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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신미숙 여의도 책방-53

신미숙 여의도 책방-53

요즘 사는 맛 = 가성비 + 가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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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향후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


‘태국 길거리 음식의 재해석’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같은 인테리어를 갖춘 종로의 어느 태국요리 전문식당을 방문했었다. 예약은 필수였고 입장을 하고 나니 방문 계기를 묻기도 했고, 창맥주 대신 오늘은 태국요리에 딱 맞는 와인을 추천하고 싶은데 괜찮냐며 와인을 강매하려는 작전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직원들의 응대에서 뭔지 모를 불편감이 막 피어오르려 했으나 코스요리 말고 몇 가지 단품만 간단히 먹고 나가리라 다짐하면서 나는 그냥 얼음컵과 창맥주 한 병을 먼저 달라고 했다. 

 

태국요리를 워낙 좋아하니 고수나 소스만 좀 넉넉하게 달라고 부탁했고 주문한 요리들이 줄지어 서빙되었다. 지름이 2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밀짚모자 엎어놓은 형상의 널따란 접시의 정 중앙에 너무도 소박해 보이는 양의 팟타이가 올려져 있었다. 휙휙 집어드니 두어번의 젓가락질만에 바닥이 바로 보인다. 똠양꿍은 따뜻한 국물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신선로 모양의 고유 그릇이 아닌 은색 쟁반 위의 은색 국그릇 세트에 담겨져 나왔다. 고수는 파슬리처럼 한두어개 올려져 있었던가 고수가 아예 없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똠양꿍은 뜨거운 온도가 생명인데, 나오자 마자 식어버렸다. 그 흔한 로띠마저 가장 파삭할 지도 모르는 상하좌우의 네 면을 잘라내어 버리고 정중앙을 직사각형으로 6조각 내어두고 위에 별모양으로 만든 바나나를 살포시 올려놓았는데 그 터프하면서도 진득한 로띠의 맛이 아니었다. 이런 수준의 로띠에 만 오천원을 받는 걸 보고 ‘이런 미친!’, ‘Oh, shit!’이 입 속에서 메아리쳤다.


실망 가득했던 종로에 위치한 태국요리집 

 

이 집은 태국 길거리 음식의 재해석이 아니라 태국 외식물가의 한국적 가격 올려치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가성비도 가심비도 기대 이하였던 이런 집에는 별점테러가 약이겠지만 나쁜 이용후기는 쓰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인지라 ‘나만 다시 안 가면 되지 뭐…’라며 사장의 또 오시라는 90도 인사를 애써 무시한 채 쓩 나와버렸다. ‘저런 실력으로 어떻게 식당을 열었을까? 인테리어가 고급지고 오픈주방이라 깔끔해 보이고 와인 몇 병 가져다놓으면 사람들이 마음과 입과 지갑을 열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까? 어림없지. 절대로 오래갈 수 없는 식당이야. 저런 식당은 벌 좀 받아야 해!!’하는 저주의 화살을 마음 속으로만 수백개 날려본다. 

 

가성비 최악이었던 종로의 그 태국음식점 때문이었을까? 6월 초에 3박4일의 여행이 가능한 일정이 나오자마자 ‘가자, 방콕으로!’를 실천에 옮겼다. 저가 항공 비행기 예약 완료, 지상철인 BTS 수라삭역과 호텔 3층이 연결되어 있다는 편한 접근성에 인피니티 풀까지 갖춘 가성비 만점 호텔도 예약 완료! 3박4일 일정에 맞춰 택시나 툭툭이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도달할 수 있는 식당, 카페, 쇼핑몰, 마사지샵, 공원 위주로 나만의 일정과 동선도 꼼꼼히 짜보았다. 

