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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6일 (월)

한의사는 한방의료를 업무로 하는 일반의입니다

한의사는 한방의료를 업무로 하는 일반의입니다

민용기 대표 변호사
(법률사무소 인애·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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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용기 대표 변호사(법률사무소 인애·한의사)

 

1.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Existence precedes essence.).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1945년 공개 강연 [실존주의는 인문주의일까](L'existentialisme est un humanisme)에서 발표한 명제입니다. 원문은 「 L’existence précède l’essence.」입니다.

 

이 명제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목적이나 본성(본질)을 갖고 있지 않으며, 먼저 세상에 존재(실존)한 후 스스로의 선택과 행동으로 자신의 본질을 만들어간다는 뜻입니다.

 

2. 의료법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업무범위

 

의료법 제2조 제1항은 “의료인”을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이하 “간호사”라 한다)로 나누고 제2항은 각 의료인의 임무를 나누면서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로 그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면허범위를 나누는 의료법 기준의 전부입니다. 의료법이 이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의료인의 면허범위를 나누고 있지 않습니다.

 

위 의료인의 면허범위가 법률적으로 구체화되는 것은 의료법 제5조 제1항이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가 되려는 자는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다시 의료법 시행령 제5조가 국가시험등의 시험과목, 시험방법, 합격자 결정방법, 그 밖에 시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한 뒤, 의료법 시행규칙(보건복지부령) 제2조가 국가시험의 시험과목, 시험방법 및 합격자 결정방법은 별표 1의3과 같다고 하여 시험과목을 나열하는 과정을 거치면서입니다.

 

별표 1의3에 명시된 의사의 시험과목은 “의학총론(몸의 정상구조와 기능, 정상발생·성장 및 노화, 질병의 발생과 죽음, 주요 증상과 병태생리, 진찰 및 진단, 검사, 치료와 합병증, 건강증진·질병예방 및 보건의료관리를 말한다), 의학각론(영양, 소화기 질환, 손상·중독, 신생물, 혈액·조혈기관 질환, 심혈관 질환, 근골격계·결합조직 질환, 신경계 질환, 알레르기 및 면역질환, 호흡기 질환, 감염 및 기생충 질환, 내분비·대사성 질환, 신장·요로 및 남성생식기 질환, 유전 질환과 선천성기형, 주산기 및 신생아 질환, 눈 및 눈부속기 질환, 귀 및 유양돌기 질환, 피부질환, 여성생식기 질환, 임신·출산 및 산욕기 질환, 정신 질환을 말한다), 보건의약관계 법규(「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ㆍ「검역법」ㆍ「국민건강보험법」ㆍ「국민건강증진법」ㆍ「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ㆍ「보건의료기본법」ㆍ「응급의료에 관한 법률」ㆍ「의료법」ㆍ「지역보건법」ㆍ「혈액관리법」ㆍ「호스피스ㆍ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ㆍ「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과 그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말한다. 이하 같다)”라고 규정되어 있고,

 

치과의사의 시험과목은 “구강악안면외과학, 치과보존학, 치과보철학, 소아치과학, 영상치의학, 치주과학, 구강내과학, 치과재료학, 치과교정학, 구강병리학, 구강보건학, 구강생물학(구강해부학, 구강생리학, 구강생화학, 치과약리학, 구강미생물학, 구강조직학을 포함한다) 및 보건의약관계 법규”라고 규정되어 있으며,

 

한의사 시험과목을 살펴보면 “내과학, 침구학, 부인과학, 소아과학, 외과학, 신경정신과학, 안이비인후과학, 본초학, 한방생리학, 예방의학 및 보건의약관계 법규 ”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이 결국 국가시험의 과목의 차이에 의해서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의 면허범위의 차이가 실질적으로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3. 의료법의 해석 방법

 

법률문언은 그 법률이 제정된 취지에 의해 해석됩니다. 법률은 해석의 과정을 거치면서 죽은 문자에서 살아있는 규정이 됩니다. 따라서 똑같은 법률문언이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따라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현실은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의료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한의사의 면허범위는 의료영역에 해당하지 않고 한방의료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한방의료는 전통의학 원리에 기초한 의료라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의료와 한방의료의 영역은 상호 배타적인 것으로 해석되어 의료에 속하는 것은 절대로 한방의료의 영역이 될 수 없었습니다.

