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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3일 (토)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41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41

국경을 넘은 필리핀 속 한의학
필리핀 의료봉사를 다녀오며

전한련기고_오형빈 (1).jpg

 

오형빈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4학년


유난히 추웠던 지난 2월, 나는 무더운 필리핀에서 한의학이 전할 수 있는 따뜻함을 직접 경험했다. KOMIV(Korean Medical International Volunteer)와 함께한 해외 의료봉사 이야기, 그 준비부터 소감까지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들의 의료봉사 단체, KOMIV


“국경을 넘은 한의학은 어떤 모습일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품어온 질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뜻이 맞는 한의대생 및 공중보건 한의사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동시에 의료봉사 단체 KOMIV(Korean Medical International Volunteer)의 일원으로서 필리핀 해외 의료봉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출국 전 준비, 배움의 시간


봉사는 단순히 현장에서 진료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봉사 이전의 준비부터가 배움이었다. 출국 전 약 3주간 이어진 준비 기간 동안 우리는 철저한 사전 학습을 거쳤다. 첫 주에는 진단과 치료 이론을 복습하며 이론적 토대를 다졌고, 선배 한의사들의 임상 경험을 공유받으며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접근 방법을 익혔다. 


둘째 주에는 가상의 환자 케이스를 제작해 모의 진료를 반복했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질문과 피드백을 통해, 이론과 실전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주는 기술 습득에 집중했다. 약침, 전침, 기본 시술을 영어로 설명하고 시연하는 연습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강조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었다. 위생과 안전 수칙은,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생각할 때 단순한 절차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전한련기고_오형빈 (3).jpg


현장에서 마주한 다양한 환자들


수도 마닐라를 지나, 차로 두 시간 거리. 테르나테(Ternate)라는 작은 지역이 우리의 진료지였다. 현지에 도착하고 마주했던 상황은 예상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다. 수질 문제, 부족한 위생 시설, 곳곳에 돌아다니는 벌레 등 익숙하지 않은 조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필요한 것은 나의 편안함이 아니라, 나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치료였다. 긴장될 때마다 나의 역할을 되새기며,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은 예상보다 매우 다양한 질환과 증상을 호소하였다. 근골격계 통증은 물론이고, 신경 포착 증후군, 소화기 질환, 감기까지 다양한 내과적 문제들이 뒤섞여 있었다. 언어 장벽은 분명 존재했다. 익숙하지 않은 발음의 현지 영어는 서툰 영어 실력을 보유한 나의 진땀을 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바디랭귀지와 단어 하나하나를 모아 최선을 다해 소통했고, 현지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치료를 이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어제魚際혈 부위인 엄지 두덩이 과도하게 위축되어있는 환자였다. ‘정중신경 손상, 수근관 증후군 의심!’ 학교에서 배우기만 했던 흔치 않은 증상을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된 순간, 배웠던 내용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묘한 쾌감과 함께 자신감이 피어올랐다. 엄지 힘 약화, 집게 동작 약화, 감각 저하 등의 증상을 확인하고, 한의사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정중신경 손상이라는 진단을 내리며 치료에 나섰다. 치료 후 환자분이 “조금 편해졌다”고 전해주었을 때, 그 한마디는 가슴 깊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번 봉사활동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의학이 단순히 통증 완화에 그치지 않고 내과적 증상 개선에도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환자들이 치료 후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웃으며 이야기해주던 모습은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처음에 경계하고 치료를 거부했던 환자들조차 나중에는 멀리서도 찾아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국경을 넘어선 한의학의 긍정적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한련기고_오형빈 (2).jpg

 

봉사를 마치며


짧지만 밀도 있었던 3일 동안, 500명 이상의 환자들을 진료했다. 뿌듯했던 만큼 아쉬웠던 점도 존재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진단 장비의 부족이었다. 초음파나 저선량 x-ray와 같은 진단 기기가 없어 진단에 제한이 있었고, 더불어 짧은 일정으로 인해 재진 이외의 환자에 대한 경과는 확인하기 어려웠었다. 한의학의 긍정적 치료 효과를 확인한 만큼, 이러한 부분은 더 아쉽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경험은 치료 그 이상의 분명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의학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한의학이 특정 질환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와 다양한 환자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것은 KOMIV 단체의 체계적인 준비와, 함께한 모든 이들의 헌신 덕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신뢰하고 기다려준 환자들 덕분이었다.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이와 같은 경험을 함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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