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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2일 (금)

“땀방울과 하얀 가루가 날리는 체조장 뒤에서 이뤄진 한의진료”

“땀방울과 하얀 가루가 날리는 체조장 뒤에서 이뤄진 한의진료”

‘2026 싱가포르 기계체조 오픈’서 경기도청 선수단 전담 의무진으로 참여
대한침도의학회, 선수들의 가장 가까운 의료적 동반자로 자리매김
이진경 이사(대한침도의학회 스포츠위원회)

싱가포르1.jpg

 

[한의신문] 아시아 전역에서 모인 체조 선수들의 열기로 뜨거웠던 ‘2026 싱가포르 기계체조 오픈(Singapore Gymnastics Open)’. 본 대회는 5일부터 7일까지 치러졌지만, 선수들의 현장 적응 훈련은 그보다 앞선 2일부터 시작됐다. 필자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의 전담 의무진(Team Medical Staff) 자격으로 비샨 스포츠홀(Bishan Sports Hall) 기구 뒤를 지켰다.

 

대한침도의학회 소속 한의사이자 선수트레이너(AT)로서, 이번 파견은 나의 임상적 시야를 한층 넓혀준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경기장 밖에서 마주한 또 하나의 의료 지원

해외 원정 경기에서 팀 전담 의료진의 역할은 체육관 안에서만 끝나지 않았다. 파견 일정이 시작되자마자, 코치님 한 분이 급성 질환으로 인해 현지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일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여자 기계체조에서 코치의 역할이 단순한 지도에만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고난도 기술을 수행할 때, 코치는 매트 가까이에서 동작을 주시하며 필요 시 즉각적으로 보조하고 위험한 상황을 방지한다. 특히 마루, 이단평행봉, 도마처럼 순간적인 판단과 안전 확보가 중요한 종목에서는 코치의 존재가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과 실제 부상 예방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낯선 외국의 응급실, 익숙하지 않은 의료 시스템, 빠르게 이어지는 진료 절차 속에서 나는 코치님과 동행해 현지 의료진과 소통했다. 의학 용어와 진료 과정, 처치 방향을 전달하고 설명하며 코치님이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과정에서 팀 닥터의 역할은 선수의 통증을 줄이는 일뿐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안전하게 훈련과 경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료적 안전망을 지키는 일임을 다시 느꼈다.

 

싱가포르2.jpg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 곁에서

2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 사전 훈련 기간은 선수들에게 현장 적응의 시간이자, 동시에 통증과 싸우는 시간이었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몸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선수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잔여 통증을 안고 있었다.

 

나는 훈련 전후로 선수들의 통증 부위, 관절 가동성, 근육 긴장도, 피로 누적 정도를 확인하며 부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체조 선수들의 몸은 도약, 착지, 회전, 지지 동작이 반복되면서 어깨, 손목, 허리, 고관절, 발목 등에 높은 부하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 반복적인 미세 손상과 보상 움직임, 연부조직의 과긴장과 유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침도 치료의 관점은 체조 선수들의 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단순히 통증이 나타난 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부위에 부담이 집중되었는지, 어떤 움직임에서 다시 통증이 유발되는지, 제한된 관절 움직임과 연부조직의 긴장이 경기 수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함께 살피게 된다. 평소 정기 의무지원 과정에서 침도 치료를 포함한 한의학적 관리를 꾸준히 시행해 온 경험은, 국제대회 현장에서도 선수의 몸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필요한 처치를 선택하는 데 큰 기반이 되었다.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은 본 대회가 시작된 당일이었다. 평소 어깨 상태가 좋지 않던 선수가 시합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결림과 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종목과 종목 사이,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즉시 어깨 상태를 평가하고, 관절 가동성 및 주변 연부조직의 긴장도를 확인한 뒤 수기 치료 등 현장에서 시행할 수 있는 처치를 진행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통증이 즉각적으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선수의 통증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제한된 환경과 시간 안에서 부상 악화를 막고 선수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경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순간 현장 의무지원이란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 때로는 즉각적인 회복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선수의 상태를 빠르게 판단하고 위험 요소를 줄이며, 경기 중 필요한 결정을 함께 버텨주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의료적 역할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이 한마음으로 뭉쳐 단체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기에, 낯선 환경 속에서 함께 고군분투했던 의료진으로서의 긍지와 뿌듯함은 더욱 배가되었다.

 

세계 체조 현장에서 마주한 의료 지원의 차이

대회 일정 중 캐나다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팀을 지도하고 있는 코치를 비롯해 현지 코치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한국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성실한 경기 태도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전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각국의 스포츠 의료지원 체계로 이어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싱가포르팀에는 아직 체조 종목 내 전담 의료진이 따로 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스포츠 선진국인 캐나다에서는 팀 내에 최소 1명 이상의 전담 의료진이 상주하며 선수들의 훈련과 경기, 회복 과정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내가 이번 대회에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의 전담 의무진으로 동행했다는 점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단순히 대회 기간에만 일시적으로 합류한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정기적으로 선수들의 몸 상태를 살피고 관리해 온 의료진이 국제대회 현장까지 함께했다는 점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이 대화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안정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기술 지도만큼이나 지속적인 의료 지원과 부상 예방 체계가 필수적이다. 한국 엘리트 스포츠 현장에서도 전담 의료진의 역할이 더욱 자연스럽고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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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를 넘어, 격주 수요일의 체육관으로

싱가포르 파견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시 격주 수요일마다 대한침도의학회 소속 여러 원장님들과 수원북중학교 체육관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도청 기계체조 선수단과 관내 초··고 체조 유망주들을 위해 진행 중인 정기 의무 지원은, 반복 훈련 속에서 누적되는 선수들의 통증과 몸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살피는 시간이다. 특히 부상 예방과 경기력 유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침도 치료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비샨 스포츠홀에서 흘린 선수들의 땀방울, 낯선 현지 병원에서의 긴박했던 소통, 그리고 격주 수요일 수원 체조장에서 맡는 익숙한 하얀 가루 냄새. 이 모든 궤적 속에서 나는 엘리트 스포츠 한의학, 특히 침도 치료가 스포츠 현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의사 동료들이 이 가슴 뛰는 현장에 함께하길 바란다. 그리고 침도 치료를 비롯한 한의학이 대한민국 체조 발전의 든든한 조력자로, 선수들의 가장 가까운 의료적 동반자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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