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醫寶鑑』 雜病篇 권4의 內傷門에는 ‘辨內外傷證’이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이 글의 下部로 辨惡寒, 辨惡熱, 辨發熱, 辨身痛, 辨寒熱, 辨頭痛, 辨氣力, 辨手心, 辨煩渴, 辨口味, 辨鼻息, 辨言語, 辨脈候가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인 ‘辨內外傷證’이라는 제목의 다발 글들(‘辨內外傷證’의 제목 아래 붙은 辨惡寒부터 辨脈候까지의 글들을 다발글로 말함)이 ‘勞倦傷’과 ‘勞倦傷治法’의 사이에 들어가 있는 것이 발견된다.
『東醫寶鑑』의 글을 전개하는 일반적 원칙을 고려해본다면 ‘勞倦傷’과 ‘勞倦傷治法’은 이어져 있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곳에서만 예외적으로 ‘辨內外傷證’과 다발 글들이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있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許浚의 辨內外傷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勞倦傷’은 勞倦傷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서 써놓은 글이다. 勞倦傷은 飮食傷과 함께 內傷을 구성하는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이다(이것은 內傷門의 ‘內傷有飮食傷勞倦傷’이라는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勞倦傷은 지나친 노동으로 인한 不足의 증상으로서 內傷에 분류되는 질병이다. 또한 ‘勞倦傷治法’에서는 勞倦傷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서 몸의 기운을 보충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勞倦傷’과 ‘勞倦傷治法’의 사이에 ‘辨內外傷證’과 다발 글들을 삽입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不足의 증상인 勞倦傷을 감별한다는 측면에서 이것을 활용하라는 의미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辨內外傷證’과 다발 글들은 內傷과 外感을 감별하는 방안을 써놓았다. ‘辨內外傷證’에서는 內傷과 外感이 섞여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어느 쪽이 더 많이 함유되어 있는가를 잘 판별하여 補中益氣湯을 이리저리 加減하라고 한다. 內傷挾外感 즉 內傷에 外感이 끼고 들어왔을 때는 補中益氣湯에 봄에는 川芎, 防風, 柴胡, 荊芥, 紫蘇, 薄荷를 가하고, 여름에는 乾葛, 石膏, 麥門冬, 薄荷에 升麻와 柴胡를 倍加한다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그리고 內傷이 重한지 外感이 重한지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도록 한다. 內傷이 外感보다 重하면 陶氏補中益氣湯, 十味和解散, 加味益氣湯 등을 쓰고, 外感이 더 강하면 九味羌活湯, 人蔘養胃湯, 參蘇飮 등을 쓰라고 한다.
‘辨內外傷證’의 하부에 속하는 辨惡寒, 辨惡熱, 辨發熱, 辨身痛, 辨寒熱, 辨頭痛, 辨氣力, 辨手心, 辨煩渴, 辨口味, 辨鼻息, 辨言語, 辨脈候 등은 內傷과 外感을 감별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적고 있다. 이 가운데 辨惡寒(惡寒으로 구별하는 법)과 辨惡風(惡風으로 구별하는 법)은 아래와 같다.
•辨惡寒(惡寒으로 구별하는 법): 외감으로 인한 惡寒은 비록 맹렬한 火에 가까이 가도 제거되지 않는다. 內傷으로 인한 惡寒은 조금만 溫暖한 데에 다가가기만 하면 곧 멈추고 단지 風寒을 만나기만 하면 곧 싫어한다.
•辨惡風(惡風으로 구별하는 법): 외감으로 인한 惡風은 일체의 風寒을 견디어내지 못한다. 內傷으로 인한 惡風은 사소한 賊風을 편벽되게 싫어하며 密室에 피해 있으면 싫어하지 않는다.
이러한 등등의 13개의 기준이 되는 소스를 ‘辨內外傷證’에 이어서 덧붙이고 있고 이것을 ‘勞倦傷’과 ‘勞倦傷治法’의 사이에 삽입한 것은 ‘辨內外傷證’ 즉 內傷과 外感의 증상을 감별하는 목표가 勞倦傷을 판별해내는 데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東醫寶鑑』을 內傷 中心의 醫說을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이 책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그러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外感에 해당하는 風寒暑濕燥火의 六氣에 대한 내용에 대해 『東醫寶鑑』은 外感의 입장에서가 아닌 內傷이라는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는 점이 크다고 파악하였다.
앞으로 이에 대한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勞倦傷’과 ‘勞倦傷治法’의 사이에 ‘辨內外傷證’과 다발 글들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東醫寶鑑』의 內傷 中心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는 一例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