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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10일 (월)

도파민 중독

도파민 중독

법과 사람 사이④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특정 행동과 환경에 점점 더 예속되어 가고 있어”

배용원 변호사님.jpg


배용원 대표변호사

•법률사무소 동촌(東村) 

•前 청주지검장

•대한한의사협회 자문변호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집어 듭니다. 뉴스와 SNS를 훑어본 뒤에야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출근길에도, 식사 중에도,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 있습니다. 수시로 쇼츠나 릴스 영상을 찾고, 30초마다 뉴스를 검색하며, 습관처럼 주식 시세창을 열어봅니다. 진득하게 책 읽기가 힘들고, 일기도 서너 줄 이상 쓰기 어렵습니다. 눈은 뻑뻑하고, 기억력은 예전 같지 않고, 집중력도 떨어집니다. 머릿속은 늘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합니다.


누구의 이야기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과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도파민이라는 물질 자체에 중독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도파민은 의욕과 동기, 학습과 보상 경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특정 행동과 환경에 점점 더 예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해야 할 일보다 당장의 즐거움을 선택


SNS, 숏폼, 모바일 게임, 끊임없이 울리는 각종 알림은 모두 짧은 시간 안에 즉각적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우리의 뇌는 이런 반응에 반복적으로 노출될수록 더 강하고 빠른 자극을 원하게 됩니다. 예전에 충분한 만족감을 주던 자극이 어느 순간 시시해지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헤매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현대인 특유의 불안감도 작용합니다. 우리는 세상과 단절되거나 정보에서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스마트폰을 켜고 또 켭니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것 같은 두려움에 끊임없이 정보를 검색합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불안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극을 찾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현상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팝콘이 쉴 새 없이 터지듯 뇌가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독서나 대화, 사색처럼 느리고 깊은 활동에는 흥미를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문제는 도파민 중독이나 팝콘 브레인이 단순히 생활습관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지속적인 과잉 자극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립니다. 한 가지 일에 오래  몰입하기 어려워지고, 긴 글을 읽거나 쓰는 일도 점점 힘들어집니다.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은 약해지고, 해야 할 일보다 당장의 즐거움을 선택하게 됩니다.  원하는 자극이 끊임없이 공급되지 않으면 불안과 초조, 무기력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만성적인 미루기 습관은 더욱 심해집니다.


당연히 학업 성취도는 떨어지고 일의 생산성은 감소합니다. 가족간의 대화는 줄고 친구와의 관계도 느슨해집니다. 현실의 인간관계는 얕아지고, 사회적 고립감은 깊어집니다.

 

배용원 변호사님2.png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에도 휴식이 필요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직장에서는 ‘사이버 로핑(Cyberloafing)’이 만연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학생들의 도파민 중독은 미래 인적 자원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입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키고, 심한 경우 사회적 갈등과 범죄라는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도파민 중독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호주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은 청소년 SNS 금지를 법제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스타머 총리는 “아동의 안전과 행복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다”며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연내에 의회에 제출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규제 대상에는 엑스(X·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스냅챗, 유튜브 등이 포함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도파민 디톡스(Dopamine Detox)’에 관심이 높습니다. 과도한 자극을 의도적으로 줄여 뇌의 보상체계를 다시 균형 있게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기상 직후 1시간과 취침 전 1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장합니다. 침실에 스마트폰을 두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뇌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뇌에 쌓인 피로물질을 제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깊은 수면이라고 합니다.  음악도 영상도 없이 걷기, 멍때리고 창밖 바라보기, 조용히 명상하기에 보내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고 과잉 자극에 지친 뇌를 회복시키는 치유의 과정입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유튜브의 ‘시청 기록 사용 중지’ 기능을 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도파민 중독은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예속


도파민 중독은 어쩌면 현대인이 겪는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예속일지 모릅니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속박은 손 안의 작은 화면을 통해 스스로를 묶어두는 방식으로 찾아옵니다.


금연을 위해 금연침(針)이 등장한 것처럼, 머지않아 ‘도파민 디톡스 침(針)’이 등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유명한 휴가지 대신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날 생각입니다. 종종 잊고 지내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자신과 연결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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