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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3일 (화)

고 김필건 회장 추도사(김용환 전 부산지부장)

고 김필건 회장 추도사(김용환 전 부산지부장)

동지 김필건을 보내며



김용환님추도사



김필건 회장이 갔다. 내게 항상 동지라고 했던 그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이 될 것이나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하는 일말의 불길함의 완성이었을 것이다.



그가 가기 바로 전날 저녁에 통화를 했다. 토요일 7시 가까운 시간에 이제야 마쳤다고 힘들다고 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심신의 고달픔과 함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아마도 그의 정선한의원에는 김필건 원장이 돌아왔다는 소식과 함께 환자들이 들이닥쳤으리라. “내가 바로 김필건이야”하는 내면의 울림을 토해내듯이 한 바탕 한숨을 쉬고는 예의 그로 돌아갔다. 첩약건보 시범사업과 관련한 처방공개 등 몇몇 주요 현안에 대한 깊은 우려를 그다운 육두문자와 함께 날려 보내는 것으로 아직 살아있음을 시위하는 그로...



나는 그가 한 개인으로서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혹자는 가는 곳마다 갈등을 유발하는 갈등유발자라하고, 혹자는 솔직하고 소탈한 한 성질하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도 하고.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로서의 관계가 아닌 이상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최소한 내게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삶의 궤적과 중요한 순간에 그가 이룬 성취에 나는 관심이 있을 뿐이다.



정치 사회적으로 최악의 엄혹기였고 학교마저 혼돈이던 80년대 초반 모교인 동국대에서 이룬 성취를 나는 대강 안다. 과연 그의 투쟁 없이 그 시점에 동국대 한의대를 서울로 올려 보낼 수 있었을까.



또한 2012년에 터진 천연물신약 투쟁에서 막강한 제약회사와 양방의료계, 그리고 한약의 신약화를 통한 이권 확대에 눈 먼 일부 한의계 내부의 썩은 커넥션을 물리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지금쯤 수많은 명 처방들이 신약으로 포장되어 양의사들에 의해 처방되고 약사들에 의해 조제되고 있을 것이다.



우선의 급한 불을 끈 그는 한의학과 한의사의 미래를 의료기기 사용에서 찾았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향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정치적 역량 강화로 그리고 입법으로, 또한 그것을 직접 실현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런칭으로.



혹자는 김필건 회장이 투쟁력은 좋으나 사려 깊지 못하다고 한다. 그러나 부산지부장으로, 협회 부회장으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그를 지켜본 나로서는 동의하지 못한다. 그는 보기와는 달리 매사에 매우 철저하고 치밀한 사람이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지만 그에게는 악마가 깃들기 어려웠다. 큰 맥락을 잡고 세부적인 정책을 잡아감으로써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나는 그의 그런 집념과 열정, 그리고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



그렇게 그는 우리에게 선택되었고 한의학과 한의사의 의권 향상을 위한 도구로 쓰여 졌으며, 그리고 끝내는 버림받았고 그렇게 홀로 남겨졌다. 협회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협회장이며 협회 회계 관련 피고발인이라는 멍에와 함께.



그가 협회장직에 있을 때나 홀로 버려지고 난 후에나 한의학과 한의사에 대한 그의 걱정과 책임의식은 끝이 없었다. 소명이 닥쳤을 때나 움직이고 허울 좋은 외적 명분에 끄달리는 나 같은 사람은 그에 비하면 한낱 생각 많고 가슴 텅 빈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니체는 더 이상 자신있게 사는 것이 불가하면 차라리 당당하게 죽음을 선택하라고 했던가. 어쩌면 김필건은 버려질 때 이미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닌가. 그에게 한의학과 한의사 그리고 숙명과도 같았던 의료기기 사용의 목표가 삶 그 자체였다면 탄핵과 동시에 이미 그는 죽었다. 나는 그를 버렸고 죽였다.



나는 어제야 알았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덧씌웠던 갈등유발자란 각인이 혹 맞을 수는 있으나, 실로 그의 삶의 궤적에 있어서 주요 성취를 위한 불타는 열정의 다른 이름이었음을. 빈소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는 보통의 아버지였고, 그의 아내는 소박하고 단아했으며 그리고 그의 아직은 어린 네 아이들은 너무도 처연했다.



하늘에서라도 남은 가족 잘 챙기고 그토록 원했던 한의학의 미래 살펴달란 말밖에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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