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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7월 27일 (월)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26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26

교수님! 방학엔 뭘 해야 하나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 보다 왜 그것을 선택했는가’이다

한상윤 교수님(새 사진).jpg


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종강을 앞둔 시점부터 종강 직후까지 학생들에게 꼭 듣는 질문이 있다. “교수님! 방학엔 뭘 해야 하나요?” 학생들은 아마도 정답을 기대하며 묻는 것일 것이다. 어떤 과목을 미리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다음 학기에 앞서갈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기대와는 조금 다른 대답을 하곤 한다. 


“방학에는 학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세요.” 누가 뭐래도 대학은 배우는 곳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대학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험 일정에 쫓기고 과제와 실습을 반복하는 학기 중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학생들은 흔히 방학을 두 가지로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이거나, 다음 학기를 위해 미리 공부하는 시간이다. 물론 충분한 휴식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방학동안 할 일이 그 두 가지만이라면 조금 아쉽다. 방학은 학기 중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을 통해 자신을 조금 더 넓히는 시간이어야 한다.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자산


  무엇보다 방학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 보았으면 좋겠다. 한의사는 결국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진료도 어렵다. 그런데 사람을 이해하는 힘은 강의실보다 삶의 현장에서 더 많이 길러진다. 


  여행도 좋고, 봉사활동도 좋고, 아르바이트도 좋다. 여행은 낯선 사람과 문화를 만나게 해 주고, 봉사활동은 누군가의 어려움을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하는 장점이 있다. 아르바이트 역시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면서 책임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갈등을 겪기도 하고, 고객을 응대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언젠가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권하고 싶은 것은 평소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일이다. 전시회를 찾아가 시선을 끄는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 있어도 좋고, 공연장에서 음악이나 연극을 감상해도 좋다. 꾸준히 운동을 시작해 몸의 변화를 느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악기를 배우거나 사진을 찍고, 요리를 배우거나 글을 써 보는 것도 좋다. 꼭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 자체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은 얼핏 한의학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예술은 감수성을 키워 주고, 운동은 자신의 몸을 이해하게 하며, 취미는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알려 준다. 다양한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고, 익숙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게 한다. 결국 이러한 경험들이 모여 환자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힘이 될 것이다.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평소 가보지 않았던 동네를 천천히 걸어보는 일, 부모님과 오랜만에 긴 이야기를 나누는 일, 혼자 카페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한상윤 교수2.png
AI 생성 이미지

 


방학, ‘자기 삶을 설계하는 연습’의 기간


  학생들이 방학에 꼭 했으면 하는 것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독서다. 다만 전공 서적을 읽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소설과 역사, 철학 등의 인문학 책을 많이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공 서적은 지식을 가르쳐 주지만, 인문학은 사람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좋은 소설 한 권은 한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보게 하고, 역사책은 시대를 보는 눈을 넓혀 주며, 철학은 익숙한 생각에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런 독서는 당장 시험 점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역시 간접 경험으로서 훗날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부는 하지 말라는 이야기일까? 가능하면 공부하지 말고 방학을 온전한 휴식과 경험의 시간으로 채우라고 하고 싶다. 방학을 다음 학기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만 삼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방학 중에 공부를 하게 된다면 예습보다 복습을 권하고 싶다. 많은 학생들이 다음 학기 교재를 미리 사서 앞부분을 읽는 등의 예습을 하다가 금방 지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열정은 칭찬할 만하지만, 그 효과만 놓고 보면 복습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미 배운 내용을 다시 떠올리고, 스스로 설명해 보고, 서로 연결해 보는 과정에서 학습한 지식은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교육학에서도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데에는 새로운 내용을 무작정 많이 배우는 것보다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활용하는 과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지난 학기 특정 과목에 약점이 드러났거나, 스스로 돌아보기에 특정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다면 방학에 반드시 그 부분을 보완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다음 학기 혹은 다음 학년이 되어서 결국 그 약했던 부분이 발목을 잡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기초가 탄탄해야 높이 세울 수 있기에, 무사히 진급했다 하여 안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학기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을 천천히 정리해 보고, 노트를 다시 펼쳐 보며 ‘왜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을까’를 고민해 보는 것만으로도 다음 학기의 출발은 훨씬 가벼워진다.


  학기 중에는 강의시간표가 학생들의 하루를 결정하고 시험 일정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반면 방학은 누구도 대신 계획해 주지 않는다. 무엇을 읽을지, 누구를 만날지, 어디를 갈지, 얼마나 쉴지 모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방학은 ‘자기 삶을 설계하는 연습’을 하는 기간인 셈이다.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배움은 달라져”


 그래서 방학을 보내는 방식은 그 사람의 공부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좋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책을 읽으며 생각을 깊게 만들 수도 있으며, 여행을 통해 익숙한 일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다.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유를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보다 왜 그것을 선택했는가이다. 


  방학이 끝나고 같은 교실, 같은 교수, 같은 교재를 마주하더라도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따라 배움은 달라질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본 학생은 환자의 이야기를 다르게 듣고, 더 다양한 책을 읽은 학생은 같은 증례를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며, 스스로의 시간을 책임져 본 학생은 공부도 조금 더 주도적으로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방학이 자신을 한 뼘 더 성장시키는 과정이 된다면 말이다. 


  돌아보면 방학은 참 이상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너무 빨라 정신차려보면 어느 새 방학이 다 지나가 있게 되는데, 바쁘게 보내면 괜히 쉬지 못한 것 같고, 쉬기만 하면 시간을 허비한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남은 방학 계획을 세우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교수도 학생과 마찬가지라는 점이 한숨 나오면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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