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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3일 (토)

내과 진료 톺아보기 29

내과 진료 톺아보기 29

“잘못된 식습관 및 생활 습관을 바로잡고 싶어 내원했어요”
질병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을 조율하고 평생 건강을 위해 조력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일차의료 주치의의 역할이며, 한의학이 가장 잘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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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1903년,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미래의 의사는 환자에게 약을 투여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환자가 자신의 신체와 식단, 그리고 질병의 원인과 예방에 스스로 관심을 두도록 이끌 것이다”라고 예견했다. 그로부터 12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 보건의료 체계에서 진정한 ‘일차의료 주치의’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잘못된 식습관을 바로잡고 싶어 내원했어요.” 2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평소 잘못된 식습관 및 생활 습관 때문에 위장에 트러블이 끊이지 않아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자신이 겪는 증상의 원인이 ‘잘못된 식습관 및 생활 습관’에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환자의 병력을 세밀하게 청취했다. 환자는 의료인이었다. 약 5년 전 심한 알레르기 증상으로 대학병원에서 일주일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2년 전 건강 검진에서 크레아티닌 수치가 높아 사구체여과율(GFR)이 약 60mL/min/1.73m²로 낮게 나왔다고 했다. 이후 재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약 80mL/min/1.73m²로 상승한 것을 확인한 뒤로는 별도의 추적 관찰을 하지는 않았다. 


환자의 일상을 괴롭히는 증상은 다양했다. 주기적으로 장염을 앓았고, 평소 잠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다. 특히 식사 후에 잠이 쏟아지고, 만성적인 피로감 때문에 머리가 늘 맑지 못하다고 했다. 얼굴에는 성인 여드름이 지속해서 올라왔으며, 매달 심한 배란통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본원에서 치료 후 건강이 많이 좋아진 지인으로부터 ‘식습관 및 생활 습관 개선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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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치료 기간에 따른 체성분 변화 추이 한의사에 의한 내과적 개입(생활 습관 교정 및 첩약 치료)을 시행한 환자의 치료 시작 시점(Baseline)부터 약 17주 차(치료 종결)까지의 체중(Body Weight), 골격근량(Skeletal Muscle Mass), 체지방량(Body Fat Mass), 그리고 체지방률(Percent Body Fat)의 변화를 나타냄.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체성분 분석(BIA)과 정맥 채혈을 통한 진단의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결과, 체중은 57.6kg, 체지방률은 26.6%로 표준 범위에 있었다(그림 1). 하지만 간 기능 검사에서 AST 수치가 99IU/L로 정상 범위의 두 배 이상 웃돌고 있었다. ALT는 정상이었고, 크레아티닌 수치도 다행히 0.7mg/dL였으며 eGFR (CKD-EPI 2021) 121mL/min/1.73m²로 정상 범위였다(표 1). hs-CRP, ESR 수치도 정상이었으며, 최근 음주력이나 약물 복용력은 없었다. 상복부 초음파 검사와 B형•C형 간염 검사에서도 특이 소견이나 감염은 관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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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환자의 치료 기간 중 간 기능, 신장 기능 및 체성분 변화 치료 전 99IU/L로 상승해 있던 AST 수치가 치료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변동(Fluctuation)을 거쳐 최종적으로 16IU/L의 안정적인 정상 범위로 회복되었음. 체성분 측면에서도 근육량의 유의미한 손실 없이 체중이 감량 및 유지되는 긍정적인 대사 회복 양상을 보임.

 

 

舌診상 舌質의 色이 淡紅하고 舌苔는 白•薄 했고, 脈診상 脈象이 전체적으로 緩•有力했다. 결론적으로 환자의 반복되는 소화기 증상, 식곤증, 만성 피로, 여드름 및 배란통의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검사 결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몸은 국소적인 부품의 조립품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일체이다. 한의학의 정체관념(整體觀念)을 바탕으로 환자가 가진 증상의 내면을 바라보면, 겉보기에는 무관해 보이는 증상들과 비정상적인 간 수치를 관통하는(一以貫之) 근본 원인이 잘 보인다. 그것은 바로 ‘불규칙한 식사 시간, 잦은 당류 섭취, 외식과 야식이 반복되면서 나타난 대사 불균형’이었다. “평소 잘못된 식습관 및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짚어낸 환자 자신의 판단이 매우 정확했던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첩약 처방과 함께 식습관 및 생활 습관 관리 프로그램을 통한 ‘포괄적 개입(Comprehensive Intervention)’을 시작했다. 진료실에서만 “음식 조심하세요”라고 던지는 조언은 큰 힘을 가지지 못한다. 대신 의료진이 매일 환자가 먹는 식단 사진을 공유받고 피드백을 주며, 환자의 일상으로 들어가 동행했다. 첩약과 함께 환자의 체질에 맞춘 식단을 처방하고, 수면과 신체 활동을 매일 점검하는 일종의 ‘비대면 병동’ 시스템을 가동했다.


환자는 의료진의 피드백을 이정표 삼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했다. 치료 약 4개월 후 AST 수치는 16IU/L로 정상화됐다(표 1). 이는 세간의 오해와 달리, 한의학적 개입이 간 기능 회복 과정에서 충분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체중 역시 근육량의 보존과 함께 54.7kg으로 안착했다(그림 1).


객관적인 수치의 회복과 함께 주관적인 증상도 소실됐다. 환자는 주기적으로 괴롭히던 소화기 증상이 사라졌고, 식곤증과 피로감이 걷히며 “머리가 맑아졌다”라고 했다. 얼굴의 여드름이 잦아들었으며, 매달 찾아오던 배란통도 개선됐다. 


치료가 끝난 후 환자는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개선되니 신체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편안해졌습니다. 디톡스밀을 만들어 먹으니, 매일 나 자신을 위한 한 끼를 대접하는 기분이 들어 참 좋았습니다. 처음엔 몸을 고치려고 찾았는데,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 마음의 여유까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생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옆에서 조력해 주셔서 든든합니다.”


『東醫寶鑑』 서문에는 “사람의 질병은 모두 섭생을 잘 조절하지 못한 데서 생기는 것이니 수양(생활 습관 교정)이 최선이고 약물(藥石)은 그다음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에디슨이 예견한 ‘미래의 의학’은 이미 수백 년 전 한의학의 뿌리 깊은 철학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증상을 억누르기 위한 단편적인 약물 처방이나 시술을 넘어, 환자가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게 하고 삶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교정하여 마음의 여유까지 찾아주는 것. 객관적 데이터와 전체론적 관점을 두루 갖춘 한의사가 국민의 평생 건강을 책임질 ‘일차의료 주치의’의 진정한 적임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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