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응원 후 그들은 왜, 자신들의 쓰레기를 모두 치운 걸까?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2018 러시아 월드컵 경기로 온 지구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지난 2일, 세계의 여러 언론들은 “16강전 패배 이후에도 엄청난 쇼는 계속 이어졌다”며 몇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세계의 유명 언론에서 언급한 ‘엄청난 쇼’는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독일 전차군단과 축구 강국 브라질의 탈락 소식이나 마라도나에 비견될 약관 19세의 프랑스 선수인 음바페의 놀라운 경기력도 아니었으며, 일본과 벨기에전도 아니었다. 그것은 경기 종료 후 관중석에서 일어난 일본 팬들의 모습과 경기에 진 일본 선수들이 자신들이 사용했던 락카룸을 깨끗이 청소한 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러시아어로 적은 편지를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은 벨기에에 2대3으로 패배하여 8강 진출이 좌절됐다. 얼굴에 분을 바르고, 일장기를 두른채 승리를 위해 목청 높이던 일본 팬들은 자국의 패배에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파란 비닐봉투를 들고 관중석에 버려진 쓰레기를 깨끗이 주어 담았다. 또한 경기에 진 선수들도 자신들이 사용했던 락카룸을 깨끗이 청소하고 ‘감사하다’는 편지를 써 놓고 사라졌다는게 외국 언론에 신선한 충격으로 비친 것이다.
우리도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된 ‘붉은 악마’가 거리 응원을 마치고 보여준 모습이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서 열린 경기에서 일본의 응원팀과 선수들이 보여준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하도록 한 것일까? 과연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면서 우리한테 ‘가깝고도 먼 나라’이다. 우리 역사에 중국과 더불어 가장 아픔을 많이 준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대충’ 알고 있으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대충’ 알고 있으면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일본을 ‘무시’하는 나라는 아마 우리일 것이다. 손자병법 謀攻편에 ‘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이야기다. 여행 자유화가 되면서 세계의 울타리가 없어졌다. 더구나 요즘 젊은이들은 저가 항공의 출현으로 제주도 여행가는 정도로 이웃집 마실 가듯 일본 여행을 즐긴다.
그러나 스포츠 종목과 관계없이 한국과 일본이 맞붙으면 다른 나라에는 지더라도 일본만큼은 무조건 꼭 이겨야 한다는 열렬한 애국심(?)이 불타오르기 일쑤다. 지진,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 뉴스에 달리는 댓글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과격한 용어가 넘쳐 난다. 이런 속내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는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필자는 오랜 세월은 아니지만 일본의 명문 사학인 와세다대학에서 漢醫學이 아닌 한국의 韓醫學을 전파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본인의 속살을 살짝 엿보게 되었다.
와세다대학 근처에 350년이 넘는 소바집 三朝庵은 그 곳 2층에서 ‘2.8 독립선언문’을 작성했다는 역사적 의미까지 더해져 자주 애용하는 곳이 되었다. 또한 300년이 넘는 장어집은 일본인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라 갈 적마다 감탄했었고, 2만여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진도 9.2의 2011년 토호쿠 대지진을 통해서는 엄청난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일본인들의 바보(?)스러울 정도의 질서 의식에 놀란 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빠르게 기독교와 서구 문물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21C 현재까지도 일본은 철저한 신분사회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남녀관계에 있어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오히려 우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자라는 사실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믿어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본 응원단과 선수들이 보여준 모습은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연출이 아니라는 것을 필자는 와세다대학의 축제 때마다 아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 일본 대학 축제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는 와세다 축제는 1박 2일 동안 일본 전역에서 16만명에서 20만명 이상이 찾아 온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들, 딸은 물론이고 손자, 손녀와 함께 3대에 걸쳐 각종 학술대회장과 행사장을 누비다보니 대학 구내는 물론이고 와세다 역에서부터 발 디딜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축제는 학생회가 주관하는 것이므로 학교 측에서는 쓰레기통조차도 지원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기존에 있던 것마저도 축제 전날 외부로 빼버리니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쓰레기통을 만들어 축제 기간 동안 사용하여야 한다.
선발위원회서 심사하여 통과된 동아리에서 각 지역의 특산 음식들을 만들어 판매하지만 주류를 판매하거나 마시는 행위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한류가 한창 붐이었던 2010년부터 여러 해 동안 학생들과 김치전과 떡볶이, 김치와 돼지고기를 넣은 소바 볶음면 등을 만들어 팔았는데 재료가 떨어져 빨리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1박 2일 동안 1500인 분을 팔아 와세다대학 축제 중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와세다대학 축제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전 일본 대학 축제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만큼 한류의 열풍이 강했다는 증거이리라.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은 누구의 지시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구역을 청소하는데 과연 이곳에서 축제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깨끗해진다. 휴지는 고사하고, 과하게 표현해 혀로 핥아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일본 대학은 학과 보다는 동아리 선배가 끈끈하다. 심지어는 중·고등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이유가 동아리에 들어가기 위함이라고까지 할까? 이렇게 연결된 선후배간의 위계질서는 모든 행사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그 역할에서 벗어남은 결국 그 조직에서 도태됨과 직결된다.
일본 사회는 혈액형 B형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 조직에 순응하는 A형 인간을 요구한다.
튀는 인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장에서 B형의 지원자가 면접관에게 본인이 B형인 것을 밝히며 자신이 조직에서 튀지 않을 것임을 미리 이야기 한다고 하지 않는가.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완전히 다른 나라’임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