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영승 교수
(전 우석대한의대)
대부분의 질병에서 수반되는 통증은 다양하다. 원래 통증을 주증상으로 하는 질병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질환에서도 원인에 따른 해당 신경의 비정상적인 과민반응 결과의 위치에 통증은 자리잡고 있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통증은 매우 불쾌하게 자각하는 증상이지만, 치료의 입장에서 보면 질병의 원인과 진행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鎭痛약물은 통증의 주된 발원처인 신경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가 즉각적으로 가능하지만, 증상의 일시적인 소실과 약물의 내성 증가라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반면 한의학에서의 통증 관리는 한의학의 특성인 虛實 개념에 입각한 다양한 응용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질병원인의 제거과정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통증이 해소되는데 초점을 맞췄으며(예: 약물 및 침구, 추나요법 등), 아울러 불편한 통증에 대한 증상 호전을 위한 단순대처수준의 보조치료를 언급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예: 온열요법 등).
여기에서는 한의학의 특성에 맞춰 통증의 病證 단계 및 부위별로 대표약물처방으로 소개했던 5개 처방에 대한 1차 정리를 하고자 한다. 향후 여기에서의 정리내용을 기반으로, 소개됐던 많은 문헌 및 임상보고에서의 가감례 및 개인적인 노화우를 대입하면 통증의 치료 효율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1. 靈仙除痛飮(초기·實性 全身痛)(한의신문 2393호 참조)
麻黃 赤芍藥 각 1.0錢, 防風 荊芥 羌活 獨活 威靈仙 白芷 蒼朮 黃芩酒炒 枳實 桔梗 葛根 川芎 각 0.5錢, 當歸尾 升麻 甘草 각 0.3錢
청나라 때 沈氏尊生書에 止痛의 효능으로 기술된 처방으로, 방약합편에서도 歷節風에서 ‘肢節腫痛에서 대체로 痛은 火에 속하고 腫은 濕에 속하며 겸하여 風寒이 경락 가운데로 發動한 것으로 濕熱이 肢節 사이에 流出하는 것은 받은 증’을 다스린다고 했다. 溫 辛鹹하여 祛風除濕 通絡止痛의 효능을 가진 威靈仙을 대표약물로 하여 통증을 없애준다는 뜻에서 명명됐다. 동의보감에서도 歷節風 처방으로 소개하면서 일명 麻黃芍藥湯이라 했는데, 이것 역시 처방 중의 포함약물에 연유한 것이다.
구성약물을 분류해 정리하면, ①解表藥으로서 보다 강력한 發汗을 위한 麻黃 防風 荊芥 羌活 白芷의 배치와 상대적으로 완만한 發汗을 위한 葛根 升麻의 배치 ②活血藥으로서 祛瘀 목적을 위한 溫性의 川芎 當歸尾의 배치와 凉性의 赤芍藥 배치 ③鎭痛藥으로서 止痺痛 작용이 表裏上下에 미치는 羌活 獨活 威靈仙의 배치 ④소화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祛濕 효능을 가지고 있는 蒼朮 枳實과 調和諸藥으로서의 甘草 배치 ⑤전체 溫性에 대한 反佐의 역할과 祛濕痰의 목적인 黃芩과 桔梗의 배치로 정리된다.
