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의사 수 부족으로 떠오른 ‘PA(Physician Assistant)’의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수준 전문가가 포함된 ‘팀 기반 진료’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고령화, 감염병 등 증가하는 보건의료 수요에 대응할 인력을 시급히 확충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과 김민석·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프레스 센터 20층에서 '보건의료인력 고용친화적 노동환경 조성에 관한 제도 개선 및 사회적 합의방안' 토론회를 열고 보건의료인력의 부족과 지역별·종별 편중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토론했다.
발표는 장재규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겸임교수가 '보건의료인력 고용친화적 노동환경 조성에 관한 제도 개선 및 사회적 합의방안'을,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가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 협업체계 구축 방안–해외사례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진행됐다.
먼저 장재규 교수는 발표에서 간호사 위주의 보건의료인력 노동 실태와 관련 법률, 제도 현황을 설명하고 고용친화적인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다음으로 이기호 교수는 팀 기반 진료와 협업, 중간수준 전문가를 활용하는 해외 사례를 소개하고 PA제도에 대한 관련 직역의 입장을 조율해 협업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소득 수준 증가,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노인 보건서비스 수요 증가, 감염병 대유행, 만성질환 부담이 지속적 증가 등으로 보건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보건의료비는 최근 10년간 2배 이상 급증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최근 10년 간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의 연간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교수는 “보건의료 수요와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보건의료인력의 수는 매우 부족하다. 보건의료비 지출에 비례해 일자리가 늘어나야 보건 지출 급증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며 “특히 의사인력은 최근 17년간 증가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의 66% 수준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감염내과, 소아외과, 중증외상, 역학조사관 등 반드시 필요한 특수·전문분야에 적절한 인력 충원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수의 의사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극심한 의사 부족에 따른 전공의 수급의 어려움, 복잡하고 다양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 요구 증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PA·전담간호사·전문간호사 등 의사보조인력이 활용되고 있다”며 “환자는 전문 직능에 요구되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표준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인력에 의해 제공되는 서비스를 받게 됨으로써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2019년 'PA 간호사 실태와 의료법 위반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PA 간호사가 실제 하는 업무는 수술, 환부 봉합, 시술, 드레싱, 방광세척, 혈액배양검사, 상처부위 세포 채취 등 현행 의사 고유의 직능에 해당된다.
이 교수는 "국립대병원이 PA를 고용하는 이유는 전공의 뿐 아니라 수련의 인력 수급 문제 때문인데, PA 간호사가 없으면 병원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공공성이 관건인 국립병원조차 PA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는 건 PA 문제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 PA 수술 참여 건수도 2014년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4만 751건이었으며 5년간 57.4% 증가했다. 국립암센터의 PA 역시 2014년 5432건에서 2019년 48.7% 증가했다.
이 교수는 의사 수 부족과 PA의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유럽 국가에서 시행하는 ‘팀 기반 진료’를 도입하고, 팀 기반 진료의 핵심 인력인 ‘중간 수준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간수준 전문가 양성 방안으로는 진료협력사 도입, 전문간호사의 면허 범위 확대 등을 꼽았다.
환자의 요구가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도입한 팀 기반 진료는 의사를 중심으로 전문지식을 갖춘 ‘Advanced Practice Registered Nurses(APRN)’, PA, 간호 마취사, 조산사, 개업간호사 등이 팀을 꾸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양한 직종이 장점을 살려 함께 협력하기 때문에 안전하고 서비스의 질도 높은 편이다. 이중 ‘중간수준 전문가’로 불리는 APRN, PA는 팀 기반 진료의 핵심 인력으로 효과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의협 “PA 합법화 반대” 주장에 “반대만 말고 설득 가능한 대안 내놔야” 비판
성종호 의협 정책이사는 지정토론 순서에서 "의료인력 부족이라는 미명 아래 추진 중인 PA 합법화는 모든 의사들이 반대하는 사안"이라며 "PA 합법화는 보건의료인력 협업체계 구축과 관련 없는 새로운 직종의 탄생"이라고 주장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제발표의 내용에 대해서도 "한국에 절대적 의료 취약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군부대의 대대급 부대에도 있는 군의관은 외국에서 찾기 힘들 정도고, 공중보건의가 면단위 의료기관 소재까지 있는 나라도 드물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중간수준 전문가가 필요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민영 교수는 "의료인력 논의가 대부분 서울 수도권 중심인데, 지방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굉장하다. 지방은 의사 공고를 내도 미달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교수뿐만 아니라 전공의와 인턴 등 모든 인력이 부족해 PA가 생겨난 것"이라며 성 의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김 교수는 "PA는 20년 이상 된 문제로, 일반외과 전공의 절반 이상이 펠로우를 하기 위해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가고 나면 PA가 침습, 수술보조까지 하게 된다"며 "간호사는 고용된 노동자라 병원에서 시키면 거절하기 어려워서 열심히 한 것 뿐인데 무면허 불법인력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효 교수 역시 "의료계가 반대한다고 PA 문제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며 "의협도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