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필수의료 인력 공백을 보완하고, 의료진에게 환자 진료에 집중할 ‘시간’을 돌려줄 대안으로 ‘AI Native HIS(AI 내재형 병원정보시스템)’가 제시됐다. 병원 밖 건강정보까지 진료와 연결할 데이터 인프라와 이를 뒷받침할 수가·입법 마련이 과제로 꼽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통합돌봄 시대,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의료 AI 확산 전략’을 주제로 제2회 K-헬스케어 의료기기 활성화 포럼을 개최했다.
서영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통합돌봄 시행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AI 대전환의 활용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재택의료·만성질환 관리·건강 모니터링 등으로 활용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 연계·활용과 데이터 활용 범위, 안전·책임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하며, 기술의 가능성과 현장의 수용성, 국민의 신뢰를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통합돌봄 시대, 주요국 데이터 연계 입법 동향과 시사점(김재선 동국대 법학과 교수) △현장에서 본 디지털헬스의 역할과 산업 활성화 과제(이상호 헬스맥스 대표)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돌봄은 통합, 데이터는 ‘각자도생’…정보 칸막이 없애야
김재선 교수는 통합돌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요양·복지기관에 흩어진 데이터를 ‘개인 단위’로 연결하고, 이를 실제 돌봄에 활용할 수 있는 입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 NIH ‘All of Us’ 플랫폼의 접근성 강화·민간기업 데이터 활용 활성화 △영국 UK Biobank 통합데이터 연계·NHS Digital 중심 활용 △일본 ‘차세대의료기반법’·‘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주요국의 의료데이터 연계 사례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국내 통합돌봄 데이터는 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생명윤리법·돌봄통합지원법·지역보건법·장기요양보험법 등으로 분절돼 기관·시스템 간 연계와 2차 활용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EMR→건보공단 장기요양정보→지자체·보건소 복지·방문간호 기록→개인 단위 결합→AI 활용으로 이어지는 정보 흐름을 제시하며 가명처리와 기관 간 시스템 연계, AI 활용 근거 및 책임체계 정비를 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통합돌봄 AI를 단기 사업이 아닌 장기적 인프라로 접근해 정부 주도의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연계·결합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며 ‘통합돌봄지원법’과 ‘디지털헬스케어법’ 개정을 통해 △데이터 연계 특례·2차 활용 범위 명확화 △정보주체 권리 보호 △AI 연구를 위한 안전한 처리환경 △책임·비용보상체계 △데이터 가치평가·인센티브 마련 등을 제안했다.

◎ 재택의료, 병원 밖 ‘24시간’을 잇는다…AI로 구현하는 AIP
이상호 대표는 통합돌봄의 ‘Aging in Place’ 실현에 있어 24시간 일상생활 관리 중심의 디지털·AI 전환과 이를 위한 △데이터 연계 △수가·보상체계 △산업 생태계 구축이 병행될 것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역 거점의 AI 키오스크를 Hub로, 가정의 웨어러블·스마트밴드 등 일상 모니터링을 스포크(Spoke)로 연결해 생체정보를 24시간 수집하고, 이를 의료기관 EMR과 보건소 PHIS 등에 연계하는 AI 돌봄모델을 제시했다. 수집된 라이프로그는 정제·표준화·보안 과정을 거쳐 보건소부터 일차의료·재택의료·방문간호까지 이어지는 관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하지만 현장에선 EMR 간 표준화 미비로 데이터 연동에 막대한 시간·비용이 발생하고, 외부 플랫폼 전송 및 AI 활용에 따른 의료진 책임도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별로 다른 EMR 구조와 업체별 연동 방식에 따른 비용 부담뿐 아니라 데이터 전송사고, 통신장애·기기결함 등에 대한 의료진의 책임 범위도 불분명하고, AI(CDSS) 오작동에 대한 책임체계 역시 미비하다는 것.
그는 “현행 수가가 24시간 모니터링 등 디지털 예방관리의 연속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해 실증사업이 종료되면 서비스도 중단되는 구조”라며 “일차의원의 전산·행정 부담과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표준 EMR 지원·데이터 송출 의원 가산 △사각지대 의원 대상 AX 바우처(EMR 연동·보안 인프라·디바이스) △복지부 인증 건강관리기관 업무위탁 △실증 혁신제품의 지자체 돌봄사업 우선조달 등을 제시했다.

▲(왼쪽부터) 이지원 상무, 노유현 대표, 조향심 부장, 김민정 과장
◎ “지역·필수의료 AI, 의료진에게 ‘시간’을 돌려줘야”
한편 이승복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패널토론에서는 AI로 의료진의 반복 업무를 줄여 확보한 시간을 환자 진료에 돌리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이지원 이지케어텍 상무는 “AI 기술이 쏟아지는데 왜 정작 의료인력 부족과 진료공백으로 신음하는 지역·필수의료 현장에서는 쉽게 활용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하며 “문제는 AI 성능보다 AI가 실제 일할 수 있는 의료 IT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상무는 기존 업무와 단절된 AI는 현장에서 지속되기 어렵다며 △과거력·검사추이 파악 △진료대화 기반 EMR 초안 작성 △전원·퇴원기록 요약 △간호 반복기록 감소 등을 HIS 안에서 구현하는 ‘AI Native HIS’를 제안했다.
지역·중소병원의 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대안으로는 Cloud HIS를 꼽았다. 다수 병원이 별도 GPU 서버나 개별 인터페이스를 구축하지 않고 AI를 활용하고, 기존 병원 HIS도 공통 연계체계를 통해 클라우드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상무는 “지역·필수의료에서 AI가 돌려줘야 할 것은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는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기기 ‘코그테라’를 통해 병원의 치료를 가정까지 잇는 모델을 제시했다. 코그테라는 △12주 음성기반 메타기억 훈련 △개인별 난이도 자동조절 △의료진 모니터링을 제공하며, 실제 적용에서는 △7개 의료기관 확증임상에서 인지기능 저하 지연 △평균 훈련 이행률 약 85% △8월 기준 누적 처방 2000건 등을 확인했다.
확산 과제로는 수가·데이터·규제가 꼽혔다. 비급여에 따른 환자 부담과 고령자의 초기 사용지원, EHR 연동·데이터 표준화와 함께 의료진의 처방·안내·치료과정 확인 등 ‘집과 병원을 잇는 관리·모니터링’의 가치를 보상체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향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디지털의료기술등재부장은 AI·디지털치료기기의 정식 건강보험 등재에 대비해 기존 행위별수가 적용 여부와 환자가 스스로 수행하는 디지털치료의 보상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상근거 창출과 성과평가를 위한 데이터 활용 및 법제화도 과제로 꼽았다.
김민정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AI의 역할도 결국 의료진이 환자에게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며 △의료데이터 표준화·상호운용성 강화 △전국 책임의료기관을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술 발전과 데이터 연결, 의료현장의 활용 여건,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개인정보·환자권리 보호를 전제로 의료데이터의 안전한 활용과 디지털헬스케어 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