이상을 종합하면 靈仙除痛飮은 發汗을 위주로 活血을 통한 痛症 제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보조적으로 소화흡수에 대한 효율을 고려한 처방이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면 초기·實症·전신통의 통증 관리에 응용될 수 있는 기본처방으로 정리된다. 여기에 통증 부위별로 여기에 부합하는 유효 약물을 추가한다면 보다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疎風活血湯(진행성 全身痛)(한의신문 2397호 참조)
當歸 川芎 威靈仙 白芷 防己 黃柏 南星 蒼朮 羌活 桂皮 각 1.0錢, 紅花 0.3錢, 生薑 5片
명나라 때 龔廷賢의 古今醫方에 活血祛瘀 通絡止痛 疏風利濕化痰의 효능을 나타낸다고 소개된 처방으로, 주된 효능인 疏風活血에 근거해 붙여진 처방명이다. 방약합편에서도 ‘風의 歷節風과 足의 風濕’에서 2회 소개돼 있으며, 風濕痰死血로 四肢百節流注刺痛(팔다리의 관절이 쑤시고 아프며)하는데 아픈 부위가 벌겋게 부어오르는 경우에 응용된다고 했다. 또한 活套에서 手臂腫痛과 脚痛으로 나누어 특별하게 약물 추가를 함으로써 효과를 가속화하였음을 볼 수 있다. 기타 指節 경련 屈伸不利 등의 증상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風濕性 關節炎과 神經痛, 류머티스, 脚氣 등에 뚜렷한 치료효과를 나타내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처방 설명에 등장하는 風濕痰死血로 파생된 痛症 제압에 초점을 맞춰 發汗 利尿 活血을 통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처방으로, 직전의 靈仙除痛飮과 구성약물에서 일부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기미 및 귀경 등에서 유사한 처방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疎風活血湯은 風濕痰 瘀血 등으로 발생한 일련의 활성화된 증후를 疏散시켜주고 개선시켜 주는 처방으로 활용돼 왔다.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外濕과 內濕을 동시에 감안해 發汗과 利尿를, 혈액순환을 위해서 和血 活血 祛瘀를, 통증에 대해서는 祛痰 止痙 止痛을 응용했음은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초기의 實症全身痛의 단계를 지나 진행성의 단계로 진입한 통증 관리에 응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정리된다. 한편 活套에서 手足痛을 구분해 해당 약물을 구분하여 추가(手臂腫痛-薏苡仁, 脚痛-牛膝木瓜全蝎) 응용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3. 蟠蔥散(寒性 腹痛)(한의신문 2401호 참조)
蒼朮 甘草 각 1.0錢, 三稜 蓬朮 白茯苓 靑皮 각 0.7錢, 砂仁 丁香皮 檳榔 각 0.5錢, 玄胡索 肉桂 乾薑 각 0.3錢 蔥白 1莖
송나라 때의 太平惠民和劑局方에 소개된 처방으로 ‘散劑로서 해당 약물을 가루내어 매회 2錢을 파를 뿌리째 달인 물로 복용’하는데 연유해서 ‘파(蔥白)의 기운을 서리게(蟠) 하는 散劑’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脾胃虛冷으로 인한 心腹攻刺連胸脅膀胱小腸腎氣作痛’의 효능으로, 이후 동의보감과 의학입문을 비롯한 많은 문헌에서 痛症에 대한 처방에서 인용되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방약합편에서는 氣(氣痛-下焦氣滯), 胸(心腎痛), 前陰(寒疝,血疝-氣疝)에서 4회 소개되었는데, 이것 역시 모두 통증 관련 질환이며 치료를 위해서 辛溫한 약물로써 和血하고 下氣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脾胃冷에 맞추어진 약물(蒼朮 砂仁 乾薑 丁香皮 등)이 주류로서 君藥 계열을 형성하고 있으며, 여기에 血滯卽痛作에 근거한 活血祛瘀를 통한 止痛 및 消腫약물(玄胡索 蓬朮 三稜 靑皮 등)이 보조하고 있는 형태다.
이상을 종합하면 蟠蔥散은 전체적으로 燥濕運脾에 기본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溫性 약물을 위주로 하여 活血祛瘀시키는 약물을 조합시킨 脾胃冷의 모든 통증과 積塊를 치료하는 처방으로 정리된다. 즉 虛症의 초기상태로 진입한 寒性 腹痛의 원인에 대한 대처로서 濕과 瘀血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에 대한 것을 활성화시켜 증후를 없애고 개선시켜 주는 구성이다. 구체적으로는 辛溫한 약물을 대부분 활용함으로써, 內濕에는 芳香性化濕과 利尿 및 下氣를, 혈액순환과 통증관리를 위해서는 活血 祛瘀를 응용했음을 알 수 있다.