 

이는 동일한 의료법에서 나열된 의사와 치과의사를 구분하는 기준과는 사뭇 다른 해석입니다.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의 차이는 의료의 대상이 되는 인체부위의 차이로 해석되었고 그 방법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이러한 해석에 따라 치과의사는 진단과 치료에 사용되는 장비와 약물에 제한이 없었습니다.

 

이런 해석의 차이는 일면 타당해 보입니다. 의사와 치과의사의 차이는 치료범위의 차이이고, 의사와 한의사의 차이는 학문적 원리의 차이이므로, 한의사는 한의학이 아닌 의학원리에 입각한 진단방법과 치료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러나 의료법 조문 어디를 살펴보아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세 종류의 의사 사이의 면허의 범위가 배타적이라서 절대로 겹쳐질 수 없다고 단정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배타적인 해석은 오직 의사와 한의사 사이에서만 유효한 해석입니다.

 

의료법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의료, 치과의료, 한방의료를 그 업무범위로 한다고 하였고, 치과의사와 한의사가 의사와 달리 앞에 ‘치과’와 ‘한’이라는 접두사가 붙어 있음을 고려할 때 상식적으로 문언 그대로 조문을 해석한다면 치과의사, 한의사는 각각 치과의료를 담당하는 의사, 한방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또한 치과의사가 치과의료를 하고 의사는 치과의료를 하지 않으나, 치과의사는 진단방법과 치료방법에 제한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라면 당연히 한의사가 한방의료를 하고 의사는 한방의료를 하지 않으나 한의사는 진단방법과 치료방법에 제한이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역시 올바른 해석입니다.

 

따라서 의료법을 올바로 해석한다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의료, 치과의료, 한방 의료를 그 업무범위로 하고, 의사는 치과의사와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제외한 나머지 의료에 종사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며, 이러한 해석에 따른다면 한의사는 기본적인 진단장비와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라면 양약이라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통한의학에 입각한 치료를 주 업무범위로 하는 일반의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의사의 업무범위는 (양방)의료행위를 제외한 한방의료이며 한의사는 의사가 사용하는 진단방법과 치료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의료법이 해석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모순된 해석으로 법률해석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런 모순된 해석이 한의사와 치과의사를 매우 다른 지위에 있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의 차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한의사의 태생이 의생에 있고 한의사가 제도권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의사제도가 시행되어 오고 있던 것이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계속해서 한의사의 현대적인 의료장비의 사용을 막아오고 있었습니다.

 

4. 과거의 의료법 해석 판례

 

실제로 우리 대법원이 2009도6980 판결로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인 X-선 골밀도측정기를 이용하여 환자들을 상대로 성장판검사를 한 것이 구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을 때에도 이러한 의료법 해석방법이 바탕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위 판결에서 “의료법은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법조문이 없다”고 하면서도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 정한 각종 의무가 면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한의사가 주당 최대 동작부하의 총량이 10mA/분 이하인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구 의료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의료 방사선이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데 X선 촬영은 단순한 기계 조작이 아니라, 검사 필요성 판단, 방사선량 최적화, 영상 품질 확보, 의학적 해석이 필수적인 전문 의료행위이고, 한의학 교육과정은 방사선량 관리, 피폭 최소화 전략, 영상 획득 및 진단에 관한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한의사를 안전관리책임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방사선 안전 원리와 환자 보호 체계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입니다( 2025.11.04. 15:25자 의학신문 “한의사가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환자안전 위협’ 강력 반발”라는 제호의 오인규 기자의 기사).

 

이런 논리와 의료법 해석은 한의사가 IPL을 이용하여 의료행위를 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대법원 2010도10352 판결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위 판결에서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결국 한의사는 한의학원리를 공부하니 의학원리에 입각한 장비는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IPL은 피부 색소침착, 여드름, 모세혈관 확장의 각 치료 및 미세한 주름제거를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고, 한의사의 IPL 시술이 적외선·레이저침을 이용하여 경락에 자극을 주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치료기·레이저침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경락의 울체(울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온통경락)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결하고 있습니다.

 

5. 의료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 판례

 

이런 와중에 2022. 12. 22. 선고된 대법원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은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하여 심리하면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였습니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와 의사의 의료행위가 전통적 관념이나 문언적 의미만으로 명확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의료행위의 개념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기도 하고,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한방의료의 영역을 넘어서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판결하면서 한의사의 의료행위 영역도 전통적인 한방의료의 영역을 넘어설 수 있다고 설시하였습니다.

