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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13일 (토)

사독약침의 기원과 효능

사독약침의 기원과 효능

동의보감 탕액편에 白花蛇, 烏蛇, 土桃蛇, 蝮蛇膽, 蛇蛻 등 약재 수재
현재 대한약전 외 생약규격집에는 백화사, 사담, 사태 등 3종이 수재
사독약침 효능은 신경계, 근골격계, 피부질환의 난치성 질환에 두루 가능

송상열 최종.jpeg

송상열 원장(화성시 귤림당한의원)

전 제주한의약연구원 초대원장


2025년 을사년, 뱀의 해가 떠올랐다. 최근 한의계에 뱀독 기반의 사독약침을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쓰는 경우가 있는데 뱀의 해를 맞아 이에 대한 기원과 그 효능을  알아보고자  한다.


뱀 관련 최초의 약재는 신농본초경에 수재된 뱀의 허물인 사태(蛇蛻)이다. 그 후 복사(蝮蛇=살모사)와 사담(蛇膽)이 명의별록에, 또 백화사(白花蛇=오보사)와 오사(烏蛇=구렁이)가 당나라 개보본초에 등재되고, 명대 이시진의 본초강목에는 총 17종의 뱀이 약재로 수록된다. 


이 중에는 백화사, 복사, 사파(蛇婆=바다뱀) 같은 독사도 있고, 오초사 같은 독없는 구렁이 종류도 있다. 비교적 근래의 廣西中藥誌에는 강력한 신경성 독을 지닌 안경사(眼鏡蛇=코브라), 금환사(金環蛇=우산뱀)가 등재되어 있다.


동의보감 탕액편에는 白花蛇, 烏蛇, 土桃蛇, 蝮蛇膽(살모사의 담낭), 蛇蛻 등 다섯가지 뱀 관련 약재가 수재되어 있으며, 현재 대한약전 외 생약규격집에도 백화사, 사담, 사태 등 3종이 수재되어 있다.


백화사의 효능은 祛風 通絡 止痙


백화사의 기원은 오보사(Agkistrodon actus Gunther)다. 중국 기주 지방 살모사의 일종으로 그 효능이  다른 뱀들보다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뱀은 살모사에 속하면서도 일부 신경성 독을 지닌 특징이 있다. 

 

그 효능 주치에 있어 본초학 교과서에는 백화사를 祛風濕藥 중 舒筋活絡藥에 배속시키고 그 효능을 ‘祛風 通絡 止痙’, 주치는 ‘風濕頑痺, 痲木拘攣, 中風口面喎斜, 半身不遂, 抽搐 痙攣, 破傷風症, 麻風疥癬을 치료한다’라고 하고 있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도 모두 이와 비슷한 내용들이다.


이러한 백화사의 효능을 현대적으로 해석해보면 크게 중풍 등의 신경계 질환, 류마티스·협착증 등의 근골격계 질환, 한센병 등 난치성 피부질환의 범주라고 볼 수 있다. 


또 본초강목에는 백화사의 효능적 특징을 ‘風善行數變, 蛇亦善行數蛻… 故能治風. 取其內走臟腑, 外徹皮膚, 無處不到也’라 하여 일체의 풍병을 치료하는데 장부에서 피부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또한 ‘以毒物而攻毒病, 蓋從其類也’ 즉, 독으로 독한 병을 치료한다는 독사류의 치료 원리는 현대에 와서도 곱씹어볼 만하다. 


이렇듯 백화사의 효능은 근골격계에서 신경계, 피부계 질환에 이르기까지 난치성 질환에 두루 적용할 수 있다. 그 외 다른 뱀들도 마찬가지여서 효력의 차이가 있을 뿐, 문헌에 실린 효능 은 뱀의 종류나 독의 유무를 막론하고 대개 비슷하다. 


그러나 뱀독 자체에 대한 내용은 고전 본초서에 실려 있지 않다. 전통적으로 독사류 약재의 형태는 대부분 내장을 제거한 말린 몸체이다. 세부적으로는 뱀의 지방, 담낭, 허물 등 뱀의 여러 부위를 따로 취하여 쓰기도 했으나 뱀독을 따로 취하여 쓴 사례는 없다. 이는 당시 독을 취하는 기술이 없었던 사정에 기인한다고 본다. 


다만 말린 몸체에는 독이 묻어있을 것이고, 이에 따라 독사류 약재의 性味를 논할 때 ‘有毒하니 주의해서 쓰라’고 하고 있다. 이 약재들의 주요 효능은 다름 아닌 뱀의 독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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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사의 한약재 형태

 