 

야시장이나 노점상 대부분은 ‘위생은 개나 줘버려’와 ‘파리와 나눠 먹으렴’ 혹은 태국의 평균 기온을 감안할 때 ‘이거 먹다 더위를 함께 먹어도 우린 책임 음슴’의 3대 원칙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만 열려있는 곳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의 식사를 포기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가성비였다. 또한 ‘한 번 뿐인데, 여기 오가는 비행기표값이 얼마인데, 이 정도는 감당해야 여행이지! 이게 낭만이지! 이게 로컬 갬성이지!’라는 난데없는 낭만 제일주의는 여행자들의 마음의 빗장을 해제시키는 가끔은 위험한 징조이기도 하다.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후텁지근한 공기, 그 습도 가득한 무더운 뿌연 공기와 바깥 매연이 섞여서 돼지고기와 닭고기가 직화구이가 되고 있는 건지 지금 내가 통구이가 되고 있는 건지 혼동스러움의 절정, 연신 땀을 훔쳐가며 끝도 없는 고깃덩어리들을 구워내던 덩치 큰 남자직원의 현란한 손동작, 식당 입구 쪽의 커다란 고무통 얼음박스 안에 얼음주걱과 얼음 덩어리들이 함께 뒹굴고 있었던 놀라운 광경, BBC에도 소개되었다던 방콕 맛집 영상 속의 그 유명한 쏨땀 할머니가 방금 온갖 재료들을 넣고 주물주물 했었던 일회용 장갑을 그대로 돈통을 휘적휘적 거리시더니 거스름돈을 직접 내어주신던 그 과감한 친절함. 직화구이 화로가 식당 안에 위치하는 에어컨 따위는 없는 그 정신없고 시끄럽고 비위생이 철철 넘치던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을 그리로 이끈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쏨땀의 장인으로 소개된 분의 식당인데도 비싸지가 않았고 사람들이 바글대는 유명한 맛집에 일단은 착석을 해 있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땀뻘뻘 흘리면서도 얼음컵에 넘치게 따라마시는 맥주가 목구멍만큼은 더위순삭이니 가성비와 가심비 다 챙기고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도 식사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무덥기는 매한가지라 초월적 고온다습이 특징인 방콕에게서는 뭐랄까 ‘불평할 거면 오지마!!’라는 자신감마저 느껴진다. 


현재 한의의료기관의 가성비는 어떨까?

 

6월이라 그런지 한여름 대비 몸짱 준비기라 그런지 유독 라켓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 과정에서의 과사용으로 어깨통증 환자분들이 많이 오신다. 오른쪽 어깨 오십견으로 2∼3년 전 고생하셨다가 우리 진료실에서 잘 나으셨던 한 직원분이 최근에 다시 오셨다. 외부 파견으로 국회를 떠나 있었는데 그 와중에 보고서 쓰다가 이번에는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겨서 일요일도 진료하는 집 근처 통증의학과 다녀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장사보다는 치료를 하는 병원을 찾기 드문 요즘 정말 좋은 곳을 한 군데 우연히 알게 되어서 원장님 혹시 양방으로 의뢰할 일 있으시면 이 쪽으로 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고 병원을 알려주시는데 너무 고마운 정보였다. 골절 의심되는 급성 손상의 경우 의뢰서를 써서 바로 전원을 시켜야 하는데 여의도역까지 나가면 모를까 국회의사당역 근처에는 그야말로 보낼만한 병원이 없다. 정기적으로 의뢰를 하는 곳은 선유도역 쪽인데 당장 이동수단이 애매한 경우에는 국회 건너편 횡단보도 건너서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작년엔가 젊은 남자의사들 세 명이서 공동 개원한 재활의학과 한 군데가 문을 열기는 했다. 그런데 다녀온 직원들 대부분이 실비보험으로 돌아가는 병원이라 그런지 입장하자마자 보험 가입 여부를 묻고 손목 통증으로 골절 여부나 알아보려고 들어갔다가 28만원을 내고 나왔다는, 다른 직원은 무릎이었는데 도수치료까지 120만원을 부르길래 그냥 돌아섰다는 등의 후기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장사가 아닌 진짜 치료를 하는 병원 정보라니!! 원장님 한 분, 간호사 한 분 계시는 시장통 옆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곳으로 엘리베이터도 없고 주차는 불가하단다. 초음파 진단 후 주사치료 회당 2∼3만원, 주 1회, 3회 연속이 원칙. 체외충격파나 도수치료실 없고 갈 때마다 환자들은 대기실에 1∼2명, 대기 없이 바로바로 치료 가능. 예약은 불필요. 이 병원 없어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지만 본인처럼 그 원장님의 진정성과 실력을 맛본 사람은 계속 갈 병원이라고 평가했다. 