 

위 판결에 앞서서 치과의사가 환자의 눈가와 미간의 주름을 보톡스로 치료한 것이 면허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2013도850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는데 여기에 사용된 논리를 한의사에게도 적용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위 치과의사 판결에서 환자의 안면부인 눈가와 미간에 보톡스를 시술한 피고인의 행위가 치과의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고, 시술이 미용 목적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의료법이 각각의 업무 영역이 어떤 것이고 면허의 범위 안에 포섭되는 의료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데, 의료행위의 개념이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는 것임을 감안하여, 법률로 일의적으로 규정하는 경직된 형태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 해석에 맡기는 유연한 형태가 더 적절하다는 입법 의지에 기인한다고 설시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나 치과의사의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의료법의 입법 목적, 해당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해당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해당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의과대학 등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하여 해당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전통적인 관념이나 문언적 의미에 따르면, ‘치과’는 ‘이(치아)와 그 지지 조직 및 입 안의 생리·병리·치료 기술 등을 연구하는 의학 분야’, ‘치과의사’는 ‘입 안 및 치아의 질병이나 손상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 정의함이 일반적이나 치과의사의 의료행위와 의사의 의료행위가 이러한 전통적 관념이나 문언적 의미만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은 아닐뿐더러,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인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기도 하고,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발전 양상을 반영하여 전통적인 치과진료 영역을 넘어서 치과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으므로 앞서 든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에 이러한 관점을 더하여 치과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대상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같은 법리를 적용하여 내려진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도 그동안의 판단기준을 변경하여 한의사에게 허용되는 의료행위의 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게 된 것입니다.

 

위 한의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요약하면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①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하고, ②관련 법령이 한의사가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명백하며, ③한의사가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있어야 하고, ④진단기기의 개발·제작 원리가 순수한 서양의학적 원리에 전적으로 기초하여 그 과학기술의 원리와 성과를 한의사 아닌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고 볼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며,

 

반대로 ①진단기기의 사용에 관한 전문성 또는 오진 가능성과 관련하여 그 사용으로 인한 숙련도와 무관하게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가 없고, ②침습의 정도가 과도하지 않으며, ③국내 한의과 대학(한의학전문대학원 포함)이 모두 ‘진단학’과 ‘영상의학’ 등을 전공필수 과목으로 하여 실무교육이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고, 한의사 국가시험에도 영상의학 관련 문제가 계속 출제되고 그 교육정도와 출제비율이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한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라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위 판결들 이전에는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구분하는 기준은 그 대상이 치아인지 여부로 대상범위가 분명하고, 상호 배타적이었으며, 의사와 한의사 사이 역시 (양방)의학원리에 해당하는 것은 한의학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배타적인 인식이 있었습니다. 위 대법원 2016도21314 한의사의 초음파 판결과 2013도850 치과의사의 보톡스 판결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면허의 범위가 서로 배타적이라는 전통적인 의료법 해석을 면허의 범위가 서로 어느 정도 중첩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변경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6. 의료법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치과의사는 치과의료에 있어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치료를 위해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물을 사용함에 있어서 제한이 없는데도 한의사에게만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치료를 위해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물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의료법을 해석하는 것은 매우 편향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대법원의 판결이 변경되었고 의료법의 면허범위에 대한 해석이 진일보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한의사가 모든 진단용 의료기기와 항생제, 진통제 등의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법원은 판례를 변경하면서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는 진단용 의료기로 제한되며 한의사가 이러한 의료행위를 함으로써 의료소비자에게 예견되는 위해가 없어야 한다는 취지의 단서를 붙였습니다.

 

같은 법리를 이용해서 판결하면서도 치과의사에게는 매우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판결을 하여 치과의사의 면허범위를 구강의 치아에 한정하지 않고 안면으로 넓혀주었으면서도, 한의사에 대해서는 인색한 판결을 하게 된 이유는 치과의사와 한의사의 국가고시 시험과목의 차이 때문입니다.