안경사독, 통증 외에도 다양한 신경계에 증상 활용 가능


한의계에서 뱀독을 따로 취해 치료에 적용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근대에 활동한 한의사 김일훈(1909~ 1992)은 『神藥』-김일훈 구술/김윤세 저, 인산가, 1986-에  독사가 환자를 직접 물게 하는 방법의 ‘독사齒鍼 주사 요법’으로 폐암 등의 난치병을 치료하는 임상사례를 소개하면서, 신경성 독을 지닌 까치독사가 일반 독사에 비해 약효가 훨씬 뛰어나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최근(2013년)에는 신광호 원장이 개별적으로 사독을 치료제로 쓴 사례가 언론 기사로 검색된다. 과학적 연구 내용을 기반으로 한 문헌으로는 근래 출판된 『동물성 한약』-한약학연구회, 해동의학사, 1996-에 살모사독과 안경사(=코브라)독이 수재되어 있고, 『약용동물학』-오창영 외, 의성당, 2002-에 ‘사독’ 항목의 세부 내용 중 코브라독과 살모사독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 최근의 『한약독성학』-박영철/이선동, 한국학술정보, 2017-에는 사독에 대한 자세한 성분과 독성기전 및 안전성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히 실려 있다.


사독약침과 관련한 한의계 논문으로 ‘사독에 대한 문헌적 고찰-이진선/권기록, 1999’이 있으며 최근 ‘대한침도의학회’를 중심으로 몇몇 사독약침 임상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사독의 효능에 대해서 『동물성 한약』에서는 ‘안경사독 주사약은 만성두통, 혈관신경성 두통, 좌골신경통에 쓰며 살모사독 주사약은 기관지천식, 척수신경근염, 류마티스관절염, 좌골신경통에 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약용동물학』에서는 ‘안경사독은 강력한 진통작용이 있는데 삼차신경통, 좌골신경통, 관절통, 말기암종통, 나병 등에 대하여 모두 진통작용이 있으며 소아마비 후유증과 추체외신경마비를 치료할 수 있다’고 하고 ‘살모사독은 응혈작용이 있어 혈우병을 치료한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기술된 사독의 효능들은 백화사의 주치증 범주에 현대적 질병을 적용해 본 것이라 볼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미 다수의 뱀독 연구가 선행되었는데 이 중에는 글로벌 신약으로 개발된 사례도 있다. 현재도 광범위하게 쓰이는 항고혈압제 캅토프릴은 브라질 살모사(Bothrops jararaca) 에서 기원한다. 이외에도 항응고제, 항혈소판제 등 의약품만이 아니라 주름 방지의 기능성 화장품까지 다양한 뱀독 관련 제품들이 개발되었고 현재에도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도 톡시온(주)에서 2016년 살모사독을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정식 품목허가 받는 등 사독과 관련한 활발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치료에 사용되는 사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코브라독의 경우 항염 및 면역조절 작용을 통해 신경통증, 관절통증과 함께 자가면역질환에도 치료적 가치가 있다.


특히 코브라독에서 정제분리한 신경성독인 CTX(cobrotoxin)는 쥐 실험에서 류마티스관절염과  만성신증후군의 억제에 유의한 효과 및 몰핀보다 3~4배 우수한 진통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뱀의 신경독의 체내 신경 전달 물질의 방출 억제 혹은 촉진 작용으로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기존의 연구된 논문들을 토대로 자율신경, 정신신경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해 응용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의계에 원외탕전을 통한 사독약침의 본격적 보급은 2016년 제주에서 시작, 전국으로 퍼졌다. 그 후로 확산되어 현재는 4~5군데 원외탕전에서 사독약침을 조제하고 있다.


사독은 전통적인 독사류 약재에서 기원


현재 한의계에 쓰는 사독약침으로는 안경사를 기반으로 한 신경독과 살모사를 기반으로 하는 용혈독 두 가지가 있다. 안경사에서 기반하는 경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기타 용혈독소 등을 제거하고 신경성독(CTX)만을 정제분리하여 쓰기도 한다. 


고전 문헌에 의하면 신경성독을 지닌 안경사나 용혈성독을 지닌 살모사의 효능을 모두 祛風, 通絡, 止痙의 같은 범주로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최근 문헌에도 두가지 사독 효능 서술이 혼재되어 있으며 임상적으로 신경성독과 용혈성독 간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구분하고 있지 못하다. 


다만, 약전에 신경성 독을 지닌 오보사를 백화사의 기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 백화사 외에도 蛇婆, 眼鏡蛇, 金環蛇, 銀環蛇 등 주요 독사류 한약재들은 모두 강력한 신경성 독사들이라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도 기타 용혈독만 있는 살모사보다 신경성독도 함유하고 있는 까치살모사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그 효력에 있어 용혈독보다는 우선 신경성 독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이들 독사류 약재들과 비슷하게 祛風, 通絡, 止痙 효능이 있다는 전갈, 오공도 주로는 신경성 독이라는 측면에서 이 신경성 독의 치료적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사독은 최근에 쓰이기 시작했지만 이는 전통적인 독사류 약재에서 기원하며 그 유래는 오래되었다. 사독약침의 효능은 독사류 약재의 고전적 주치증을 준거로 신경계, 근골격계, 피부질환의 난치성 질환에 두루 적용 가능하며 최근 많은 연구 보고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독을 약침으로 사용함에 있어 신경성독과 용혈성독의 효능 구분은 한의계가 이후 임상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보완 정리해야 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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