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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4일 (수)

연세의대의 혁신적 교육실험 결과는?

연세의대의 혁신적 교육실험 결과는?

19-2서동인(한평원 선임연구원)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PNP(Pass/Non-Pass) 제도를 시행 중인 연세의대의 실험이 한의학 교육의 변화 방향에 시사하는 바를 싣는다.








 



국내 의학교육 사상 역사적인 실험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바로 ‘의과대학 학생평가제도 혁신을 위한 심포지엄 - 경쟁에서 융합과 협력으로’라는 행사이다(6월22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이번 행사는 국내 40개 의과대학 중 유일하게 전과목에 대해 PNP(Pass/Non-Pass)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의 첫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로 의학뿐만 아니라 교육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였다.

그것을 방증하듯 150여석의 자리가 넘쳐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연세의대 관계자 외에도 이혜정 소장(교육과 혁신연구소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 이진한 기자(동아일보) 등이 모여 연세의대의 교육혁신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학생들의 학업소진 방지에 가치를 둔 PNP(Pass/Non-Pass) 제도



송시영 연세의대 학장은 서두에서 ‘우리나라 인재들 특히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융합보다 경쟁을 추구하는 학업풍토 속에 자라왔는데 과연 이러한 문화와 제도가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방식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에서 출발해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진행해 왔다고 언급했다.

6년간의 시도를 통해 연세의대 학생들은 적어도 학업을 배우는 동안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의학을 배움과 동시에 커뮤니케이션 및 연구, 의사로서 지역사회와 국가를 이해하는 것을 배웠음을 자부하고 있었다.

임기영 한국의학교육학회장은 “평가가 학습을 좌우한다”라는 조지밀러의 말을 인용하면서 연세의대의 과감한 절대평가 제도의 선도적 도입에 대해 높이 평가를 했다.

김동석 연세대학 의학교육학 교실 교수는 ‘학생평가 패러다임 전환: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라는 발표주제로 가장 먼저 왜 절대평가를 도입했는지에 대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교육학뿐만 아니라 의학교육에서도 학습하는 것을 확인하는 평가(assessment of learning)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로 변화되는 추세이고, 사회가 바라는 의사에 대한 요구가 반영되면서 성과(역량)중심교육을 실시하게 되었다.

연세의대에서는 36개의 졸업역량을 성취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데 역량과 성과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려다보니 상대적인 서열의 의미에 대한 재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결론은 결국 상대적인 서열만 매겨봤자 큰 의미가 없으면서 서로간의 협력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이 되었고 이러한 풍토 및 제도 속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길러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실험에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교육했음에도 결국 졸업생들이 갖춘 역량은 기존에 측정했던 학생들의 역량과 차이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역량은 더 앞서나갔고, 그것을 대변하는 지표로 국가고시 합격률 또한 기존보다 높아졌음을 입증했다.



‘딴 짓’을 할 수 있는 행운과 행복



필자는 무엇보다도 본과 4학년 학생의 발표에 관심이 갔다. 교수가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한 설계를 했어도 그 성과로 나타나는 것은 결국 학생이기 때문이다.

그 학생은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두 가지를 언급했는데, 첫 번째로 학업스트레스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PNP 제도를 함에도 불구하고 절대 학업량이 많고, 결국 일정 수준의 학습성과를 성취하지 못하면 재학습 및 재평가를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습자는 pass를 기준으로 학습하는 반면 교수들은 모든 학생을 A+를 만드려고 하는 인식의 차도 나타난다고 했다.

두 번째로 자신과 공동의 성장경험을 이야기했다. 학업이 여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인 내용을 이수하면 개인의 시간이 확보되어 소위 ‘딴 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것이다. 연구나 추가적인 학업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개인의 학업에서 소진되지 않는 취미활동, 봉사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한 경쟁보다는 협력적인 분위기를 통해 서로 대화하고 공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음을 고백했다.

이러한 학습환경 속에서 교육을 경험한 그들은 설문에서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는 의견을 넘어 ‘이 학교에 와서 행운이다’라고 까지 고백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최근 의학교육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된 학생들의 학업소진과 관련한 부분도 일부 개선된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물론 그 안의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은 아니었겠으나 교육의 일차 수혜자인 학생들이 그렇게 평가를 했던 것은 나름의 의미와 성과가 있는 제도임이 틀림없었다.



한의계는 어떤 교육을 할 것인가?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매몰되어 있던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분명 이번 연세의대의 실험은 의학교육에서 큰 반향을 가져왔다.

아직 제도의 효과에 대한 완벽한 검증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측면이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평이다. ‘학생의 진정한 성장’ 보다는 ‘공정성’이라는 잣대가 더 중요해짐에 따라 오히려 확인해야 할 질문이 달라진 것이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PNP 제도가 완벽히 대안적인 제도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아직 의대도 시범적으로 두 군데 대학에서 시범실시하는 현실이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문화의 맥락상 평가에서의 기존의 ‘공정성’이라는 가치의 중요도를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세계 유수 의학 교육 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왔고, 우리나라도 의학계열에서는 이와 같은 제도가 점차 확산될 추세로 보여진다.

의학계의 인재육성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쉴새 없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이러한 (교육)평가방식이 맞는지, 그리고 그 평가방식의 효용성과 가치에 대해서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당장 적용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변화의 추세와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는 ‘어떤 교육철학과 고민 위에서 교육을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의 공유가 필요하다. 이제는 교육에 대한 책무를 사회의 구성원들이 한의계에 요구하고 있다.

타인과 비교하여 순위를 매기는 평가를 위한 평가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기르고 진정한 학습을 위한 평가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러한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한의계 안에 많은 생각이 오고가길 바란다. 훗날 다수의 한의과대학(원) 학생들이 ‘내가 이 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서 행운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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