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수도권역 추가보수교육 (16일)
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필자는 10여 년 전, 한의신문에 ‘꼭 알아야 할 한약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약 관련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한층 더 깊어진 연구 성과들을 토대로, 매달 한 번씩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라는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이려 한다.
무엇보다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풀어낼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어질 칼럼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한약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한약을 먹으면 간에 부담이 된다”는 말이다. 과연 한약은 간에 무조건 해로운 것일까. 최근 연구들과 임상 현장의 경험을 종합하면, 간을 손상시키는 한약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적절한 처방과 용량을 지키면 안전하다는 결론에 가깝다. 한약과 간 독성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왜 “간에 독성이 있는 한약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간에 독성이 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일반적으로 약물이나 화합물을 섭취했을 때, 이 물질이 간세포에 손상을 주거나 간 기능 검사에서 간효소 수치(AST, ALT 등)를 상승시키는 경우를 지칭한다.
간은 우리 몸에서 약물과 독소를 대사하고 해독하는 중요한 장기이므로, 소화 기관을 통해 체내로 들어온 모든 물질은 크고 작은 대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간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유발하거나 면역학적 반응을 일으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두고 “간에 독성이 있다”거나 “간에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양약도 간 독성 존재하는 것은 마찬가지
양약(서양약)도 마찬가지로 간 독성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해열진통제로 자주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파라세타몰)만 해도 과량 복용 시 간 기능 악화를 유발할 수 있음이 잘 알려져 있다. 일부 항생제나 진통소염제, 항암제 등도 부작용으로 간 손상이 보고되기도 한다.
따라서 ‘간 독성’이라는 문제는 특정 의학 체계의 약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떤 약물이든, 얼마나 안전성이 입증되었고 어떤 상황에서 어느 정도 용량으로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약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한약재를 배합하여 사용하는 복합 처방이다. 이때 독성 가능성이 존재하는 몇몇 한약재가 있는데, 이를 적절한 제법으로 처리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자(附子)는 제대로 포제(炮製)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독성분이 남아 중추신경계나 심장에 독성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보고에서는 간 손상도 언급된다.
그러나 한의학에서는 부자를 안전하게 가공하기 위한 다양한 포제법을 활용해 독성을 최대한 줄인 뒤 사용한다. 또한 환자의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 부자 용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문제를 최소화한다. 실제로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에서 수행한 안전성 평가에서는 일반적인 한의사 처방을 따른 한약 복용 시, 간 독성이 임상적으로 드물게 나타났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면 한약은 실제로 언제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을까. 오남용이 가장 큰 위험 요소이다. 민간요법으로 “이 약재가 좋다”는 말을 듣고 개인이 임의로 구해 장기간 복용하거나, 체질에 맞지 않는 약재를 충분한 확인 없이 복합해 쓸 경우가 대표적이다. 심지어는 부작용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특정 약재를 고농도로, 혹은 다른 양약과 병행해 쓰면서도 전문의와 상의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간 독성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제대로 검증된 한의사 처방과 용법, 용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간에 도움이 되는 한약재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인진호는 간세포를 보호하고 담즙 분비를 촉진해 염증을 줄이는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오미자는 항산화 효과와 더불어 간 손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갈근이나 헛개나무과병은 알코올성 간 손상에서 효과가 있으며, 산약(마)이나 작약 등도 전통적으로 간 기능을 보강하는 데 자주 쓰이는 편이다. 실제 임상에서도 이들 약재를 적절히 배합하면 간 수치가 개선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된다.
한약재의 독성·약리 작용 연구 활발
결국 한약이 간에 안 좋다거나 독성이 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극히 일부 독성이 강한 약재가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환자에게 어떻게 처방하느냐가 핵심이다.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 안전성을 고려하면서 약재를 발전시켜 왔고, 현대의 과학적 분석 기법으로도 한약재의 독성·약리 작용에 대해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약이 간에 유익한 점도 분명 존재하므로, 잘못된 민간요법이나 오남용 사례를 전체 한약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한약, 양약 할 것 없이 모든 약물은 적절한 용량과 적합한 환자 상태를 전제로 안전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간이 주된 대사 기관이기 때문에 약물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간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곧 간 손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대 의학과 한의학을 포함해 의약품 개발과 임상 활용에서 간 독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안전지침을 마련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약물 사용의 위험성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약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약재와 처방을 정확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약물에 민감한 체질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약물에 해당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간에 독성이 있는 한약은 거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적절한 처방과 안전성 검증을 전제로 하여 충분히 과학적으로 뒷받침되는 결론에 가까워 보인다.
<참고문헌>
-대한한의학회지. 한약 독성 및 안전성 평가에 관한 고찰, 2019.
-BMC Complement Altern Med. Hepatotoxicity in Traditional Herbal Medicine, 2017.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 Hepatoprotective Effects of Herbal Formulae, 2020.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재 표준화 및 독성 연구 보고서, 2021.
▷김호철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및 대학원에서 한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후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미국 코넬의대 분자신경생물학실, 존스홉킨스의대 응급의학과, 중국 수도의대, 산동성중의병원, 베트남전통의약대학 등에서 객원교수로 연구와 교육을 수행했다. 현재는 경희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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