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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22일 (월)

신미숙 여의도 책방-64

신미숙 여의도 책방-64

민감성(性)과 둔감력(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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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 되돌아보면 세상에 질병은 감염병만 있는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감염병의 공포를 덜어준 각국의 방역 책임자들 중에는 유독 알레르기 전공자들이 많다. 파우치 박사(Dr. Anthony Fauci)도 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를 38년 가까이 이끌었고 82세의 나이로 2022년 연말 은퇴했다. 2024년 연방 하원의 COVID-19 청문회에 출석하여 코로나를 총괄하던 그 시절부터 퇴직을 한 이후에도 자신과 가족들에 대한 살해 협박이 지속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감염병의 진단과 백신 접종 그리고 방역 원칙 준수 등에 대한 태도가 정치 성향에 따라 확신과 불신으로 극명하게 갈렸던 미국과 국내 상황을 떠올리면 ‘세상의 모든 일 특히 질병, 보건 이슈야말로 정치의 영역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백신을 맞냐마냐, 마스크를 쓰냐마냐, 종교행사를 하냐마냐에 관하여 특정 그룹의 사람들은 과하게 민감했다. 그 불안감을 잠재우기는커녕 무조건적인 정부 비판과 근거 없는 음모 보도에 열을 올렸던 언론들 또한 무척이나 무모했다. 


대부분의 큰 사건이 훑고 지나간 후 정신 차려보면 북 치고 장구 치고 병 주고 약 주고 그러고도 반성 없는 분야가 언론이다. ‘놀아나지 말자! 눈길도 맘길도 뺏기지 말자! 의미 없이 퍼부어대는 새빨간 속보 자막에 관심 주지 말자!’라고 굳게 결심하지만 자주 실패한다. 외면할 수 없는 뉴스를 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정해진 각본 없이 전개되는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요점은 각자에게 가해지는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민감함은 최대한 덜어내고 그 공간을 단단한 무덤덤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둔감력이다. 


알레르기 질환, 암보다도 복잡하고 어려워 


이 좋은 둔감력, 누가 모르나? 민감하고 싶지 않지만 사람 자체를 예민 덩어리로 만드는 질환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 질환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알레르기의 관리와 치료가 암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다고도 말한다. 면역 체계의 과민 반응으로 인한 증상 자체가 다양하고 개인마다 원인 물질에 따른 반응의 경중도 제각각이라 진단과 치료는 당연히 개별적이고 여기에 환경 변화나 새로운 알레르겐까지 더해지면 환자마다의 증상 관리라고 하는 것이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해진다. 


환절기마다 혹은 일년 내내 약을 달고 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잘 안 되어 매번 벌개진 눈와 코와 피부로 괴로워하는 가족을 단 한명이라도 둔 사람들이라면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벚꽃은 엔딩이지만 짙은 농도의 잔디류 꽃가루가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하는 5∼6월은 2차 꽃가루 시즌이다. “원장님께서 코가 뻥 뚫리는 침을 놓아주신다고 해서 왔습니다”, “양약, 한약 다 먹고 있고요. 오늘은 두통이 심해서 왔습니다”, “식염수 코세척 방법 좀 알려주세요” 등의 호소를 하며 “에취” “콜록” “킁킁” 등의 여러 사운드와 함께 진료실에 입장하실 환자분들을 당분간 계속 만날 것 같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우리집 넷째의 비염은 그 역사가 유구하다. 비염만 아니었으면 상도동 S대가 아닌 신림동 S대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가끔 허풍이 섞인 너스레를 떤다. 중1부터 고3 아니 재수생 시절까지 동생의 책가방에는 두루마리 화장지가 두어개, 화장지 전용 쓰레기통 용도의 큼지막한 종이 쇼핑백 그리고 헐어버린 코 근처 피부에 바를 휴대용 연고통에 담긴 바세린이 들어 있었다. 아빠 제자 중에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몇 분 계셨고 당시 한의대생이었던 나도 비염 동생한테 도움을 주고 싶어서 비염에 용하다는 한의사 선생님들 몇 분과 미리 친분을 쌓아 두었다. 여러 인연을 총동원하여 양약과 한약의 복합투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수포자 문과생이었던 동생의 스트레스가 너무 지독했는지 그 어떤 약도 도통 효과가 없었다. 


“저 코를 가지고 어떻게 고3을 보낸다냐? 공부할라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기만 하면 콧물이 흐르고 머리가 아프다는데”라시며 어느 날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비염 전문 한약방이 있다는 목포로 떠나셨다. 콧구멍 안으로 한약가루를 뭉쳐서 무지막지하게 쑤셔넣고 10여분 있으라고 하더니 바가지에 누런 콧물을 한바가지 쏟게 만들고 뒤이어 반대쪽도 똑같이 그렇게 하더란다. 두어번 콧물을 더 쏟게 한 후, 이제 콧물 흐를 일 없을 거라고 한약업사는 장담했고 값을 치룬 후 엄마와 동생은 집으로 복귀했다. 


