom.or.kr)를 통해 접수할 수 있으며 인증을 위한 의료기관 현장점검은 9월1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인증기준으로 1주기 평가인증 사업을 올해부터 2021년 12월까지 시행한다.
인증 유효기간 내 재인증을 통해 3년 연장이 가능하며 1주기 이후 인증신청에 대해서는 2주기 인증기준을 적용해 평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