4. 柴梗半夏湯(胸脇痛)(한의신문 2405호 참조)
柴胡 2.0錢, 瓜蔞仁 半夏 黃芩 枳殼 桔梗 각 1錢, 靑皮 杏仁 각 0.8錢, 甘草 0.4錢 生薑 3片
明나라의 李梴이 편찬한 醫學入門에 소개된 처방으로 1611년 저술된 우리나라의 東醫寶鑑에서는 胸痞에 인용돼 있다. 化痰의 주된 약물인 半夏에 少陽經 약물인 柴胡와 祛痰 효능의 桔梗 배합에서 연유한 처방명임을 알 수 있다. 많은 문헌에서 胸脇痛을 주증상으로 하는 胸痞, 肺熱이 심하여 나타나는 咳嗽 肺炎 肋膜炎, 濕性肋膜炎 등에 많이 응용됐는데, 痰熱이 盛하여 기침을 하며 가슴이 더부룩하고 옆구리가 아픈 병증을 치료한다고 했다. 특히 증상의 구분에 있어 가슴이 그득하지만(滿) 아프지 않는 痞의 종류(寒痞, 熱痞, 痰痞, 痞痛, 久痞) 중, 痰痞의 해당 처방으로 柴梗半夏湯을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熱痰에 초점이 맞춰진 약물(柴胡 瓜蔞仁 桔梗 黃芩 등)이 주류를 형성하고 上焦인 胸脇에 작용하는 처방이다. 여기에 이의 보좌를 위한 反佐약물(半夏 杏仁 靑皮 등) 및 부수증상의 소실을 위한 약물(枳殼), 그리고 活血을 통한 止痛(靑皮)을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柴梗半夏湯은 少陽經 대표처방인 小柴胡湯에서 人蔘이 빠진 경우로서(痰熱이 盛하고 胸痞脇痛 痰結痞 兩脇刺痛 咳嗽), 여기에 快利胸膈의 桔梗枳殼湯(痞氣胸膈不利)이 합해진 柴胡枳桔湯(張氏醫通方)에 瓜蔞仁 靑皮 杏仁을 추가한 처방이다. 특히 君藥인 柴胡와 臣藥인 黃芩은 小柴胡湯에서와 같이 足少陽厥陰의 行經藥으로 脇痛에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 이는 각종 문헌에 기재된 바와 같이 痰熱이 盛하여 발생한 가슴이 더부룩한 胸痞와 脇痛에 咳嗽를 겸한 증상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정리된다.
5. 三氣飮(허약성 통증)(한의신문 2409호 참조)
熟地黃 3.0錢, 杜仲 牛膝 當歸 枸杞子 白茯苓 白芍藥 肉桂 細辛 白芷 附子 甘草炙 각 1.0錢, 生薑 3片
三氣飮은 溫補 위주의 治法에 주력한 명나라의 張介賓이 편찬한 景岳全書에 소개된 처방으로, 風痺와 鶴膝風에서 寒勝한 경우에 응용됐다. 우리나라의 方藥合編에서도 ‘治風寒濕三氣乘虛 筋骨痺痛及痢後鶴膝風’이라고 동일한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허약성 통증에 대해 근본적인 물질인 津液 보완을 위한 補精血약물(君藥-熟地黃 當歸 白芍藥 枸杞子)에 허약성 통증의 補筋骨을 위한 적극적인 배합을 하고 있으며(臣藥-杜仲 肉桂 附子), 기본처방으로서 四物湯과 景岳全書의 右歸飮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주된 君臣약물에 대해 發汗과 除脾濕 및 活血을 통한 순환을 배려하고 있으며(佐藥-細辛 白芷 白茯苓 牛膝), 전체 처방의 調和와 소화보조를 염두에 두는 배합(使藥-甘草 生薑)으로 구성돼 있다.
이상을 종합하면 三氣飮은 精血 부족으로 인한 허약자의 통증에 응용될 수 있는 처방이다. 허약성의 특성인 虛寒에 대한 대비로 溫補 위주로 구성된 처방으로서, 精血을 보강하고 氣血을 소통시켜 筋骨을 튼튼하게 함으로써 만성화된 風寒濕을 제거시킬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補血의 四物湯과 溫補의 右歸飮 처방에 근간을 두고 있어, 관절의 굴신장애를 동반하고 있는 허약성의 신경통, 관절염, 류머티즘 등에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정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