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꽤나 빨리 왔다. 추석 연휴 전후를 기점으로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외래로 내원하여 본인, 부모님 혹은 자녀들의 체력 보강을 위한 보약을 처방 받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꽤 많다. 대개의 경우는 피로나 과로 또는 여름철 체력 소진으로 인한 무기력감 등이 원인이지만, 때로는 중대한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
병동 주치의 시절, 40대 초반의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주소증은 단순 무기력증이었다. 식욕도 없고, 너무 힘이 없어서 입원하여 치료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다소 왜소한 체구(150cm 정도의 키와 40kg대의 몸무게)였으나, 무기력증 외에는 다른 호소 증상은 없었다.
“식욕부진, 전신소력감… 등이 주소증이고, 얼굴도 창백하니, 氣血雙補하는 十全大補湯이나 補中益氣湯으로 처방을 해야겠군.” 나름 치료의 플랜을 세웠다. 처방을 내리고, 입원 환자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헤모글로빈(Hb) 수치가 7이었다. 기본적으로 여성 특히 가임기 여성들은 월경 때문에 Hb 수치가 11~10정도를 유지하는 선이다.(정상치는 검사 키트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12정도 이다) 근데 7이라… 내부 출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이 환자 역시 수혈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었고, 수혈을 위해 인근 수혈이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전원하여 수혈 치료를 받게했다.
대부분 환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빈혈의 증상이 어지러움이라는 것이다. 환자들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제가 빈혈이 있어서 자주 어지러워요.” 또는 “제가 빈혈이 있어요.”(이때 이 말의 의미는 제가 어지럼증이 있는데, 이 어지럼증 자체를 빈혈로 이해하고 말씀하는 경우다.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의 생각과 달리 빈혈 증상은 어지럼증보다는 숨이 찬 게 대표적이다. 이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어지럽기보다는 숨이 차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빈혈도 심하지 않을 때는 계단을 올라가거나 달리기, 등산 같은 운동을 할 때만 숨이 차다가 점점 심해지면 움직이지 않을 때도 숨이 차게 된다. 이외에 피로감, 식욕저하, 소화불량 등도 빈혈의 주요 증상이다.
빈혈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영양분 부족, 골수 생성 부족, 용혈, 출혈(위장관 출혈 등) 그리고 암(위암, 대장암 등) 등이다. 노인에게서는 암의 가능
성을 의심해 보아야 하고, 다른 백혈구나 혈소판 등의 수치 이상이 없다면 출혈 등을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상기 환자는 위장관 출혈(위출혈이나 소화관 출혈 등)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물론 가임기 여성 중 월경 과다나 부정기 출혈로 인한 빈혈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철 결핍성 빈혈은 임상에서 가장 흔히 부딪히는 빈혈로1 대략적으로 전체 빈혈환자의 50%가 철 결핍에 기인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2 , 성장기나 임신 등의 철 수요량 증가와 과도한 다이어트, 위 절제 등의 흡수부족, 월경과다, 위 장관 출혈 등으로 생체 요구량과식이 공급간의 불균형으로 야기된다3 . 이미 발생한 철분 결핍성 빈혈은 식사만으로 치료할 수 없어1 , 빈혈의 정도와 원인에 따라 적혈구수혈, 경구 철분 보충요법, 철분 주사 요법의 치료방법 중 적절한 치법을 선택하게 된다4 . 한의학에서는 철결핍성 빈혈을 血虛, 萎黃, 虛勞의 범주로 보고 脾陽不振, 氣血兩虛, 脾腎陽虛, 心脾陽虛, 蟲積內阻로 변증하여 치료한다3 . 철결핍성 빈혈에 대한 증례보고는 사물탕, 가미귀비탕, 보중익기탕가미방 등 그 보고가 많아 이를 참고하여 치료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드물지만 한의사가 아닌 무면허 의료 시술을 받거나, 환자 본인이 무분별하게 사혈요법이나 사혈 부항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로 인한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5 . 최근 내원한 환자 중 체력 보강을 위한 한약 처방을 원해 맥진을 시행했는데, 맥박수가 110회가 나왔다. 다른 임상 증상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지만, 피로감 외엔 딱히 다른 원인이 없었다.
혹시나 하여 심박변이도 검사했는데, 그 때는 맥박수가 100회 이상 체크됐다. 일상 습관을 물어보니, 지난 1년간 2일에 한 번씩 사혈요법으로 사혈 부항을 자가로 등에 실시한다는 이야기 했다.
환자가 혈액 검사를 거절하여 확인할 수 없었지만, 2일에 한번꼴로 과다한 사혈 부항 용법을 시행하여 이로 인한 지속적인 실혈로 발생한 빈혈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빈맥은 빈혈로 인해 나타나며, 만성적인 실혈로 인하여 인체가 적응되어 환자가 느낄만한 자각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수영선수인 펠프스도 사랑한 부항요법…) 부항요법은 반드시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시술 받아야 하며, 자가로 시술하거나 무면허 시술자에게 시술 받는다면, 이와 같은 만성 실혈이나 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환자에게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빈혈은 가장 잘 알고 있는 질환인 것 같지만, 가장 잘 모르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이를 감별할 수 있는 검사와 질환과 증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1. 대한가정의학회. 가정의학 임상편. 서울: 계축문화사; 2002, p. 207-13.
2. World Health Organization(WHO), United Nations Childrens Fund(UNICEF). Focusing on anaemia towards an integrated approach for effective anaemia control. WHO. 2004.
3. 전국한의과대학 간계내과학교실 교수 공저. 간계내과학. 4판. 서울: 동양의학연구소; 2001, p. 50-2,14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