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한의신문] 대법원이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이 제공한 의료서비스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해도 실제 운영 주체가 비의료인이라면 의료법상 적법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으며, 이에 따른 의료보건 용역도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16일 충남 소재 의료법인 ○○의료재단이 대전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은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무장병원이 건강보험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은 경우, 해당 의료행위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인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당이득징수 대상 금액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사건의 원고인 의료법인은 충남 지역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해 왔지만, 비의료인이 2008년부터 병원 운영권을 넘겨받아 이사장으로 활동하거나 다른 사람을 명의상 이사장으로 내세워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36억여 원의 요양급여비를 지급받았고, 이후 건보공단은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에 해당한다며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처분을 내렸다. 또 세무당국은 해당 병원이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부가가치세 면제를 적용받았다며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를 부과했고, 의료법인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구 부가가치세법상 의료보건 용역 면세 규정은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의료법의 규정에 따라 제공하는 의료보건 용역’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아닌 사람이 의사를 고용해 제공한 의료보건 용역은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인 ‘의료법에 따른 의사 등이 제공하는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의료기관 명의가 의료법인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더라도 실제 개설·운영 주체가 비의료인이라면 의료법상 적법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으므로 부가가치세 면제를 받을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건보공단의 부당이득징수처분이 이뤄졌더라도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의료행위 이후 별도로 이뤄지는 제재처분으로, 요양급여비 지급 자체를 소급해 무효로 만들거나 공급가액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당이득징수금이 실제 납부됐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요양급여비는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의료법인은 병원 수익이 실제로는 비의료인에게 귀속됐으므로 의료법인에게 과세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병원 자금을 유출했다는 사정만으로 법인의 소득과 거래 자체가 모두 비의료인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세무당국이 주장한 10년의 부과제척기간 적용도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해당 의료법인이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적법한 의료기관인 것처럼 면세를 적용받은 데 따른 것이지만, 회계장부를 조작하거나 허위 자료를 만드는 등 적극적인 부정행위까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순 무신고에 해당하는 만큼 10년이 아닌 7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는 원심 판단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사무장병원이 제공한 의료서비스는 의료법상 적법한 의료기관의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이 아니라는 기존 대법원 법리를 재확인했다.
더불어 건보공단의 부당이득 환수와 부가가치세 과세는 각각 다른 법률관계라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환수처분이 이뤄졌더라도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