 

한방 병의원들의 가성비는 어떨까? 종로의 겉보기에만 멀쩡했던 태국 식당처럼 외양만 유독 번지르르한 곳도 있을 테고 방콕의 로컬 맛집처럼 위생이나 시설은 그저 그렇지만 맛 하나만큼은 분명한 곳도 있을 것이다. 실비보험으로 유지되는 곳은 그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을 테고 간호사 한 명과 제한된 시공간에서 사투를 벌이듯 가성비 최고의 치료를 해내며 하루하루 버티는 곳도 분명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고액의 비보험 치료비에 대한 수납저항도 만만치 않은 데다가 수납 이후 병의원을 오가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기대 이하일 때 자칫 컴플레인이나 악플테러로 혹은 유사 의료사고 비슷한 의료진-환자가족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듯 하다. ‘약값, 치료비 그 값어치를 제대로 하고 있나?’ 입원환자들을 보던 시절 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질문이었다. 그랬다가도 큰 문제 없이 호전되었다는 상호간의 교감 후에 무사히 환자를 퇴원시키는 그 날 아침의 회진만큼 마음 편한 순간은 없었다. 개운한 맛, 그렇다. 그보다 더한 깔끔한 맛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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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맛』 (앙투안 콩파뇽, 책세상, 2014년 9월)

 

2012년 여름 프랑스의 국영 라디오 채널의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이라는 방송 대본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대본을 쓰고 방송을 진행한 앙투안 콩파뇽은 프랑스의 대표 지성이다. 몽테뉴의 사상을 짧지만 밀도 높게 소개하고 있다. 

 

직무를 수행한답시고 변하다 못해 새로운 존재, 새로운 얼굴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자들이 있다. 간과 창자 속까지 고관대작이 되어 화장실에 갈 때조차 직위를 끌고 가는 자들 말이다. 나로서는 그런 자들에게 자연인으로서의 그들에게 보내는 경례와 그들의 직무나 수행원들 혹은 허울에 보내는 경례를 구별하는 법을 가르칠 재간이 없다. 이들은 자신의 행운을 과신한 나머지 본질을 잊는다. 그런 자들은 영혼과 본연의 말투까지 관직의 높이에 따라 부풀리고 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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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맛이 사는 맛』 (채현국, 비아북, 2015년 2월) 

 

채현국(1935∼2021)님이 구술하고 정운현님이 기록한 책. 효암학원(개운중학교와 효암고등학교, 경남 양산 소재)의 무급 이사장으로 <창작과 비평>의 영원한 후원인이었던 ‘시대의 어른’으로 불리웠던 채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다. 처음엔 누구도 삶을 알 수 없다. 그저 그렇게 사는 것이 삶이다. 삶이란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과정이다. 다만 그저 아는 게 아니다. 수많은 갈등과 반복, 그 과정에서 피 터지게 싸운 결과, 우리는 삶을 사랑하게 된다. 삶이 때로 공허하고 저주스러운 것은 그만큼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반증이 된다. 삶을 사랑할 줄 알게 되면 이제 운이 트인다. 단맛이든 쓴맛이든 삶은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실패를 연속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과정이다. 

 

국문학자 구중서 선생은 친구 채현국의 일화에 대해 책 『면앙정에 올라서서』의 ‘서울의 뒤안길’ 챕터에서 “어떤 친구가 빙판에서 넘어져 팔꿈치에 물집이 생기고 쉽게 낫지 않으면 팔을 끌고 저 장위동 넘어가는 고갯마루 한의원에 가서 한약을 지어준다. 그 약을 달여 먹으면 이상하게 쾌유가 된다” 라고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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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맛』 (히라마쓰 요코, 바다출판사, 2016년 9월) 

 

