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우 원장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경북 구미시 구미수한의원 제강우 원장으로부터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각종 질환의 치료 전략을 실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중앙교육위원인 제강우 원장은 <모르면 나만 고생하는 교통사고 후유증>의 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한의사의 속마음>을 운영하며 올바른 한의약 정보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매달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짧게나마 당뇨병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수동적으로 당뇨약만 3개월에 한 번씩 병원 가서 처방받아 복용하면 당뇨병 치료, 관리가 되는 줄 알고 있어 어느새 당뇨약 용량은 야금야금 올라가다가 결국에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어떤 한 환자를 생각합니다.
그분은 충격에 빠져 왜 그렇게 되었는지 생각해보지만 혼자서 해결할 방법을 잘 모릅니다. 기존 당뇨약을 처방하던 내과에서는 지금껏 별다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3개월에 한번 약 타러 갈 때 혈액 검사하고 ‘식단 관리 잘하세요, 운동 잘 하세요.’ 등 지나가는 누구나가 할 수 있는 말만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네이버 검색을 하고,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니 온통 당뇨병에 좋다는 돼지감자니 하는 음식 이야기, 그리고 결국엔 자기 상품만 먹으면 당뇨병 치료된다는 각종 광고만 접하게 됐습니다. 바로 이런 분들을 접하며 당뇨약 끊기 클리닉을 하게 됐습니다.
“당뇨병 치료와 관리, 노력과 시간 많이 들어”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1차 로컬 한의원이라 하면, 침, 추나요법 위주의 통증 환자를 계속 진료해야 하며 중간 중간에 소화불량, 화병, 갱년기증후군, 비염 등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질환 환자 상담에 처방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틈에 한의원에서 당뇨약을 끊게 하는 클리닉을 한다고 환자들에게 알리고, 또 그 환자들에게 한의원에서 어떻게 당뇨약을 끊게 도와주는지 설득을 해야만 합니다. 치료에 들어가서는 매일매일 그 환자가 섭취하는 것과 환자의 공복혈당을 카카오톡으로 확인하면서 식이습관이 문제인지 혹은 수면, 운동, 스트레스 등 기타 다른 요인이 혈당을 올리는지를 분석해 처방하면서 환자의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실시간 소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치료를 하는 환자들의 반응은 제가 치료하는 다른 질환 환자의 반응보다 좋았습니다. 원장님의 처방약 복용한 이후 이제 스트레스도 덜 받고, 잠도 잘 자고, 소화도 잘 돼 공복혈당도 100mg/dl 으로 나온다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주었다고 하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른 어떤 질환 치료보다 이 당뇨병 치료를 놓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당뇨병 클리닉을 메인 진료과목으로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시간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그나마 우리 한의원은 저 이외의 다른 원장님들도 진료를 하기에 당뇨병 환자 예약을 미리 받고, 그 시간을 활용해서 지금까지 당뇨병 치료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저의 생각을 환자와 공유하는데 초진 상담 시간을 짧으면 30분, 길면 1시간 정도 쓸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한의원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하는 진료에서 환자와의 1:1 관리에 매번 카카오톡 채널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환자들마다 혈당 관리가 안 되는 원인을 찾아 식이습관 혹은 운동, 수면, 스트레스, 만성 염증, 기저 질환 관리 등을 종합해 처방도 달라야 하는 등 노력과 시간이 많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다보니 수가 책정이 고가일 수밖에 없습니다. 치료의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키면 분명 환자들은 한의원을 찾지만, 이로 인해 더 많은 환자를 보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사실 현재 한의학의 현실과 같습니다. 정말 필요한 치료이지만 비보험 항목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어 운신의 폭이 좁습니다.
둘째, 식이습관부터 운동, 수면, 스트레스, 기저 질환 관리까지 환자 한명, 한명의 전 영역을 관리해야 하는데 외래 진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일 기본적으로 최소한 1번, 아침의 공복혈당을 찍어서 보내라고 하는데, 이 같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하물며 음식 먹은 것 다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면 환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노출하는 것 같아 부끄럽게 느끼기도 합니다.