효과는 딱 이틀 정도 갔던 것 같다. 곧바로 콧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암튼 이 끈질긴 생명력의 비염은 재수가 끝날 때까지 동생을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동생은 상도동 S대에 합격했고 묘하게도 이때부터 비염은 스멀스멀 그 기세가 약해지고 있었다. 부모님 곁을 떠나 ‘이제 난 자유다’라는 홀가분함 덕분이었을까? 참이슬 집중 복용의 효과였을까? 본격적인 음주가무가 가져다준 도파민 폭발의 결과였을까? 긴 비염에도 불구하고 중꺽마 정신으로 본인의 모든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던 동생만의 둔감력 덕분이었을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와타나베 준이치, 다산북스,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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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일수록 둔감한 마음이 필요하다. 

- 훌훌 털어버리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 이것이 둔감력이다. 

- 둔감한 사람의 자율신경은 지나친 자극에 타격을 받는 일 없이 언제나 혈관을 열어두어 온몸에 피가 원활히 흐르도록 기능한다. 

- 예민한 것보다는 둔감한 편이 낫다. 둔감한 사람이 예민한 사람보다 더 오래도록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 수많은 둔감력 중에서도 으뜸은 잘 자는 것이다. 나는 이런 능력을 수면력이라 부른다. 

-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함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재능이다. 

- 둔감력을 기르는 첫걸음은 너그러운 부모에게 칭찬받으며 자라는 데서 시작된다. 


『음식 알레르기의 종말』

(카리 네이도, 슬론 바넷, 브론스테인,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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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만 세포와 IgE의 결합으로 나타나는 활성이 외부로 드러나는 알레르기 반응의 핵심이다. 특정 음식이 어떻게 면역계에서 IgE 항체를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는지는 그 정확한 과정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최근에는 중국 전통의학에 뿌리를 둔 약초 제제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음식 알레르기 약초 제제(FAHF-2;food allergy herbal formula-2)로 알려진 9가지 약초가 함유된 복합 제제의 임상시험이 진행중이다. 이는 오매환이라는 제제를 기본 재료로 삼고 여기에 여러 가지 약초를 섞은 것이다. 오매환은 천식과 위장염의 효능 연구가 진행되어 온 약이기도 하다. 

- 면역학자인 시우민 리Xiu-Min Li 박사는 중국 전통의학을 광범위하게 공부하고 습진, 음식 알레르기, 천식에 도움이 되는 약초 제제를 개발해 왔다. 단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보고 싶은 환자는 담당 알레르기 전문의, 소아과 전문의, 일반의에게도 반드시 알려야 한다. 

- 면역요법은 인체 면역계가 알레르기 반응을 촉발하는 항체인 IgE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않도록 재훈련하는 방식이다. 

- 음식 알레르기 환자는 모두 자신의 안전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한다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면역 체계』

(헨드리크 슈트레크, 사람의 집,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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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에서는 위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접촉할 기회가 많지 않다. 따라서 우리 인체는 다양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적응하고 단련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 

- 알레르기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알레르기 유발 항원을 피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항원에 자주 노출될수록 면역 반응이 더더욱 강해진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안다. 

- 알레르기 유발 항원을 피할 수 없다면 유일한 해결책은 주로 약물이다. 그러나 약물은 항원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증상을 억제할 뿐이다. 

- 대부분의 알레르기 환자는 알레르기로부터 영원히 해방되고 싶어 하기에 면역 치료를 요 청할 때가 많다. 환자에게 원인 항원을 소량 투여함으로써 그것에 길들여지게 하는 요법이다. 이는 종종 수년이 걸리는 기나긴 치료다. 게다가 결과는 상이하다. 

 

『알레르기의 시대』

(테리사 맥페일, 상상스퀘어,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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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물의학으로 심한 증상을 완화하지 못했을 때 다른 영역에서 도움을 구하는 이유를 이해한다. 치료란 과학만큼이나 희망이나 믿음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위약효과도 있다. 

- 한약이나 동종요법, 침술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실제로 현재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 같은 곳에서는 이러한 방법에 대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내가 만난 많은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최선의 접근방식은‘통합치료’즉 알레르기 환자를 치료할 다양한 방법과 치료를 조합해 사용하는 것이다. 

- 인도 찬디가르의학대학원연구소에서 일하는 미누 싱은 무엇보다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가장 좋은 약이라고 주장하며 말했다.“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을 털어놓으면서 기분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환자의 말을 제대로 들을 필요가 있어요.”

- 이러한 방식은 결국 알레르기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 치료가 될 수 있다. 시간을 내어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환자가 겪어온 생생한 질환 경험을 듣는 것이다. 애초에 보완요법 의사들과 치료사들이 사람들을 끄는 것도 이런 방식일 것이다. 

- 다른 모든 만성질환과 마찬가지로 알레르기는 상당히 거대한 시장이다. 역사가 마크 잭슨의 말을 인용하자면“새천년에 들어 알레르기는 곧 돈을 의미한다.”


『불완전한 인간』

(마리아 마르티논 토레스, 현암사,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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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의 최대 25퍼센트가 알레르기로 고통을 겪는다. 