<취중만담>, <바쁜 날에도 배는 고프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한밤중에 잼을 졸이다>, <손때 묻은 나의 부엌> 등 작가의 다른 책 제목들만 훑어보아도 작가의 주된 관심사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4시 정각. 일하러 가기 전에 가볍게 맥주 한 잔. 갑작스러운 노선 변경에 흥분한 나머지 찌는 듯한 더위가 단번에 물러간다. 아직 해가 높이 또 있는데 술을 마시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번듯하게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시간에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헤헤. 이것 참 죄송하네. 딱히 어려워할 사람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죄송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감정은 우월감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특별함이다. 캬. 좋다. 기가 막힌 술맛에 자랑스러운 기분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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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맛』 (존 릴런드(John Leland), 웅진지식하우스, 2018년 11월)

 

기자 존 릴런드가 <New York Times>에 연재한 6부작 시리즈 <85 & Up>을 기반으로 쓰여진 책으로 85세 이상의 노인 여섯 명과 1년에 걸쳐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 나이가 되어야만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기록하고 있다(“가끔 나는 내가 아흔한 살이라 기뻐, 다 끝났쟎아.” 루스 윌리그 91세, “희망이 없는 일은 없어. 나는 희망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요나스 92세).

 

초고령자들은 더 나은 뭔가를 찾아 애태우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꼭 붙잡으라고 알려준다. 그들은 헛된 꿈을 꿀 시간이 없다. 아직 시간이 있다는 믿음도 헛된 꿈이다. 초고령자들은 모두 자신이 젊었던 시절을 동경하는 대신 스스로를 가장 자기자신답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다시 말해 자신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모든 순간은 행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초고령자들은 자신을 할 수 없는 것이 많은 몸이 아니라 할 수 없는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전략을 가진 몸으로 간주했다. 초고령자들과의 대화는 점점 죽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에 관한 토론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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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는 맛』 (김겨울 외. 위즈덤하우스, 2022년 2월)

 

밥심으로 산다는 12명의 작가들의 최애 음식 이야기를 모은 에세이집. 끌리는 제목 덕분일까? 모두가 좋아하는 읽는 먹방이어서일까? 2023년에는 『요즘 사는 맛 2』 도 이어서 출간되었다. 

 

가족과 이렇게 살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존중은 식성의 존중이며 가장 멋진 공유는 식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강요받지 않음과 동시에 강요하지 않을 것. 그리고 다채로운 식탁을 인정하는 것. 요즘 시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 아닐까. 채식이 불편하지 않게, 눈치 보이지 않게, 내가 먹고 싶은 걸 거리낌 없이 먹을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우리에게는 먹을 권리와 먹지 않을 권리가 함께 있으니까. (소설가 천선란)

 

 

나는 늦은 만큼 열심히 하는 타입이라서 이제야 나를 너무나 좋아하기 시작했다. 살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너무 좋다. 구운 버섯을 씹으며 내일은 발사믹 비네거를 뿌려서 구워보자고 중얼거린다. 먹는 기쁨은 이렇게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쌓여 간다(삽화가 임진아).


한의학적 접근법에는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충족시켜주는 치료들이 많다. 이렇게 환자들에게 정성스러운 대화와 맞춤과 배려와 사랑과 따뜻함과 보살핌과 애정과 시간을 들이는 치료는 없다. 그 어디에도 없다. 가성비, 갓성비에 이어 이젠 가심비까지 챙겨야 마케팅의 성공이라고 하니 의료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만만치 않은 시대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 후배는 “선배, 우린 너무 친절해. 그게 탈이야. 환자들이 얕보고 별거별거 다 요구하고, 의사들한테 못 다한 이야기 다 터놓고 물어보고 우릴 도대체 뭘로 보는걸까?”라고 푸념한다. “그게 한의사 역할일 수도 있지. 일차진료 아니면 양방에서 더 이상 해줄 게 없는 경우에 비로소 부여되는 뒤치다꺼리같은 역할이어도 골목골목에서 요소요소에서 한의사들은 분명 요긴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해.” 방콕에서 구입해 온 HOTTA 생강차와 말린 망고를 먹으며 우린 그후로도 긴 대화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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