당뇨병 환자 치료에 존재하는 장벽
장벽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외래 진료하는 로컬 한의원의 한계 속에서 환자를 관리하지만 사실 입원 치료를 하면서 자세히 추적하고 관찰하면 치료율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치료 초반에는 익숙하지 않은 식단을 병원식으로 드시게 하고, 운동은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등 생활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더 세밀한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검사도 그렇습니다. 그나마 혈액 검사는 이제 한의원에서 측정하는데 법적인 부분은 문제가 없지만 혈액 검사를 넘어 복부 초음파 검사 등 다양한 검사가 더 많이 추가되고 계속 측정을 연속적으로 하면 신체의 변화를 한층 더 세밀히 관찰할 수 있을 겁니다.
셋째, 3개월 정도 치료를 하면서 공복혈당이 하향 안정화돼 당뇨약 용량을 줄이거나 끊어도 환자가 관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뇨약을 줄이거나 끊을 때의 결정권은 양방의사가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가 그렇습니다. 인근 대학병원에서 3개월 마다 당뇨약을 처방받아 복용한지 수십 년 된 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당뇨약 용량이 더 증가하면서 이제 인슐린을 맞아야 한다는 그 환자를 본원에서 치료한 후 당뇨약을 줄여도 될 것 같아서 보냈더니 신기하게만 생각하고 당뇨약 용량을 줄이는데 소극적이었습니다.
환자는 3개월 정도 열심히 치료받은 결과, 당뇨약을 줄이거나 끊는 것인데 보류되는 경험을 하고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그 3개월 동안 대학병원의 의사는 환자의 혈당 변화를 지켜보지 않았고, 오히려 제가 계속 그 환자를 케어하고 있었다면 한의의료가 더 신뢰받을만하지 않나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실제 당뇨병 환자를 치료하면서 이런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생각했었습니다. 아예 당뇨병 치료만을 주로 치료하는 한방병원을 개설해볼까도 고민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당뇨병만 치료하는 전문 한방병원을 개설, 당뇨병 위주로 환자를 모으고 내과도 두고 해서 처음부터 당뇨약을 끊는 것까지 자세하게 치료하고,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입원 치료도 하면 어떨까도 생각했었는데 이 또한 아닌 것 같았습니다.
현 의료체계에서는 근골격계 중심으로 실비보험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아 당뇨병 치료, 관리한다고 입원이 쉽지도 않고, 관련 항목들도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역시 수가 문제와 우리의 진료권 문제는 한계로 남아 있습니다.
누가 더 잘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을 포함한 대사증후군 치료 시장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치미병 한다는 예방의학의 관점에서의 당위성을 차치하고라도 경제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초기 비만 시장이 그렇지 않았나요? 한방 다이어트로 우리가 먼저 포문을 열고 이후에 다이어트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지요? 이제는 생활습관병입니다. 아직 어느 직역에서 쉽게 접근하지 못할 때, 치미병할 수 있는 우리 한의사가 먼저 해야 합니다.
물론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눔(NOOM)이라는 앱을 들어보셨지요? 광주 지역의 모 산부인과 의사의 아들인 장세주 창업자가 미국으로 이민가서 창업한 기업가치 5조의 유니콘 기업입니다. 눔은 심리학, 기술, 그리고 인간 코칭을 결합하여 사용자가 체중 감량과 건강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모바일앱입니다. IT와 결합해서 생체 정보를 얻어 다음은 어디로 영역을 확대해갈까요? 당연히 생활습관병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치료로 시장을 확대할 것입니다.
누가 먼저 할 것인가, 누가 더 잘 할 수 있을까? 미래는 열려 있습니다. 우리는 당뇨병을 넘어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클리닉으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약 끊기 클리닉을 포기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신 한의사 회원 여러분과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