- 우리 몸이 어떤 물질에 대해 해롭다고 인식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해롭다고 여기는 과도한 방어의 결과다. 그래서 때로는 치료가 질병보다 위험해 보인다. 

- 알레르기 증상에는 눈물, 콧물, 기침, 재채기, 구토, 설사 및 반응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긁도록 유도하는 가려움 등 다양한 배출 전략이 있다. 

- 공격을 완화하려다가 몸이 붕괴하는 것과 같은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유발할 수도 있다.

- 산업사회에서는 가공식품의 화합물이나 방부제가 얼마나 자주, 그리고 어떤 것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식별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우리가 아는 건 면역 체계가 교차 효과와 중복 메커니즘을 가진 매우 복잡한 장치라는 사실 뿐이다.  

-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 하나의 생태계다. 그리고 각각의 숲은 시골이든 도시든 자신이 처한 환경과 생물학적, 화학적, 정서적 대화를 나눈다. 


5년 주기로 찾아왔던 대한민국 정치의 큰 바람이 느닷없이(?) 3년만에 다시 불기 시작한다. “정치 성향 다른 사람과 연애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스타들을 향한 인터뷰에도 등장하는 걸 보면 정치 이슈는 자주 뜨겁고 늘 민감하다. 대학교 졸업반이 된 아들녀석과 정치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이다. 어느 후보에 대해서든 개인적 사감을 서로 여과 없이 쏟아내다가 대화가 열띤 논쟁을 넘어 밤샘 수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너가 판단해서 알아서 잘 투표하겠지만 너가 기어이 그 후보에게 투표를 하고 만다면 상당히 실망할 것 같다는 식의 협박이 절반쯤 담긴 문장을 이어나가려던 바로 그 때 “어머니! 스피커를 보지 마시고 스피치를 보세요. 공약을 보시라고요!!”라고 아들이 맞받아친다. “내 말이 바로 그거야. 스피치를 읽다가 스피커에 현혹되고 마는 게 너네 세대의 한계라는 거지. 스피치에 가려진 스피커의 본질을 파악해야 해. 공약도 중요하긴 해. 그래도 그 전에 그 후보의 과거 발언, 총체적 인성 그리고 미래의 실현 가능성까지 총체적으로 따져야지” “어머니가 지지하는 그 후보도 인성 논란 많잖아요.” “그건 과장된 거고, 왜곡도 많아. 언론은 늘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고, 너도 알잖아. 기레기! 오죽하면 기자들을 그렇게 부르겠냐?” 귀가해서는 모든 민감함을 내려놓고 둔감함으로 평화모드를 유지했었어야 했는데 아들이라고 만만하게 보고 대화를 시작했다가 본전도 못 건졌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게임에 몰입 중인 이대남 MZ 아들의 등 뒤를 지나가며 ‘구스프라바(goosfraba)’ ‘구스프라바(goosfraba)’ 화를 삭이는 데 효험이 있다는 에스키모인들의 주문을 나지막이 중얼거려본다.    


민감한 알레르기 환자들, 세심한 애정 갖고 접근해야


사람들은 동글동글한 원 안에 자기를 가두고 여러 개의 뾰족 센서를 요령껏 숨기며 살아가는 것 같다. 잘 굴어가던 튼튼한 원통이 턱에 걸려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 오르다가 뒤로 나동그라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원 밖으로 그 뾰족함이 뚫고 나오게 되어 있고 그동안 잘 감춰져 있던 예민함은 금세 주변 사람들에게 들통나기 마련이다. 생각해보면 정서적 민감성은 가끔 포장도 가능하지만 질환에서 오는 민감성은 위장이 불가능하다. 다양한 만성 질환으로 인하여 예민해진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해 주어야 하는데 한의사로서 임상을 해오며 가장 대하기 어려운 환자군이 바로 이 날카로움에 예리함까지 갖춘 사람들이었다. 피하려고도 했었고 선제적으로 세심한 애정을 쏟아보려고도 했지만 힘들었다. 그래서, 민감함의 끝판왕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레르기 질환을 진료하는 의료진들은 무조건 절대적으로 리스펙! 리스펙! 나이에 따른 마음의 평수가 한없이 여유로워져서 그분들의 호소를 더 잘 경청하고 그 안에 담긴 세밀한 요청을 흔쾌히 들어줄 수 있는 날이 내게도 오길 바란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그냥 넘길 수 없어서 고등학교 은사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70세 생일을 자축하러 일주일 일정으로 국내 자전거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막 복귀하셨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주신다. 한 때 ‘마녀’라는 별명이 있으셨던 까칠 그 자체의 선생님의 지금 별명은 ‘선녀’시다. 50세에 시작하신 세계 여행과 그 여행을 통한 성찰, 다음 여행을 위한 공부는 선생님의 삶을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안내했다고 고백하셨다. 오지여행가이자 여행작가로서의 제2의 삶을 즐기고 계신 선생님을 뵈러 여행짐을 꾸려본다.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 따로 있으랴?! 짐을 꾸리고 있는 바로 오늘이 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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