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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5일 (월)

우르겐치 국립의대 ‘제1회 국제 올림피아드’ 심사위원 참가

우르겐치 국립의대 ‘제1회 국제 올림피아드’ 심사위원 참가

‘23년부터 전통의학 부문도 올림피아드 출전 분야에 포함
사상의학과 사암침법 관련 문제 출제돼 ‘눈길’

구술시험 심사 중.jpg

송영일(한의사한국국제협력단/우즈베키스탄 글로벌협력의사)


4월 26일부터 27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우르겐치 국립의대에서는 ‘우르겐치-2030’이라는 표어로 ‘제1회 국제 올림피아드’가 열렸다.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에서는 올림피아드라고 하면 교육기관에서 열리는 경진대회를 뜻한다. 한국의 경시대회와 같은 행사라고 생각하면 무리가 없겠다. 

 

이미 우즈벡에서 역량이 되는 의대들은 자체적으로 매년 국제 올림피아드를 개최하고 있다. 참가하는 학생들은 우즈벡 전역의 의대 학생들 중의 신청자들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도 참가자들이 오곤한다. 대단한 상품(태블릿이나 스마트폰 등)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단순한 상장과 상패만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언제나 올림피아드 행사장에서 열띤 경쟁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학생들에게 상금이나 상품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순수한 참가경험 그 자체가 학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전통의학 분야, 총 3단계 시험으로 진행

 

이번 올림피아드가 열린 우르겐치는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약 10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구 20만명 정도의 소도시로 비행기로는 1시간30분 정도 거리지만, 기차나 자동차로는 12∼14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참가한 우즈벡 타지역 의대생들은 한번도 우르겐치에 와본 적 없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우르겐치시 근처 20km 거리에는 ‘히바’라고 불리는 1500여년 전부터 존재했던 유서깊은 역사 유물이 가득한 성곽도시가 있다. 타지역에서 온 학생들과 담당교수들은 모두 ‘히바’를 보게 될 것을 기뻐하며 올림피아드 행사 중에도 많이들 들떠 있었다.  

 

히바 전경.jpg
히바 전경

 

 

우르겐치 국립의대 전통의학 담당교수(아조다 야쿠보바)와는 2023년 초부터 협력관계를 맺고 부정기적으로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진행해왔는데, 올림피아드를 개최하면서 영광스럽게도 심사위원으로 위촉해줘 타슈켄트에도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지만,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해 놓았었다.  필자는 이미 ‘히바’를 여러 차례 둘러본 경험이 있기에 관광에 대한 기대보다는 전국 각지에서 전통의학을 공부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를 많이 가졌다. 

 

이번 올림피아드는 △인간해부학 △산부인과 △외과학 △소아과학 △교정치과 △치과치료학 △미생물학 △내과학 △전통의학 △생화학 등 총 10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었다. ‘전통의학’ 분야가 우즈벡에서 열리는 의학 올림피아드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23년 타슈켄트 메디칼 아카데미에서 열린 국제 올림피아드로 기록돼 있다.

 

이번 대회 각 분야별 참가 신청 학생 수는 차이가 있지만 대략적으로 우즈벡 전역에 있는 9개의 국립의대, 1개의 치과대학, 1개의 약학대학과 1개의 군의관 양성학교에서 각 분야별로 1∼2명씩 참가했다고 보면 되겠다.

 

올림피아드 심사위원들과 함께.jpg

 

‘전통의학’ 분야를 신청한 학생은 총 8명이었다. 지역적으로 너무 멀어서 그런지 우즈벡의 동쪽에 위치한 페르가나시와 안디잔시에서는 참가 학생이 없었다. 학생들은 총 3단계로 시험을 치렀다. 첫번째는 필기시험이고, 두번째는 기본 이론에 대한 구술시험이며, 세번째는 환자 상황에 따른 진단과 치료에 대한 구술시험이었다.

