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지난 달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의사 상호작용에서 수집한 인공지능(AI) 생성대규모언어모델도구(LLM: Large Language Model)의 방대한 임상데이타가 잘못 활용될 경우 건강악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WHO가 인류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안녕을 위해 복지, 안전, 공익, 책임성, 포용성 등 의료윤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AI주도권을 인간감시망 안에 넣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셈이다.
질병의 예방치료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의과학 시대에 ‘의학이 데이터의 편향으로 의료보건용AI가 낳을 수 있는 오류 정보의 위험성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한의학은 인간개체에 대해 형신일원적 본체로 규정하고 ‘형(形)의 생·장·화·수·장’과 ‘신(神)의 혼·신·의·백·지’를 생명현상으로 연구하여 수천 년간 임상에서 실증해 온 의과학이다.
한의학은 생명에 주체성을 두고 그 작용에 따라 오운, 즉 목(발생력)·화(추진력)· 토(통합력)·금(억제력)·수(침정력)를 도입하여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통해 이상변이가 정상으로 돌아서게 하는 학문이다.
또한 한의학은 형신의 기층부에서 이러한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 체계론으로써 생성형기술을 이겨내는 힘을 지니고 있으므로 어느 시대에나 정상과학(Normal Science)의 한의학 패러다임으로 의과학을 선도할 수 있다.
임상사례
40대 부인이 창백한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와 호소했다. “대학병원에서 급성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한 달 간 입원하여 항정신약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했지만 오히려 숨도 못 쉬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린다.” 이에 망문문절 진찰 후에 대화를 나눴다.
한의사: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시작되었나요?
환자: 다니던 직장에서 황당한 일을 겪고 나서예요. 업무회의에서 제가 발표하는 도중에 직속 상사가 느닷없이 책상을 탕탕 치면서 뭐라 뭐라 소리치는데...
한의사: 저런, 무척 놀랐겠어요.
환자: 네. 몸이 떨리고, 화도 나고 모멸감도 치솟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오지랖에 괴롭힘을 당한 부하직원들이 여러 명이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한의사: 그 직속상사는 왜 그랬대요?
환자: 전해 듣기론 사람들 앞에서 부하 직원을 망신주면 자기 권위가 서는 것으로 여기고 우쭐거리나 봐요. 그렇다고 윗사람과 싸울 수도 없고, 너무 분해서 그 생각만 하면 요즘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돼요.
한의사: 많이 힘들었겠어요.
환자: 전근간지 얼마 안돼서 당한 일이지만, 인사과에 바로 알렸어요.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한의사: 직장에서 일 잘한다고 능력을 인정받으시나 봐요.
환자: (살짝 웃으며)이전 근무지에서 어려운 업무도 기한 내에 다 해내고 팀원들과 사이도 좋다고 윗분들께 항상 칭찬받았어요. 동네에서 궂은일 도맡아 봉사하시던 아버지처럼 책임감도 강하고, 처신을 잘못한다고 욕 들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정말 대단하세요. 그럼 인사과에서 이번 일에 대해 어떻게 한다고 하던가요?
환자: 원하면 다른 근무지로 보내준다고 하는데, 그렇게 도망가면 제가 실패자가 되는 것 같고, 사과를 받고 싶은데 할 거 같지도 않고, 그냥 마음이 착잡하고 속상해요.
한의사: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참 좋아하시는군요.
환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는 늘 사회를 위해 봉사하라고 말씀하셨고, 저도 공익을 위한 현재의 공무원 일이 너무 좋아요.
한의사: 이 직업이 환자분에게는 매우 소중하시네요. 다만 이상한 행동을 지닌 그 직속상사만 빼고, 모든 상사와 동료들에게 인정과 지지를 받고 있고요.
환자: (눈물이 글썽이며)네, 맞아요. 전근 가면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더 속상해요.
한의사: 환자분은 오뚝이 같은 자발적 생명력으로 벌떡 일어나, 예전처럼 자신감에 찬 모습으로 직장생활을 잘 하실 거예요!
환자: (눈빛이 안정되며)선생님과 허물없이 상담하니 마음이 정말 편안해지네요.

혼·신·의·백·지는 자발적 자기대사력의 자연법칙
복약 세 달 후 내원한 환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은 어지러움과 두통 없이 새 근무지에서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집에서는 남편과 함께 공원산책 등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같이 온 남편도 “선생님의 치료로 아내가 많이 좋아졌다”면서 “온 가족이 여행도 다니고,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고 있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직장상사의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작용돼 급성공황장애 증상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간기울결, 심담허겁, 경계정충, 불면증, 화병으로 변증진단하여 이를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경자평지요법, 이정변기요법, 지언고론요법 및 혼·신을 상생하는 간정격, 삼초정격, 가감향부자안신탕으로 침구 방제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자존감이 위축되었던 환자에게 조기치신(調氣治神)으로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이끌어냈고 ‘남편의 사랑과 돌봄’은 ‘헬퍼스-하이’로 상생될 수 있었다.
한의계 유일의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한의대 한방병원에서 축적된 임상데이터를 의과학 패러다임에 맞춰 동의생리학리와 접목, 종적연구로 신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