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단장 허영)이 19일 ‘건강보험이 놓치고 있는 것들, 국민에게 듣다’를 주제로 개최한 제9차 민생경제회복단 현장간담회에서 희귀난치성질환자들에 대한 건강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보장 기준을 ‘비용 대비 효과’가 아닌 ‘삶의 질’을 기준으로 적극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기술 발전으로 올해 기대수명 84.5세에 이를 정도로 국민 건강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만성질환 관리기기, 항암제 등 이미 해외에서는 효과가 입증돼 상용화가 된 치료제임에도 국내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막대한 비용부담을 지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회복단은 마지막 간담회 시간으로 희귀난치성질환과 관련해 △대체 치료제가 없거나 기존 치료제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유발하는 경우 △기약 없는 치료제 공급과 이에 대한 재정적 부담 등 환자들이 겪는 건강보험의 사각지대 점검에 나섰다.
허영 단장은 인사말을 통해 “헌법에 모든 국민이 인간답고, 건강하게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위해 사회 보장과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있으나 실제 희귀난치성질환 환자와 보호자 모두 보장의 사각지대에서 큰 고통 속에 살고 있는 현실”이라면서 “이번 간담회를 통해 과잉진료로 인한 불요불급한 낭비성 재정의 지출은 막되 고가의 치료 비용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는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윤 의원은 “그동안의 건강보험 보장은 환자의 삶보단 주로 비용 대비 효과에 중점을 두고 발전해 왔기에 아직도 희귀질환·만성질환·암에 대한 고가의 수술·치료비·약·의료기기 등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고, 이로 인해 환자와 가족들은 나날이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이번 간담회를 통해 단순히 비용 효과를 따지는 수준을 넘어 국민의 삶의 질을 올리는 건강보험으로 어떻게 전환해 나갈지를 논의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1형 당뇨병 환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선인슐린펌프에 대한 건보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미선 인슐린당뇨병가족협회 이사에 따르면 자가면역질환인 1형 당뇨병은 신체 내 인슐린을 생성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인슐린을 주입하지 않으면 3~6개월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질병이나 다회주사요법(MDI) 및 유선펌프로 인한 △소아청소년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 △임산부 출산·육아 및 성인의 사회생활 제약 문제 등이 야기되고 있다.
이에 환자단체는 외국에서 보장되는 무선펌프를 도입해 건보적용 대상이 되도록 2년간 국회와 정부에 호소해오고 있으며, 해외 기업과 주한미국대사관에 직접 면담을 요청하는 등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연속혈당기의 최신화, 줄기세포를 캡슐화해 신체 내부에 이식해 스스로 혈당조절토록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무선인슐린펌프 건보 적용 및 선진의료기기 도입 절차를 신속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증 건선 치료 부담 완화를 위한 제언에 나선 김성기 한국건선협회 대표에 따르면 건선은 면역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나 현재 건보 적용 기준은 PASI(건선 경중도) 10점, BSA(체표면적) 10%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기준으로 인해 두피, 생식기, 손·발바닥 부위 등에 대한 건선은 심각한 고통과 삶의 질 저하를 유발함에도 중증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이에 김성기 대표는 PASI·BSA 기준 외에도 특수부위 건선이 심할 경우 중증으로 인정하고, PGA(의사종합평가)·DLQI(삶의 질 평가) 점수를 급여 기준에 포함, 생물학적 제제 등 치료법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진성적혈구증가증에 대한 필수 치료제 ‘베스레미주(Besremi)’,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마지막 치료제 ‘트로벨비(Trodelvy)’에 대한 급여화를 촉구하면서 “건보가 치료의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현실에서 환자들은 오랜 시간 치료제를 기다리며 절박해하고 있기에 불합리한 제도적 장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향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총장은 희귀질환자에게 △산정특례 자기부담금(암 5%, 희귀질환 10%) △치료제 선택 역차별(페닐케톤뇨증 치료제 ‘5HTP’, 다이어트용 오용으로 인한 건보 중단) △유전자 질환 가임부부의 출산 포기(반복적 유전자변이 검사) 등의 건보 불평등 사례가 야기돼오고 있다면서 특히 “초저출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유전자 질환으로 투병 중인 난임부부에 PGT(착상전 유전자 검사) 지원을 통해 실질적 경제적 부담 완화와 건강한 출산율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이날 권영대 한국수포성표피박리증환우회 대외협력팀장은 선청성 수포성표피박리증 환자가 매일 2차 감염방지를 위한 드레싱, 약물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전문 드레싱 제재 중 산정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는 비급여 항목(위생용품으로 분류)이 60%에 달하는 바, 건보 급여에서 특성에 따른 분류가 아닌 실제 환자의 치료에 있어 필수적 제재인지를 판단해 항목을 적용할 것을 강조했다.
권 팀장은 국회와 의료계에 “의료대란이라는 아직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긴 터널 속에 희귀난치질환자들이 갇혀있다”면서 “이로 인한 초과사망자(예년 대비)가 3316명, 쓰인 재정이 3.3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 무너진 상황이 하루빨리 복구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배은영 경상국립대 약대 교수는 환자 요구와 건보 급여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해 급여 결정에서 △기준 구체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 △질병 위중도 및 치료법 성과 평가에 ‘삶의 질’ 포함 △환자 경험을 토대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며 “환자가 느끼는 건강 관련 삶의 질은 ‘QALY(삶의 질을 보정한 생존 기간)’ 평가지표에 근거해 반영하고, 임상 근거에 환자들의 경험도 포함하도록 한다면 의사결정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