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채윤병 교수 연구팀이 한국한의학연구원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한의원에서 수집한 진료자료에 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 기법을 적용,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경혈과 한의학적 변증 특성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의학의 전통적인 진단 과정인 변증과 실제 경혈 선택 사이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침 치료 연구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통증 부위와 증상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상태를 고려해 치료 경혈을 선택한다. 특히 변증은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중요한 진단 기준이지만, 실제 임상에서 이러한 변증 특성과 경혈 사용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2022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전국 7개 한의원에서 진료받은 통증 환자 423명의 의무기록을 분석했다. 대상 질환은 △요통 △편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 △발목 염좌 △무릎 통증 △수근관증후군 △월경통 등 7개 질환이었으며, 담당 한의사는 환자의 허실·한열·조습 상태를 평가했고, 연구팀은 실제 처방된 경혈과 변증 점수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먼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경혈들의 조합과 사용 빈도를 확인했다. 이어 사용 빈도가 높은 30개 경혈을 대상으로 △허실 △한열 △조습의 세 가지 변증 점수를 비교하고, 머신러닝의 비지도학습 기법인 계층적 군집분석을 적용해 경혈별 변증 특성의 유사성을 탐색했다.
분석 결과, 경혈마다 서로 다른 변증 특성이 관찰됐다. 예를 들어 삼음교(SP6)와 경거(LU8)는 상대적으로 허증과 한증 경향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됐으며, 요양관(GV3)은 상대적으로 실증 경향이 높은 환자에게 사용됐다. 이는 동일한 통증 치료에서도 경혈에 따라 사용되는 환자의 변증 특성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특히 계층적 군집분석을 통해 유사한 변증 특성을 보이는 경혈들을 탐색적으로 5개 그룹으로 구분했다. 이러한 분석은 복잡한 경혈 처방 자료에서 사람이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변증 관련 패턴을 데이터 기반으로 시각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각 그룹은 경혈의 고정된 변증 속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진료에서 해당 경혈이 처방된 환자들의 변증 특성이 유사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와 관련 윤다은 박사(경희대 한의대)는 “이번 연구는 기존의 질환 및 증상 중심 경혈 분석을 확장, 실제 임상자료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경혈 선택과 환자의 전신적 변증 상태 사이의 관계를 분석했다는 의의가 있다”며 “다만 경혈 선택에는 질환의 종류, 통증 부위, 한의사의 처방 성향 등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므로, 변증 자체가 경혈 선택에 미치는 독립적인 영향은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채윤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에서 경혈 선택이 통증 부위나 질환뿐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변증 상태와도 연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면서 “향후 표준화된 변증 평가와 대규모 임상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다면, 한의학의 개별화된 경혈 선택 원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환자 맞춤형 침 치료를 위한 임상 의사결정 지원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Medicine’ 2026년 제105권 38호에 ‘Pattern-related profiles of acupuncture points for pain management: A retrospective study of outpatient data from Korean medicine clinic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