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 불안, 불만, 부진’ 인식 적지않아… 소비자의 요구 중시
건강보험 급여 확대, 근거중심 진료, 치료 질병 확장 등 개선 방안 모색
한의의료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한의계와 정부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들이 바라는 요구 사항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상지대 한의대 이선동 교수는 최근 개최된 예방한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한방의료 이용 소비자의 한의계, 정부에 대한 기대 및 요구사항’을 주제로한 발표를 통해 한의약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不信), 불안(不安), 불만(不滿), 부진(不進) 사항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2008, 2011, 2014, 2017년도 등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의 위탁 사업으로 진행됐던 ‘한방의료 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이에 따른 한의계와 정부의 대처 방안을 소개했다.
고가 진료비, 치료효과 불명확, 시설 및 장비 등 소비자들 불만
한의의료와 관련한 소비자의 특성을 인구사회적 특징으로 비교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한의의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이용율이 증가했다. 또한 사무종사자·전문가·관리자·전업주부 등이 많이 이용했고, 저소득·중간소득자(월 100~500만원)가 대부분 이용했다. 이와 함께 기혼자들의 이용율이 높았고, 상당수 이용자의 주관적 건강상태가 좋은 편으로 나타난 것이 특징이었다.
또한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인식과 관련해서는 한의의료를 선택하는 주요 정보원은 한의원, 한방병원 보다는 가족 내지 친구 등 주변인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방송매체, 인터넷 등이 차지했다. 한의의료에 대한 지식도는 낮은 편이었고, 치료효과에 대한 인식도 또한 높은 편이 아니며, 치료효과 대비 진료비용이 비싼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많았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한의계에 요구하는 개선 사항은 △고가진료비 △한약재 안전성 △치료효과에 대한 불확실성 △전문성 제고 △진료범위 확대 △시설 및 장비개선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보험급여 확대시 우선 적용해야 할 분야는 △탕약(첩약) △한방물리요법 △한약제제 △약침 △추나요법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치료방법으로 탕약을 가장 선호하고 있으나, 탕약에 대해 고가진료비라고 인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접근성에 한계를 갖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했다.
또 질병 치료와 관련해 상담하는 주된 장소는 양방 병의원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의원, 한방병원, 약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등으로 답했다.
소비자들이 한의의료기관에 내원하는 주요 질환으로는 근골격계 및 통증질환이 70% 이상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특정 질환에 과도하게 편중됐음을 나타내 보였고, 다음이 소화기계, 보약 및 허약, 체질개선, 교통사고 후유증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한의의료를 이용하는 질병의 종류는 근육부상, 골절, 관절염, 허리삠, 요통, 오십견, 천식, 비염, 고혈압, 화병, 당뇨병, 다이어트, 아토피, 체질개선, 알레르기, 축농증, 중풍, 체형교정, 키(성장), 감기, 여드름, 두뇌개발, 교통사고 후유증 등 20여개에 불과해 이에 대한 확장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또한 한의의료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건강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효과 의심 △고가 비용 △불편한 치료방법 등이 거론됐다. 특히 20~30대의 젊은층이 한의의료를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향후 이용할 의향에 대해 묻는 질문과 관련해서는 ‘조금 이용하겠다’, ‘별로 이용안하겠다’ 등이 ‘적극적으로 이용하겠다’보다 더 많이 나타났고, 주변인들에게 권유 의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조금 권유하겠다’, ‘별로 권유하지 않겠다’ 등의 답변이 ‘적극적으로 권유하겠다’ 보다 많이 나타나 한의의료의 미래에 대한 재설계가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약 부작용 경험에 대해선 매우 적은 것으로 조사됐고, 실제 한의의료를 ‘경험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대체로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불만족을 경험했던 소비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치료효과의 불분명성과 고가의 진료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20~30대 젊은층 한의의료 외면, 한의의료의 미래 재설계 필요
또한 소비자들은 한의의료 행태 자체에 대해서도 표준화와 일관성의 부족으로 인해 적지않은 혼란스러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한의사마다 다양한 진단과 치료방법의 상이함을 비롯해 ‘있다, 없다’로 대별되는 한약재 독성 부작용에 대한 차이, 한의사마다 경험과 근거를 중시하는 다름, 접근 방법에 있어서 순수 전통한의학과 변형된 한의학으로의 접근 차이, 치료비용의 차이, 객관성과 전통성의 가치 기준 차이, 의료이원화 및 의료일원화간의 상이한 견해 차이 등이 의료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외에 인터넷과 SNS에서 한의의료에 대한 폄하와 부정적 평가를 비롯해 양방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갈등 구조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로 나타났다.
즉, 제각각인 진료에 대한 不信, 한약재의 독성에 대한 不安, 첩약 등의 의료비 부담에 따른 不滿, 현대적 진단 및 치료시설과 장비 설치의 부족에 따른 不進 등이 소비자의 내면에 자리한 한의의료에 대한 부정적 의식의 한 단면이라는 평가다.
“한의학 올바른 홍보, 양의계와 관계 개선 등 뒷따라야”
이에 따라서 한의계와 정부는 이 같은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不進 측면은 한의사의 진단 및 치료의 표준화, 과학화, 객관화, 근거중심진료로 극복해 나가야 하며, 不安 측면은 한약재 독성 연구와 올바른 홍보 강화에 중점을 둬야 하고, 不滿 측면은 첩약 등 건강보험 진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不進 측면은 한의학의 이론과 치료법을 현대적인 흐름에 맞게 재해석 내지 새로운 체계로 다듬어야 하며, 한의의료기관의 의료기기, 시설, 장비 등의 현대화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 및 SNS 상의 한의학 관련 부정적이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선 삭제 내지 수정 요청과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양방의료계와 관계 역시 지속적인 갈등 구조 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됐다.
즉, 소비자들의 한의의료 이용 및 한약 소비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개선키 위한 방안으로는 한의의료의 전문성 제고를 통한 신뢰회복,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의 전환 노력, 한의의료의 공공성 강화, 제도권 진입 필요, 한약 안전성 홍보, 한약 부작용 보고 체계 구축, 양방과의 공존 및 상생, 개인보다 전체, 경험보다 근거중심 진료, 치료 질병의 확대, 치료수단의 다양화, 예방 분야 강화, 한의표준진료지침의 적용 확대, 국민 생애주기별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