 

첫번째 시험 시간, 학생들이 풀고 있는 필기시험 문제지를 보다가 ‘사상의학’과 ‘사암침법’ 관련 문제가 출제된 것을 확인하고 매우 놀랐다. ‘사상의학’과 ‘사암침법’은 한국 한의학이 중의학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분야이다 보니,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 실제로 이 문제가 아주 먼 이국의 전통의학 경시대회에 출제된 걸 두 눈으로 확인하니 뿌듯함에 눈물이 나올 뻔 했다. 물론 아주 심도 깊은 문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 한의학을 다루는 우즈벡 전통의학 경시대회란 점을 생각하면 우즈벡에서 한의학을 알리는 필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위안이 됐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전체 총점으로 공동 1등을 한 두 학생이 이 문제를 맞췄다고 한다.

 

이후에 치러진 이론에 대한 구술시험에서는 ‘장부에 대하여 논하라’, ‘오행을 설명하라’, ’족양명위경의 유주를 설명하라’ 등의 문제를 구술하는 학생들을 채점하게 됐다. 어떤 학생들은 예상문제와 답을 외우고 있어서인지 막힘없이 풀어나가기도 했다. 답을 듣는 와중에 변별력을 살리기 위해서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재차 꼬아서 질문하니 대답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끝까지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후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또한 진단과 치료에 대한 구술시험은 환자의 증상과 신체징후 등을 참고해 진단을 내리고 치료방향을 논해야 했는데, 그 많은 경혈을 다 외워서 논리정연하게 대답하는 기특한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4시간 동안의 시험이 끝나고 폐회식에서 각자의 순위가 발표되고 참가한 모두에게 상장과 상패가 전달됐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자존심을 걸고 각자의 지식을 겨루는 냉정한 분위기가 계속될 수도 있었지만, 모두가 상을 받았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올림피아드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에서 1등은 2023년 타슈켄트 메디칼 아카데미에서 열린 올림피아드에서도 1등을 차지했었던 레임베르디예바 쿠무시 학생이 차지했다. 구술시험에서 직접 심사를 해보니 다른 학생들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의 한의학과 침구학 지식을 체계적으로 소화해내고 있었다. 졸업 후에는 필자의 문하생으로 임상수련을 받고 침구학 분야를 더 공부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기에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이렇게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을 만나게 되서 필자의 한의학 교육자 생활이 다행스럽게도 더욱 더 의미가 깊어지게 됐다.

 

올림피아드 출전 학생들과 함께.jpg

 

우즈벡서 뿌리내려지는 한국 한의

 

이번 우르겐치 국립의대 의학 올림피아드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면서 지켜본 우즈벡 의학교육의 현황은 예상 외로 굉장히 앞서나가는 진취성이 돋보였다. 이번 올림피아드의 주된 참가 대학은 러시아의 카잔의대였다. 카잔의대와 우르겐치 국립의대는 학사 학위과정을 일부 공유할 뿐만 아니라 졸업 후 석사과정이나 임상 수련도 상호 학점 인정을 받으며 진행할 수 있다. 게다가 우르겐치 의대에는 이미 1100여 명의 인도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어, 앞으로 인도와의 교류협력도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적극적인 상호 교류를 통해 동반 성장을 꾀하는 우르겐치 의대의 계획은 앞으로 큰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외국의 의대들과 상호 교류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한의대학들이 가진 폐쇄성의 한계가 여러모로 아쉬웠다. 

 

그와는 별개로, 올림피아드 전통의학 분야에 ‘사상의학’과 ‘사암침법’이 출제된 것을 하나의 좋은 징조로 여기고 싶은 욕심이다. 앞으로 한국 한의학계에서 많은 지원을 통해 우즈벡 전통의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림피아드를 개최하고, 대회 수상자에게 한국 유학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한국 한의학이 우즈벡에서 단단히 자리잡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우즈벡 전역의 10군데 전통의학과에서 학생들이 동의보감, 사상의학, 사암침법을 공부하는 것이 상상 속의 일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되기 위해서 한의계의 여러 대학, 기관과 단체가 많은 지원과 노력을 해줬으면 한다. 

 

주) 우르겐치 국립의대의 정식명칭은 ‘타슈켄트 메디칼 아카데미 우르겐치 분교’이며, 1992년에 설립됐다.

 

대회 1등을 차지한 쿠무시 학생(좌에서 2번째), 지도교수 아조다 야쿠보바(좌에서 3번째).jpg
대회 1등을 차지한 쿠무시 학생(좌에서 2번째), 지도교수 아조다 야쿠보바(좌에서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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