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귀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현재 질환으로 온 증상에 기존에 있던 병력이 더해져 증상이 심화되거나 변화되면서 증상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고막만 잘 살펴봐도 환자의 과거력을 알아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4월19일 42세 남성 환자가 돌발성 난청 이후 발생한 이명을 치료받기 위해 내원했다. 우선 문진표와 이명설문지를 작성하고, 청력검사 이후 문진표를 바탕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지난해 12월2일경에 좌측 돌발성 난청이 발생해 고용량 스테로이드제 복용과 5회 고실내 주입으로 치료를 마친 후 2월14일경 고주파 영역에서 부분 회복을 했고, 두 달 후인 4월18일에 마지막 청력검사를 한 번 더 해보고 종료하자는 소견을 들은 상태다.
기다리는 2달간 청력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호전된다고 느꼈으나, 고주파 위주의 이명이 있고 귀가 꽉 차는 증상이 말로 설명하기 어렵게 힘들다고 호소했다. 특히 귀가 갑갑한 느낌으로 하루 30번 이상 귀를 열거나 닫는 동작을 한다고 했다. 요즘 환자들이 그렇듯이 이 환자도 질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상태로, 난청이 호전되면 이명도 좋아지고 귀 갑갑함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있는지 궁금해 했고, 진료를 봤던 타 이비인후과에서 진주종이 있어 나중에 불편하면 시술을 해준다는 말도 들었던 터라 진주종이 현재 증상과 관계가 있는지도 알고 싶어했다.

초진 당일 청력검사에서 난청이 발생했던 좌측은 완전히 호전된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명설문지 검사결과도 THI 26점, TPFQ 15.8로 진료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돌발성 난청 후유증 상태인가 했는데, 이상한 점은 귀 갑갑한 증상이 발생 4개월이 지나도록 감소되지 않고 한달 전부터는 오히려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였다. 돌발성 난청의 귀 충만감은 초기 발병시의 증상으로 대부분 청력이 호전되면 점차 소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막을 살펴보던 중 특이한 모습이 관찰돼 추가적인 문진과 더불어 진료실에서의 간단한 확인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살펴보니 고막에서 보인 것은 변연성 천공과 호흡만으로도 고막이 움직이는 개방성 이관 상태였다.

첫째 환자가 기왕력으로 가지고 있던 것은 이관폐쇄와 이로 인한 변연성 천공(이완부 함몰)이다. 변연성 천공은 보통 중이염으로 발생하는 고막 중심부에 발생하는 중심성 천공과 달리, 이관장애로 인해 중이강의 음압상태가 지속돼 이완부가 함몰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고막내함은 고막 전체가 내함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지지력이 약한 이완부가 특히 함몰되어 천공(변연성 천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환자는 돌발성 난청 발병 전부터 비염으로 오랜 기간 이관폐쇄가 있어 고막이 전체적으로 내함되어 있고, 변연천공이 있는 상태였으며 여기까지는 발살바법 정도로만으로도 귀 답답함은 풀리고 일상에서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였다.

둘째로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고막으로 이관개방증이 생긴 것으로 보였다. 이관개방의 원인은 돌발성 난청이 발생하던 시기에 맞물린 체력저하, 수면부족과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였다.
돌발성 난청을 거치면서 이관증상이 기존의 폐쇄에서 개방으로 전변되고 있어 기존에는 단순한 귀갑갑함이였다면, 현재는 증상이 훨씬 심해져 음식을 씹으면 귀가 멍멍해지면서 말소리가 울려들리고 피곤하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축구 같은 운동을 하면 발살바법으로는 증상이 풀리지를 않았으며 반대로 코를 살짝 들여마셔 귀 닫는 동작을 해야 조금 편해지는 상태였다. 얼마나 많이 했는지 환자의 고막은 장력이 많이 저하되어 호흡에 따라 움직인다는 정도가 아닌 펄럭인다고 표현할 정도이긴 했다.

환자는 이명으로 병원을 찾기는 했지만 실제로 불편해하는 증상은 이관개방으로 인한 귀 갑갑함이였다. 먼저 이관의 기능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만형자산에 연교·만형자·우방자를 가하여 처방했고, 비통·거료·관료·청궁·예풍혈 등 혈자리를 자극했으며, 거료·예풍혈 뜸치료를 병행했다.
마지막으로 평소 즐겨하는 축구나 달리기 계단오르기 같이 땀흘리는 운동을 당분간 멈추고 많이 불편하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귀를 열고 닫는 동작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칼럼 21회차 이관개방증 참고).
4월19일에 치료를 시작해 현재 5회차 치료 중으로 초진당시 귀 갑갑함으로 고막을 여닫던 횟수가 30번 넘었으나 현재는 하루 3∼5회 정도로까지 증상이 줄어들고 있다. 개방증이 발생한지 오래되지 않고 치료에 순응적인 환자였기 때문에 호전도가 빠른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돌발성 난청 이후 이명, 청각과민, 귀 충만감, 소리왜곡 등 여러 청각증상으로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이 많다. 기존에 과거력이 전혀 없던 환자는 후유증에 준해 치료하면 되지만, 이 환자의 경우처럼 복합적이면서 변화하는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을 잘 확인하고 무엇보다 고막진을 통해 진료에 단서를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환자가 이비인후과에서 슬쩍 들었던 진주종 또한 변연성 천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진주종에는 선천성과 후천성이 있고, 후천성은 대부분 이관장애나 반복적인 중이염이 오래되면서 발생한다. 후천성 진주종의 전구단계로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이완부가 함몰이 되는 형태(변연성 천공)이고, 또 하나는 이 함몰부에 각질이 발생하는 형태가 있다. 이 상태가 오래되면서 각질이 축척하며 진주종을 형성하게 된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지금 후천성 진주종의 전구단계 한 형태인 변연성 천공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