 

애초에 치과의사가 의사와 치료의 대상 영역을 나누었을 뿐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는 인식이 있어서 치과의사와 의사의 교육과정과 면허시험과목은 그 내용이 상당부분 겹쳐있었기 때문에 치과의사가 보톡스를 이용한 미용시술을 한다고 하여도 의료 소비자에게 특별한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적고, 치과의사에게 이러한 면허범위를 허용해도 치과의사가 감당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가능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이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에 대한 전향적 판결을 하면서도 누구나 사용가능하고 위험도가 적은 초음파 진단기기이기 때문에 허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제시한 것은 한의사의 교육과정과 국가고시 시험과목을 볼 때 한의사는 좀 더 침습적이고 위험이 있는 (양방)의료행위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이 앞으로 의료법을 해석함에 있어서 한의사가 기본적인 진단장비와 환자의 치료에 필요한 약물이라면 양약이라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전통한의학에 입각한 치료를 주 업무범위로 하는 일반의라고 판단하게 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합니다.

 

한의사가 일반의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교육과정과 국가고시과목의 변경이 필요합니다. 과목의 변경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 과목명칭의 변경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교육내용의 실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한의사의 발목을 잡고 한의사에게 무형문화제에 준하는 지위를 강요한 것은 외부적 여건이 아니라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해온 우리 자신입니다.

 

한의사의 IPL 시술이 적외선·레이저침을 이용하여 경락에 자극을 주어서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적외선치료기·레이저침치료기와 작용원리가 같다고 보거나, 경락의 울체(울체)를 해소하고 온통경락(온통경락)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지는 이유는 한의사가 일반의로서의 교육이 부실하고 오로지 ‘의생’에 해당하는 교육만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무능함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인체는 동일한데 의사는 혈관과 근육을 말하고 한의사는 경락과 경근을 말합니다. 의사는 에너지 대사와 혈액순환을 말하는데 한의사는 기와 혈을 말합니다. 동일한 대상물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대상물이 서로 다른 것처럼 취급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동안 한의사는 인체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면서 마치 의사와는 다른 대상물을 치료하는 것 같은 모호한 주장을 해왔고 이것이 결국 한의사의 고립을 자초했습니다.

 

침구학의 경혈론과 한약을 처방하는 기미론은 도구입니다. 과학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던 때에 암흑상자 같은 인체를 이해하는 과거의 도구입니다. 이 도구는 침치료와 뜸치료를 하고 한약을 처방하는 과정에서 인체를 이해하고 한의학적 치료를 돕는 도구로서 한의사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도구가 인체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방해된다면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한의사는 한방의료를 업무로 하는 일반의입니다. 그동안 과학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인체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기초로 하고 그 위에 도구로서의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방법이 추가되어야합니다. 그런데 현실 한의학교육은 이러한 발전된 토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인체를 암흑상자로 보고 치료를 위한 해석론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의학 교육의 현실이 한의사를 여전히 제한적인 절름발이 의사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의사가 한방진료를 함에 있어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치료를 위해 항생제나 진통제, 마취제 등과 같은 보조적 약물을 사용하는 것에 제한이 있는 것이 단순히 의료법 만의 문제인지 우리 스스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이 한의사에게 위와 같은 의료행위가 면허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려면 한의사의 국가고시 시험과목을 볼 때 한의사가 이러한 의료행위를 감당하기에 충분히 숙련된 의료인력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과의사의 시험과목보다도 빈약해 보이는 한의과대학의 커리큘럼과 국가고시 시험과목의 현실적인 변화가 반드시 따라야할 것입니다.

 

7. 마치며

 

그동안 한의사는 스스로를 올바로 정의하는 데에 매우 소극적이었고 주변에서 정의내리는 대로 수동적으로 대응해 왔으며 그 결과 스스로 자신을 적극적으로 정의하지 못하고 전통의학을 하는 한의사라는 정의에 안주해왔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은 보존해야할 무형문화재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의학이 되어야 합니다.

 

한의학이 제대로 발전하고 한의사가 일반의로서 올바른 대접을 받으려면 그에 걸맞는 교육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랬을 때 한의사에 대한 의료법의 해석이 바뀔 수 있습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든 현존재(Dasein)는 본질에 앞섭니다. 존재가 먼저이고 본질은 따라오는 것입니다. 한의사가 무형문화재인지 일반의인지는 그 존재가 정해지고 나면 따라서 정해지는 것이지 제도가 먼저 한의사를 일반의라고 정의해주고 나서야 한의사가 일반의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의사는 전통한의학을 업무로 하는 일반의라는 현존재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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