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한의사회, 제73회 정기대의원총회 개최 (8일)
이민재(좌측)·백예원(우측)
경희대 한의대 본과 2학년
지난달 20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경혈학교실 인지의과학 연구팀(이하 한국 연구팀)은 한·중 협력 연구에 관한 논의를 위해 중국 남경중의약대학 부속 강소성제2중의원을 방문했다.
남경중의약대학은 1954년 설립돼 현대 중의약 교육의 중심에 있는 대학으로, 중국의 5대 중의약대학(남경, 성도, 북경, 상해, 광주) 중 하나이며, WHO(세계보건기구)가 공식 지정한 전통의학 연구센터로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남경 강소성 일대에 위치한 강소성제2중의원은 남경중의약대학의 부속병원으로, 특히 침구, 경혈에 있어 임상적·연구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연구팀이 강소성제2중의원에 도착하자 장지엔빈(張建斌), 쉬티엔청(徐天成) 교수님을 포함한 남경중의약대학 침구학 연구팀(이하 중국 연구팀)이 반갑게 맞이했다. 장지엔빈 교수님은 청강(澄江) 침구학파의 역사적 기원, 학술적 특징 및 전승과 발전 현황을 소개하고, 청강 침구학파의 학술적 성과를 담은 전서 《경락천고열변(經絡千古裂變)》과 학파의 특색을 살린 두루마리 ‘운침불통심법(運鍼不痛心法)’을 한국 연구팀에게 전달했다. 한국 연구팀은 환대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한국 전통의 나전칠기 자개함을 선물했다.
협력 연구에 관한 논의에 앞서 한·중 양국의 침구 연구 현황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채윤병 교수님은 ‘AI 시대 침술 의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침의 술기, 경락 이론, 뇌인지과학적 측면,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 활용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토대로 진행된 연구 현황을 공유하며, 침에 대해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앞으로의 경혈학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쉬티엔청 교수님은 ‘ACUBOT의 개발’과 ‘비만 치료에 대한 침치료의 인공지능화’에 대해 소개했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꾀함으로써 학문적 영역을 넓히는 교수님의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발표 후에는 각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질의하고 논의함으로써 한·중 양국의 연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다음으로 향후 진행될 한·중 협력 연구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경혈과 질병 간의 네트워크’에 관해 한국 연구팀은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과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을 이용, 또한 중국 연구팀은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complex network theory)과 인공지능기술(artificial intelligence technology)을 적용해 꾸준한 연구를 진행해 온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한·중 협력 연구에서는 가상 의학 진단(virtual medical diagnosis)을 통해 임상에서의 경혈 선혈에 대한 데이터를 얻은 후, 복잡계 네트워크 이론을 이용해 양국 간의 경혈-질병 네트워크 패턴을 비교·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각국의 임상 현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연구 대상 및 질환 선정 등의 주제에 관해 세부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중국의 경우 동일한 질환에 대해 약 60%의 케이스에 관해서는 동일한 경혈들을 사용하고, 환자의 증상에 따라 경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선혈을 하는데, 이를 통해 중국의 경혈 선혈 패턴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표준화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의학은 학문의 이론적 바탕과 임상적 경험이 상호작용하며 발전하는 분야이다. 이는 경혈학 연구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혈 선혈 패턴 및 네트워크의 차이는 양국의 임상 현장 및 의료 체계의 차이에 기인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러한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함으로써 경혈학 이론과 임상의 연계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미나를 마친 후 중국 연구팀이 소개한 현지 식당으로 이동해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화교류를 통해 친밀감을 쌓고, 앞으로 진행될 협력 연구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에서 느낀 간단한 소회를 나눈다. 필자는 한·중 양국의 교수님들이 문헌과 임상을 넘나들며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며 한의학에서 문헌과 실험, 임상 간의 연결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 사이에서 치우침이 없는 현대 한의학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끝으로 이번 방문 전체를 지도해주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채윤병 교수님과 한국 연구팀을 넘치도록 환대해주신 남경중의약대학 장지엔빈(張建斌), 쉬티엔청(徐天成)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