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현재 한방의학 연구 수준은?
박소정 대전대학교 둔산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
통합의학은 환자 맞춤식 치료법으로 가는 미래의학의 패러다임
“통합의학은 근거와 객관환, 표준화 데이터를 만드는 것”
의사라면 모름지기 최적의 치료법을 환자에게 제공해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꿈꾼다. 최선의 의학이란 환자중심의 의학이며, 이는 전인적인 관점에서의 치료를 기본으로 한다.
통합의학은 이러한 전인적 치료법에 대한 근거, 논리와 검증을 통해 보다 나은 환자 맞춤식 치료법으로 발전시키는데서 시작한 미래의학의 패러다임이다. 한국의 의료 환경은 과학적이고 경제적이며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의료환경을 4차 산업시대에 맞게 더욱 선진화하기 위해 최근 한국에서는 대한통합암학회 등 통합의학 관련 학회가 출범하고 보건복지부 사단법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올해로 15번째를 맞는 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는 미국 내 3대 암센터인 엠디엔더슨,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다나파버를 중심으로 2003년에 설립되었으며 암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근거중심의 포괄적, 통합적 치료의 발전에 그 설립 목표를 두고 있다.
필자는 이번이 4번째의 참석인데 보스턴, 마이애미, 시카고에서 열릴 때와는 색다른 환경(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열렸고, 이는 SIO를 참석하는 또 다른 묘미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장은 사막의 리조트에서 열렸으며, 온후한 기후로 인해 야외에서 하는 요가와 기공체조, 항산화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각종 야채, 과일 등의 건강한 식사 제공 등 행사장 자체가 통합암학회의 장소로서 최적이었다.
연구에서 임상 적용으로(From Resear ch To Practical Applications)
이번 학회는 기조연설을 포함해 총 9개의 전체강연(Plenary session)과 4차례 동시강연(Concurrent session) 및 포스터 발표(Poster session)가 있었다. 필자는 4번째의 참석인 만큼 학회 발표의 내용들은 대부분 친숙했다. 환자의 영양, 침, 마인드 바디, 한의학 등 다양한 치료법에 관한 것들과, 삶의 질 관리, 에너지 균형 등에 관한 주제들의 세션으로 좋은 연구와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 영양과 암과의 여러 가지 연구, 침 연구에서의 반응 예측인자, 유방암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의 원인 파악, 적용과학(Implementation science) 연구 등이 인상적이였다. 영양에 관한 연구에서는 연구의 디자인과 평가방법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식이염증지수(Dietary inflammation index)는 2014년에 나온 개념으로 식품의 염증지수를 정하는 것인데, 이와 암의 발생, 치료, 예방 등에 대한 연구가 유의미하게 나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식이염증지수를 이용한 암과의 식품과의 상관관계 등을 연구하는 것으로 발전된 디자인이 발표되었고, 다양한 영양요소들의 효과에 관한 발표들이 이어졌다.
침 연구에서는 유방암 항암치료의 부작용인 안면홍조에 대한 침의 치료효과를 예측하는데 있어 환자의 나이와 BMI가 적을수록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새롭게 발표되었다. 한의학의 적용과 예측에 있어서 어떤 인자가 치료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가에 관한 참신한 연구였다.
또한 유방암의 항암치료가 인지기능을 떨어뜨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를 FDG-PET(Fludeoxyglucose-Positron Emission Tomography)로 확인한 연구내용이 발표되었다.
이는 항암치료로 인해 뇌의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떨어진 인지기능을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부분들이 사용된다는 것을 입증했는데, 항암치료가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제 눈으로 보여주는 연구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떨어진 인지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유의미한 치료법은 없다고 하니, 이 연구의 결과를 활용하여 인지기능의 회복에 관련된 통합암치료의 연구들이 향후에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적용과학(Implementation science)에 대한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통상적으로 오리지널 연구가 환자에게 실제로 적용되는 것은 14% 정도이며, 통상 1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연구의 대부분은 실제 임상현장에서 적용되기 어려우며, 실제로 검증이 완료되어 안정성과 유효성을 확보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여러 사회적인 여건과 환경으로 인해 적용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현상은 통합의학에서도 적용될 수 있으며,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통합의학이 사회적으로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한의학과 미래
한국에서는 경희대학교 이지영 교수의 천왕보심단이 암과 연관된 수면불량에 대해 인지행동치료와 비교하여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결과를 발표했다. 이외 필자가 속해 있는 대전대학교 동서암센터에서는 포스터 발표 2개, 소람한방병원에서 포스터 발표 4개,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의 좌장활동 등이 있었다.
또한 지난 14년 동안 SIO에 참석하여 한국의 한의학을 SIO에 소개하고 SIO의 발전을 이끈 유화승 교수님이 SIO Board member에 선정되었다. 이 교수의 천왕보심단 연구에서 암환자의 수면개선에 대해 기존의 인지행동치료와 비교하여 비슷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으며, 천왕보심단이 암환자의 수면의 질 개선에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로 의미가 있는 발표였다.
질의 응답시간에 중국학자가 천왕보심단은 중국의 약인데, 한국의 약재를 사용하는지, 제조는 한국에서 하는지 등의 질문이 있었는데, ‘중국의 약’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TCM이라는 명칭이 한의학을 대표하는 고유명사화 돼가고 있고, 중국은 중의학을 세계의 표준의학으로 만들기 위한 결과들이 들어나면서 TCM의 오리지널이라는 관점을 우리가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TCM이냐, TKM이냐, Oriental medicine이냐의 명칭 문제에 주목할 게 아니라 통합의학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좋은 연구를 통해 근거를 확보하는 선의의 경쟁으로 환자들의 생명의 연장과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주력해야할 것이다. 의학 분야야말로 누구의 패러다임이 아닌, 환자중심의 사고만이 진정한 의학의 길로 향하는 입구가 아닐까 싶다. 다만,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 환경이 이원화체계로 인한 쟁탈전으로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합의학으로의 선진 발전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SIO는 보완대체의학이 주류를 이루는 학회인데, 진정한 통합의료를 위해서는 최신의 면역암치료나 유전학 분야에 관한 치료법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점에서는 한국형 통합암치료가 먼저 시작하고 있어 더 앞서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끊임없는 토론(Endless Discussion)
이번 학회 참석에서 수많은 질문들과 답변 및 토론들이 어느 때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시차로 인해 낮에는 졸린 눈을 비벼가며 강의를 듣고, 밤에는 잠시 눈을 붙였다가 깨서 새벽녘까지 의학, 한의학, 통합의학에 관한 열띤 토론이 매일 밤 이어졌다. 한·양방 복수면허자, 의대교수 출신 산부인과 의사, 한의대 교수 및 레지던트, 그리고 미국 맨해튼 한의사 개원의와 그 부인(한의사 출신으로 인류학 석박과정 중)이 함께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통합의학과 한의학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한국에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다양한 관점에서의 토론으로 서로에게 매우 고무적인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결국 통합의학은 근거와 객관화, 표준화에 대한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통합의학 모델의 확립, 수가 마련, 근거 확보 등이 필요하고 또 정부의 의지와 학회의 노력, 그리고 관심 있는 의료인들간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마음 속에 새겼다.
내년 SIO는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뉴욕에서 열린다. 이미 3차례나 SIO를 개최한 바 있는 곳이다. 앞으로의 1년간 더 발전한 한국형 통합암치료의 성과가 뉴욕에서 발표되기를 기대해 보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