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효과적인 임상실습을 위하여
어느 가을 저녁, 학생의 자리마다 흰 가운이 놓였다. 각자의 몸에 맞춰진 가운에는 역시 각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도열한 교수님들 앞으로 자신의 가운을 들고 학생이 서면, 각 교수님들은 그 가운을 입혀주며 학생을 축하한다. 기념촬영을 하고 후배들은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며 선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가운을 입은 학생들은 하나같이 들뜨고 상기된 표정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장한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예비 의료인으로서 아마 지난 시간의 학습에 대한 반성이나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 보겠다는 각오와 다짐이 섞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임상진입식 풍경이다. ‘임상진입식’이라는 행사와는 상관없이, 본과 3학년 학생들에게 임상 실습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강의실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병원에서 실제 환자들을 보며 학습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날 때 설렘과 동시에 두려운 기분을 느끼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그동안 배웠던 지식과 기술을 구체적으로 적용해 봄과 동시에 더욱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설레기도 하겠지만 직접 환자를 접하며 그들의 고통을 마주한다는 것은 일면 두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교과서상의 이론과 지식을 실제 임상과 비교해보며 1차 의료의로서의 자질을 갖춘다는 점에서 임상 실습은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임상 실습 교육의 질은 교육 병원과 실습 여건, 임상 교수, 환자, 동료와의 상호 작용, 학생 본인의 의지 등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교육 병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각 학교 졸업생이나 재학생의 말을 들어 보면 현재 국내 12개 한의과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임상 실습 교육은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교육 병원과 실습 여건이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대학운영규정에는 의,한,치의학의 학과를 두는 대학은 부속시설로 부속병원을 반드시 갖추어야 하며, 부속병원이 없을 때는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기준을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하여 실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임상 실습 교육 병원의 기준이나 평가에 대한 규정이 없다. 각 한의과대학의 교육 병원은 임상 실습 교육에 필요한 공간, 전산시스템 확충, 교육 전담 부서와 인력 충원 등의 제반 여건을 잘 살펴 필요시 개선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격을 갖춘 임상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시설과 여건을 갖추는 것은 임상 실습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교육 병원은 실습 교육에 대해 제대로 수행되었는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자체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한다. 임상 실습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하려는 고민과 노력 없이는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실습 교육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국제의학교육연맹(WFME) 역시 교육 병원의 의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적합성과 질적 수준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정부의 재정 지원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 병원의 평가와 관련하여 각 대학의 인증 평가와 더욱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본 환경이 갖추어진 후에는 임상 교수와 환자, 학생이 맺는 다면적 관계를 통해 임상 실습 교육의 질이 결정된다. 대개 임상 교수들은 진료와 연구에다 학생 교육까지 맡고 있어 현실적으로 매우 분주하고 여유 없는 일상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열심히 실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즉각적이며 적절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의 반응을 관찰하며 더 깊은 학습을 촉진하는 촉진자로서의 역할이 부여된다고 할 수 있다.
학생은 환자 진료를 참관하며 실제 임상을 간접 경험하면서 1차 진료 역량을 키워야 한다. 강의실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과 술기 등을 숙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실습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임상 지도 교수와 동료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본인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단순한 질병에 대한 지식과 처방, 술기 뿐 아니라 의료인으로서의 역할과 태도를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은 학생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며 임상 각 과 전공의 효율적인 실습을 위하여 매년 임상 실습 지침서를 발간, 배포하고 있다. 임상 실습 지침서를 통해 학생들은 해당 전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주의사항을 미리 숙지하는 등 임상 실습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학교와 병원이 긴밀하게 협의하여 학생들의 임상 실습을 돕고 교육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위해 임상 실습 지침서를 발간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본과 3학년 학생들의 임상진입식이 열릴 것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많은 시험을 통과하며 임상 실습에 들어가는 후배들에게 가능한 많이 보고, 듣고, 배우며 최선을 다하라고 말하고 싶다. 임상 실습이 역량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큰 발판이 되길 바라며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함께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