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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1월 12일 (월)

KOMSTA 2019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KOMSTA 2019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

‘拔苗助長’, “조금 늦더라도 환자를 위한 한의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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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원장(경기 부천시 성유당한의원)

 

“살다가 마음이 지치고 조급해질수록 조금 늦게 가더라도 열매를 알차게 맺을 수 있게, 환자들에게 혹은 환자를 핑계로 실은 내 자신에게 사랑을 나누어야겠다”

‘해외의료봉사’. 이 짧은 단어에서 설렘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해외봉사는 어린 학창시절부터 언제나 내게 삶의 방향에 있어 주요한 지표이자 꿈이었다. 특히 동양철학과 사상을 유달리 좋아했던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한의학을 통해 의료봉사를 하며 세계를 누비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그렇게 한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예과 1학년 방학에 팔라우 외곽 섬들로 떠났던 첫 해외의료봉사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즈벡 타슈켄트서 22명의 단원들과 함께한 여정

6년이 흘러 졸업 후에는 되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학생 때보다 어려웠다. 몇 군데에서의 부원장을 거쳐 개원을 하고, 더불어 대학원도 병행하게 되면서 일주일 이상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고, 나도 모르게 항상 무언가 조급해지면서 물리적인 환경으로나 내적으로나 여유가 사라진 탓이었다. 

그러다 이번에 우연히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의 의료봉사 공고를 보게 됐다. 사실 개원의의 입장에서 1년에 한 번뿐인 휴가의 유혹을 떨치고 의료봉사를 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유난히 일들이 많았던 올 여름에는 무언가 마음의 갈증 같은 것이 느껴졌다. 원장이라는 직무에서 벗어나 체험으로 다시 한 번 삶의 참된 의미를 되돌아보는 경험을 얻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망설임없이 신청했다.     

이번 봉사활동은 우즈베키스칸 타슈켄트에서 일주일간의 일정으로 훌륭한 22명의 단원들이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일제강점기에 스탈린에 의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된 고려인 18만 명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곳 동포들에 대한 의료봉사를 함께하기 위해 단원들을 우즈벡팀과 고려인팀으로 나누었다. 나는 그중 고려인팀에서 진료를 하게 됐다. 

이번 의료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것은 단기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장기파견이 훨씬 더 효과적인 봉사활동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파견되는 국가들이 대체로 의료접근성이 많이 떨어지는 지역들이다 보니 잘못된 의료정보와 치료의 부재로 심각한 질병 외에 단기간에도 치료될 수 있는 질환으로도 오랫동안 고통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령, 오랜 기간 앉아서 생활해 장요근의 단축으로 인한 요통처럼 근긴장성 질환이나 기능성소화불량 등의 내과질환은 침 치료를 통해, 손을 많이 써서 오랜 기간 손저림으로 고생한 카펠터널증후군과 같은 포착성 질환이나 견관절 등의 유착성질환은 침도를 이용한 절개로, 척추분절의 아탈구는 추나치료로, 혹은 심장스텐트 시술 후의 부작용이라고 믿으며 한쪽 발을 계속 절뚝거리며 걷는 분의 경우는 족저근막염에 대한 내용을 설명해주며 침치료와 신발에 대한 티칭, 혹은 스트레칭법을 알려주어 치료해주는 등 의약품이 부족한 이분들의 안타까운 환경에서도 한의사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 ‘왜 진작 오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아리랑요양원’ 고려인 1세대 및 독거노인 동포들 거주

이번 의료봉사활동 기간에 우리 단원들만큼 큰 역할을 했던 분들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통역가 분들이다. 정신없는 와중에 통역뿐만이 아니라 예진지를 작성해주기도 하고, 진료보조도 해주고, 필요하면 환자 안내까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밝은 모습으로 도와주어서 내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셋째 날, 타슈켄트의 ‘아리랑요양원’을 방문 진료했다. 아리랑요양원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정부가 고려인 강제이주 70주년을 앞두고 합의하여 건립된 곳으로, 고려인 1세대 및 독거노인 동포들을 위한 의미가 깊은 요양원이다.

기억에 남는 건 김나영 요양원장의 설명 중에 고려인 1세대 분들이 처음에 입소 당시에는 국적을 물으면 거의 평생을 러시아(소련)에서 방치되다시피 살아왔기에 러시아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여기에 입소하면서 한국드라마나 영화들도 자주 보여주고 한국 봉사자 분들이 자주 찾아와 주니 나중에는 스스로가 조선사람이라고, 조선에 또 가보고 싶다고 하시더라는 것이었다. 짠하면서도 죄송스러운 말씀이었다. 

마지막 날 오전에는 학술교류 세미나, 오후에는 우즈베키스탄 한의원 진료센터 확장개원식 행사에 참여했다. 

학술교류 세미나는 타슈켄트 의과대학 교수들과 국립병원장, 우즈베키스탄 현지의사들과 같이 들었는데 양기영 부산대한의전 교수와 손영훈 파견단장께서 연사로 나서 침과 도침치료를 강의했으며,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며 서로 치료를 받아보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오후에 방문한 곳 중 송영일 원장이 계신 한의원진료센터는 우즈벡 제2국립병원 내에 위치한 곳으로 주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확장 개원하고, 내부에 KOICA의 지원으로 재활물리치료실을 충원하는 개관식 행사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환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남들과 비교

한의원진료센터를 통해 앞으로 우즈베키스탄 지역사회 의료환경 개선은 물론, 현지 의료인력의 교육을 시행함으로써 한국전통의학의 우수성을 더욱 알릴 기회가 많아진 듯해 참으로 뿌듯하였다.

맹자(孟子)에 발묘조장(拔苗助長)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어리석은 농부가 다른 사람의 벼보다 자기 벼가 작다고 하여 길어지게 하려고 벼의 순을 잡아 빼낸 결과, 되려 말라죽었다는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사회 환경 속에서 나도 모르게 남들과 비교하며, 무엇이 중요한지를 망각하고 다만 조급해지려는 자신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살다가 마음이 지치고 조급해질수록 조금 늦게 가더라도 열매를 알차게 맺을 수 있게, 환자들에게 혹은 환자를 핑계로 실은 내 자신에게 사랑을 나누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힘든 내색없이 진료일선에서 모범을 보여주신 선배원장들을 포함한 쾌활하고 훌륭한 단원분들, 뒤에서 모든 일정을 서포트 하느라 누구보다 고생한 콤스타의 보배 이은비 팀장, 침구법의 원리에 대해 매번 친절히 설명해주신 양기영 교수와 인형까지 하나하나 세심하게 단원들을 챙겨주신 손영훈 단장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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